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아랑사또전

아랑사또전, 귀신 아랑의 부활과 인간이 아닌 최주왈 무리들

Shain 2012. 8. 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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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본 귀신 이야기 속 원혼들은 하나같이 단정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옷은 흰 소복을 차려입었지만 머리는 마치 일부러 풀어헤친듯 산발하고 얼굴은 무서울 만큼 하얗거나 여기저기에서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새빨갛게 충혈된 눈에 입가에 피를 흘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죽을 때 살해당해서 행색이 지저분한 것인지 아니면 묘지에서 훼손된 귀신의 외모를 표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에 비하면 MBC '아랑사또전'에 나오는 귀신 아랑(신민아)는 정말 유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양반가 도령 은오(이준기)를 쾌활하게 따라다고 지나가던 걸귀들과 제사밥을 두고 치고받고 싸울 정도로 격한 이 귀신은 풀어헤친 머리에 낡은 옷을 입었지만 밝고 경쾌합니다. 그리고 귀신들의 머리카락이 산발이고 늘 걸인들처럼 퀭하고 낡은 옷을 입은 이유도 충분히 설명이 되었지요. 제사밥을 받아먹지 못하니 배가 고파 아귀들처럼 다투고 새로 받는 물건이 없어서 늘 헌 옷을 입는 것이었습니다.

예쁘게 꽃단장했지만 다시 산발한 머리에 낡은 옷을 입게된 아랑.

원래 산 사람은 죽은 자에 대한 약간의 측은한 감정을 갖기 마련입니다. 특히 젊을 때 죽은 처녀귀신이나 어릴 때 죽은 아이 귀신은 저승에서 배고프고 험한 일을 겪을까봐 안쓰러운 생각 마저 들죠. 사후세계란 건 없다, 죽으면 다 끝이고 죽으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다가도 제사밥이라도 먹이면 귀신들이 배부를까 생각해보는게 사람을 떠나보낸 옛사람들의 심정이라고 합니다. 아랑의 처지가 딱 그런 마음이 들기 알맞을 정도로 안쓰러웠죠.

그런 아랑이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최주왈(연우진)을 만나러 곱게 단장합니다. 무당 방울(황보라)의 힘을 빌려 분칠하고 새옷을 입고 새 댕기를 맨 그녀는 고운 귀신으로 거듭나지만 아직도 썩지 않은채 발견된 자신의 시신을 보자 충격을 받고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자신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하게 됩니다. 밀양의 새로운 사또 은오와 귀신 아랑의 '아랑전설'이 그렇게 재현된 것입니다.

다시 나타난 아랑의 목엔 죽은 자의 문신이 없다.

흥미로운 건 여러 예고편을 통해 옥황상제(유승호) 그리고 염라대왕(박준규)와 담판을 지은 아랑이 다시 인간 세상에 내려올 것이란 점입니다. 말 그대로 죽은 자의 부활입니다. 예고편을 통해 보여준 화면대로라면 다시 등장하는 아랑에겐 '죽은 자의 표식'이 전혀 없습니다. 목에 새겨져있던 죽은자의 문신이 완전히 사라진 것입니다. 옥황상제, 염라대왕과 무슨 내기를 했으며 어떤 조건으로 내려온 것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인간 세상에서 자신의 한을 풀고갈 것입니다.

여러 시청자들이 짐작한대로 그녀가 상대할 '적'은 한때는 아랑의 약혼자였던 최주왈입니다. 성격만 냉정하고 차가운 것이 아니라 티저 예고편에서 본 것처럼 주왈은 인간이라기엔 신비로운 비밀을 지나치게 많이 갖고 있고 아랑을 죽인 당사자라는 생각이 드는 인물입니다. 윤달 보름날에 처녀들이 사라진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처녀들을 잡아오라 명하는 사람은 분명 은오의 사라진 어머니 서씨(강문영)입니다. 과연 이들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아랑을 죽여야 했던걸까요.



은오엄마와 최주왈은 사람이 아니무니다?

최주왈은 첫등장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꽃미남 사이코패스 살인자의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무서운 인물이었습니다. 눈빛으로 백성을 제압해 떨어트리고 자신을 유혹하려 끝까지 따라오는 기생에게 칼을 들이대며 위협하는 것이 전형적인 이중인격자였습니다. 그리고 3년 동안 없어진 아랑의 시신을 찾았을 때 보여준 차갑다 못해 싸늘한 태도에선 인간적인 면모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최주왈의 아버지 최대감(김용건)은 늘 못마땅한 얼굴로 주왈을 바라보며 한껏 무시하는 눈길을 보냅니다. 뭔가 모종의 사연이 있어 주왈을 양자로 들인 것은 사실이나 '그분'의 마음에 들도록 흡족하게 일을하는 것같지도 않고 시원찮아 보이나 봅니다. 특히 어제 방영된 내용으로 보아 최주왈은 분명 '완전한 인간'이 아닌 듯합니다. 원래 등장인물 설정에 주왈은 출신이 천하다고 했습니다. 최대감이 그런 주왈에게 '태는 제법 갖춰진다'고 한 말은 그럭저럭 인간같아 보인다거나 제법 양반처럼 보인다는 뜻일 것입니다.

최대감과 최주왈의 날선 대립. 숨겨진 비밀이 대체 뭐길래.

또 '눈비음만 그럴싸하다'는 말 즉 '남의 눈에 좋게 보이려 꾸민 것'이 그럴싸하다는 말과 진짜 가짜를 거론하는 것도 아리송합니다. 주왈이 사람도 아니면서 사람인 체 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천출 주제에 진짜 양반인체 한다는 뜻인지 애매하지만 주왈이 인간이 아닌데 '둔갑'을 했다거나 손톱을 잘라먹고 인간이 되었다는 늙은 쥐 민담처럼 변신을 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사모에 갓끈이 가당찮다'라고 운운하는 걸로 봐선 격에 어울리지 않는 자리를 차지한 건 분명합니다.

여러 민담이나 전설을 종합해볼 때 최주왈의 현재 처지는 두가지로 가정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주왈이 여우나 지네, 이무기같은 요괴인데 사람인척 하거나 남의 몸을 차지하고 있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처녀 제물이 필요하다는 가정입니다. 매번 윤달 보름 마다 처녀의 심장, 간을 먹어야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고 완벽한 둔갑을 유지할 수 있다면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알맞은 처녀를 찾으려 할 것입니다. 아랑이 칼로 찔린 그곳도 심장 부근입니다.

최주왈이 가진 반지와 칼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진 것일까.

두번째는 밀양 사투리를 쓰는 최주왈은 단순히 그 지방 출신의 천출일 뿐이고 천년묵은 지네나 이무기같은 요괴에게 충성하는 하수인이라는 가정입니다. 최대감이 '그분'이라 지칭하는 은오엄마는 그 요괴가 서씨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원래부터 서씨가 그런 핏줄이라 은오가 귀신을 보고 귀신을 상대할 능력을 이어받은 것인지도 모르죠. 은오의 신비한 능력의 비밀이 이 미스터리에 담겨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실례로 '아랑전설' 이외에도 몇몇 지방에서 천년묵은 지네에게 처녀를 바쳤다는 인신공희설화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큰 뱀에게 처녀를 바쳤다는 인신 공양 설화가 있구요. 우리가 잘 아는 옛이야기 중에도 한 처녀가 거두어준 두꺼비가 처녀에 은혜를 갚고 싶어서 지네와 싸웠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은혜갚은 두꺼비' 이야기입니다. 또 사람으로 둔갑해 천개의 간을 먹어야 인간이 된다는 구미호 이야기는 누구나 익숙하게 잘 알고 있습니다.

은오의 마음이 아랑을 향하고 있는데. 이 커플의 시련은 이제 시작일 뿐.

안그래도 티저편에서 은오엄마인 서씨가 주왈에게 칼을 주는 장면이 있었고 주왈이 손에 끼고 있는 반지의 빛을 통해 상대방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지의 불빛으로 적당한 상대를 찾고 서씨가 준 칼로 상대를 죽이거나 상대방의 장기를 꺼내오는 것이 주왈의 임무인 듯합니다. 최대감은 그 일을 제대로 못한다며 주왈을 못마땅해하는 것으로 보이구요. 주왈이 인간이든 요괴의 추종자이든 귀신과는 상대도 안되는 어떤 존재가 숨겨진 것만은 틀림없는 듯합니다.

'아랑사또전'의 미스터리는 이 정도면 충분히 그 밑밥을 제대로 뿌려놓았습니다. 각각의 등장인물에겐 숨겨진 비밀이 있고 그 비밀들은 아랑의 죽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찬 귀신 아랑이 옥황상제와 어떤 내기를 할지도 궁금하지만 과연 보름달이 뜨면 사람을 죽이는 주왈이 '인간'인지 아닌지도 궁금합니다. 왜 굳이 정혼자였던 아랑을 죽여야했던 것일까요. 그 설정대로라면 어쩌면 원혼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요괴가 나타날 것도 같습니다.


*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캡처한 화면의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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