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아랑사또전

아랑사또전, 갈수록 오싹해지는 은오엄마의 진짜 정체는?

Shain 2012. 8. 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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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제법 많은 민담집이나 이야기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우리 나라에서 전해내려오는 귀신이나 괴물 이야기는 떠오르는 것이 몇가지 없습니다. 그리고 간혹 전하는 귀신이나 요물이야기도 그리 무섭거나 끔찍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괴롭히는 처녀귀신, 몽달귀신같은 원혼도 어찌 보면 귀여운 구석이 있고 자식이 없어 제삿밥도 못 얻어먹는다는 무자귀는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무당들에게 빙의된다는 동자귀신도 그런 타입의 귀신이죠. 사람의 간을 빼먹는다는 구미호에 오싹함을 느끼다가도 인간을 사랑하다 배신당한 그녀들이 불쌍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우리 나라 전국 각지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던 민담이 많습니다. 때로는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무서운 기담도 있고 때로는 보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하는 설화나 야사들이 많았으나 그런 '한국 귀신'들은 현대사회로 오면서 외국 귀신들에게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요즘은 애니메이션 '학교괴담'의 귀신은 알아도 '아랑사또전'의 원전인 '아랑전설'도 모르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라 봅니다. '구미호'는 그나마 익숙하지만 사실 우리가 아는 건 '전설의 고향'에서 방송된 즉 창작이 보태어진 구미호 이야기가 더 많지요.

기껏 살아돌아왔는데 로맨스는 커녕 갈등만. 모모동자 은오와 철부지 귀신 아랑.

뜬금없이 왜 이렇게 귀신 이야기를 꺼내는가하면 드라마 '아랑사또전'의 이야기가 제법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방송을 보고 생각한대로 아랑(신민아)을 죽이라 사주한 자는 은오엄마(강문영)였습니다. 최주왈(연우진)은 은오엄마를 모시며 윤달 보름에 영혼이 맑은 처녀들을 사냥해오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최대감(김용건)은 길거리 거지이던 최주왈을 은오 엄마 때문에 아들로 거뒀고 그 부분이 못마땅해 최주왈에게 가짜니 진짜니 독설을 퍼부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옷을 차려입어도 네 천한 피가 어디 가느냐 이런 말이었던게죠.

인간이 되어 지상에 나타난 아랑은 세번의 보름이 지나기전에 자신의 죽음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풀어야 합니다. 김은오(이준기)는 3년전 갑자기 사라진 엄마에 대해서 알고싶어 합니다. 은오와 아랑이 마주치고 엮인 것은 염라대왕(박준규)과 옥황상제(유승호)의 장난질로 보아 완전히 우연은 아닌 거 같습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비밀을 파헤치는 건 운명의 실이 얽혀있기 때문이란 말인대요. 과연 은오엄마의 외모를 가진 이 수상한 요물의 정체가 무엇일까요. 3년전 윤달 보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랑이 죽고 은오엄마가 사라진 것일까요.



버려진 산에 있는 사당엔 누구를 모셨을까

우선 최대감이 어려워하고 거절하지 못하는 지금의 은오엄마가 3년전에 사라진 은오엄마와 다른 사람이라 가정해봅니다. 김대감의 노비이자 첩이었다는 은오엄마라면 정적인 최대감이 집 한쪽에 별채를 마련하고 모실 이유도 없거니와 그녀의 부탁대로 '골비단지'라 놀림받던 주왈을 양자로 들일 까닭도 없습니다. 은오엄마의 진짜 정체가 무엇이든 그녀는 무언가를 대가로 최대감에게 '그분'이라 대접받는 것입니다. 윤달 보름 마다 영혼이 맑은 처녀를 데려다 주면 그 혼을 먹고 최대감이나 주왈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그런 거래를 한 것 같습니다.

거지였던 최주왈의 소원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자 즉 사람답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양반 체면 운운하며 주왈을 노려보느 최대감은 썩은 곡식 조차 남에게 주길 아까워하는 걸로 보아 재물과 권력을 거래 조건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요물'은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소원을 들어준 사람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부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은오엄마와 이 요물이 동일한 존재가 아니라고 가정할 때 은오엄마가 자신의 몸을 빌려주는 대신 뭔가 강력한 소원을 빌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일단 주왈의 어린 시절 만난 그 '요물'의 목소리와 은오엄마의 목소리는 다르기도 했구요.

쇠죽을 훔쳐먹던 거지아이 주왈은 영혼을 구해오는 조건으로 최대감의 양자가 된다.

또 아랑이 3년전에 아랑을 죽인 사람도 주왈이 아닙니다. 아랑도 주왈의 얼굴을 모르지만 주왈 역시 아랑의 얼굴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정혼자의 얼굴을 모른다는 건 거짓이 아닌 셈입니다. 반지가 반짝이는 것으로 보아 아랑은 그때도 영혼이 맑은 처녀였을 것이고 최대감이나 은오엄마가 그런 아랑을 죽여 그 '요물'과 소원을 거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오엄마의 간절한 소원은 은오의 외가를 박살낸 그 놈에게 복수하는 것이었으니 자신의 비녀로 아랑을 찔러 제물로 바쳤을 수도 있습니다. '요물'은 대신 복수를 해주겠다고 은오엄마에게 약속했겠지요.

두번째는 은오엄마가 원래부터 그 '요물'인데 어떤 경위로 인간이 되어 살다가 다시 '타락한 요물'로 변신했을 가능성입니다. 아버지와 살라며 자신을 찾는 아들 은오를 쫓아낸 건 그런 까닭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외할아버지를 비롯한 외삼촌 등의 외가집 식구들이 모두 불에 타죽었다는 말이 기이하게 들리더군요. 분명 돌쇠(권오중)는 은오의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낸 적 있지만(첫회에 등장한 몰라서 못하는 건 잘못이 아니라 했소라는 말) 아무리 나라의 역적이라도 모든 가족을 불에 태워죽인다는 건 조금 많이 이상합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얼굴의 은오엄마. 원래 정체가 뭐야?

더욱 기이한 건 자식도 외면할 정도로 은오엄마가 복수심에 불타올랐다는 것입니다. 보통 인간 보다 짐승의 정이 더 돈독하고 가족이 죽으면 훨씬 더 독하게 복수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은오가 귀신과 대적하고 신기한 능력을 가진 것은 혹시 인간으로 변신한 구미호 이야기처럼 은오엄마가 사람으로 변한 요물이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대신 외가의 존재들은 모두 요물들이란 이유로 한꺼번에 불에 타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가정이 맞다면 인간의 영혼을 먹어치우는 지금의 은오엄마는 하늘과 땅의 이치를 거스르는 요물이 되버리고 이야기는 복잡해집니다.

어릴 때 읽은 민담 중 우리 나라에 전해오는 무서운 동물 중 최고는 누가 뭐래도 지네더군요. 실제로 작은 지네에게 물려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얼마나 아픈지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독도 독이지만 때로 사람들이 요물이 된 지네에게 처녀를 공양해 제를 올렸다는 이야기는 정말 끔찍하게 다가왔습니다. 주왈과 은오엄마는 버려진 산에 위치한 폐허가 된 사당에 들어가 제단에 올려둔 아랑의 영혼을 먹으려 했습니다. 그 사당은 한때 각종 부적으로 봉인되었던 곳으로 때가 되면 사람들이 제물을 바치던 곳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이제는 그 대상이 없어졌거나 봉인이 풀려 그 산이 음기로 가득해진 것입니다.

또다른 출생의 비밀이 있는거면 애들 복잡해지는데

제 보기엔 요물이 된 은오엄마의 정체는 '지네'가 맞는 것 같습니다. 지네가 처녀를 바쳤다는 인신공희설화의 대표적 주인공이기도 하고 또 요물인 지네를 불이나 담배연기에 태워죽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지네가 아름다운 아내가 되어 부자가 되도록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전해져 옵니다. 가끔은 다른 요물인 거미같은 것과 싸웠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이런 종류의 요물들은 보통 사람들과 계약을 맺어 제물을 받아먹을 때는 그 마을을 지켜주고 아무 화를 일으키지 않지만 제물을 바치지 않거나 해를 입었을 경우엔 무섭게 보복하는 존재들입니다. 최대감이나 주왈의 미래가 그렇게 밝지 만은 않다는 뜻입니다.

삼년 마다 찾아온다는 윤달. 귀신도 모른다는 윤달에는 혼사도 치르지 않는다는 말이 있고 귀신이 훼방놓지 않아 이사하기 좋다는 말도 있습니다. 요물이 굳이 윤달에 영혼을 먹는건 들키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아니면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영혼을 구해왔다는 말에 입맛을 다시는 은오엄마는 혹시 아이를 잡아먹는, 타락한 천상의 존재일까요. 옥황상제가 아랑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저야 전해내려오는 설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따져보지만 혹시나 흔한 막장드라마처럼 은오에게 '출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두고봐야 확실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재미있긴 진짜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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