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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워크 엠파이어'는 우리 나라 드라마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위의 드라마입니다. 성적인 묘사나 잔인한 폭력, 살인 장면은 이미 미성년년자 관람가 등급을 넘어갑니다. 실존인물들의 악행을 묘사하다 보니 부담감을 느꼈는지 제작진은 '에녹 너키 톰슨'이라는 가명을 사용합니다. 명예훼손이나 범죄 사실의 미화, 왜곡을 피하기 위한 '꼼수'인 셈입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굵직굵직한 미국 조직 범죄의 대명사들이다 보니 한국에서 같은 내용을 제작하자면 윤리적으로도 비난을 피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미드 '보드워크 엠파이어'와 한드 '무신'
그러나, 무엇 보다 마음에 드는 건 드라마의 비틀어진 유머 코드입니다. 돈과 이권에 살인도 불사하는 갱스터들 간의 이야기다 보니 선악구도나 악당들의 '알고보면 그랬다'는 식의 어설픈 변명은 처음부터 배제하고 시작합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못된 놈이고 착한 사람이 등장하면 가치관이 삐뚤어진 특이한 인물이거나 상황을 위해 상대를 속이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이야기와 전혀 관련이 없는 그냥 '착한' 사람일 뿐이죠. 절대 착하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세상 비틀기가 어떻게 보면 유쾌하고 어떻게 보면 씁쓸합니다.
알고 보면 코믹한 최충헌과 최준문 사이의 에피소드.
또 점을 봐준다며 최우의 집에 들락거리던 최산보(이남희)도 무신정권의 '희극'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걸핏하면 바다에 사람을 던져죽이고 칼로 베어죽이던 그 무서운 사람들이 부인 단속에는 서툴렀는지 풍요로움에 겨워 타락한 것인지 최산보같은 점쟁이가 고위층 부인을 희롱하고 반란을 꿈꿀 만큼 큰 권력을 누렸습니다. 최충헌에게 김덕명이 있었다면 최우에게는 최산보가 있었습니다. 최우의 영웅성과 올곧음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최산보의 이야기는 희극이라기 보다 김약선(이주현)의 죽음을 불러온 광기어린 비극이 되고 말았습니다.
김준의 영웅성이 강조되어 해학성을 잃고 말았다.
흔하디 흔한 통속적 불륜이 될 수도 있었던 안심과의 관계가 첫사랑 월아의 개입으로 '안타까운 사랑'으로 변모한 건 김준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무게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고 권력자 아버지 최우와 그 후계자인 김약선 등 모든 권력을 가진 송이의 불륜이 그렇듯 비극적인 것도 김준이 최우를 뒤흔들어놓았음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입니다. 덕분에 개망나니로 묘사된 만전(백도빈)과 만종(김혁) 형제의 운명도 운명적인 선택이 되고 말았습니다. 똑같이 못된 짓을 하고 다녔는데 월아를 죽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만전(최항)이 조금 더 낫다니 생각해보면 웃긴 일임에도 웃기지가 않습니다.
안심과의 불륜 조차 통속적이지 않다. 이게 다 김준 너 때문이야.
그런 의미에서 김준을 죽인 임연(안재모)의 등장은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부인을 겁탈한 고을 수령을 죽였다는 이 캐릭터는 뭐가 그리 시원시원한지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 김준에게 아버지라 부르며 싹싹하게 굴고 만전의 수하들과 힘겨루기를 하는 등 등장하자마자 극의 유쾌함을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각종 사극에서 꼭 필요한 역으로 뼈가 굵은 배우 안재모의 역량이니 가능한 캐릭터란 생각도 듭니다. 승려 출신으로 매사에 진지하고 무거운 김준의 빈곳을 채워줄 인물로 왜 진작에 등장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보기만 해도 유쾌해지는 캐릭터 임연. 무신 최고의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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