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골든타임

골든타임, 흥미진진한 산탄총 사고 미스터리 연출이 괜찮네

Shain 2012. 8. 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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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 드라마는 어떤 장르의 드라마를 찍어도 종합멜로물이 된다고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의학드라마를 찍든 경찰 드라마를 찍든 멜로 코드가 빠지지 않고 때로는 고난도 액션이나 미스터리, 출생의 비밀까지도 포함 되니 드라마 한편에 모든 시청자의 취향을 다 만족시키려 작정한 사람들 같습니다. 한드는 그래서 '장르 드라마'는 없고 '종합 드라마'는 있다는 웃지 못할 평가를 받곤 합니다. 가끔은 종합병원에서 제작된 의학 드라마가 병원에서 연애하는 시트콤으로 변질되어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하니까요.

물론 한번에 70분씩 일주일에 2회 방영되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앉혀 놓자면 이런 다양한 시도가 꼭 필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적당히 의학적 상황에 지칠 때 쯤 멜로를 부각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진지해서 지칠 때쯤엔 코믹한 장면도 섞어줘야 시청자들도 쉬어가면서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지나치면 잡탕 드라마가 되는거고 잘 섞어두면 멋진 드라마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골든타임'은 응급의학실 상황에 집중하면서도 적당히 멜로와 코믹함을 섞어주는 멋진 연출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래 고민해도 어려운 선택. 다리절단으로 박원국 환자는 살아난다.

타고난 눈썰미가 있지만 겁많고 자신감없던 인턴 이민우(이선규)는 점점 의사의 자격을 갖춰갑니다. 최인혁(이성민)과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 환자를 개복하고 봉합하는 이민우는 박원국 환자의 다리 절단이 가슴 아프지만 의사라는 직업이 만능은 아니기에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도 해야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환자의 사망진단도 내리지 못해 당황하고 종합병원에 오면 생명에 대한 책임 부담이 덜하게 된다고 믿어왔던 그로서는 엄청난 발전입니다. 강재인(황정음)과 이민우의 대화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만한 멋진 연출이죠.

그런가 하면 캐나다로 가야하는 코디네이터 신은아(송선미)와 최인혁의 멜로도 멋집니다. 카리스마있고 다정한 그리고 최고의 외과 실력을 갖춘 최인혁에게도 약간은 산만하고 신경질적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모든 간호사들이 한달도 되기전에 그만둔다는 응급실에서 한달을 버틴 것도 모자라 우선 잠부터 자라며 최인혁 교수를 단숨에 휘어잡는 신은아. 세상 일 혼자 다할 것처럼 굴던 최인혁은 그때 신은아에게 겁을 먹었다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최고의 조련사를 만난 셈이죠. 두 사람의 멜로코드가 지겹게 느껴지지 않고 드라마의 한 구성요소로 멋지게 녹아든 장면입니다.



산탄총으로는 자살이 불가능하다?

지난 포스트에도 언급했듯 이 드라마는 시즌제로 거듭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종영 날짜가 가까워오자 '골든타임' 팬들은 최소한 스핀오프라도 추가로 제작하면 안되냐며 아쉬워하곤 합니다. 최인혁 교수를 중심으로 새 시즌이나 스핀오프를 꾸민다면 열혈 시청자가 될 사람들입니다. 긴급한 응급실 상황 사이사이 인턴과 레지던트, 외과 교수들의 에피소드가 적절히 섞여지니 이대로 한 시즌당 15개 에피소드로 여러 시즌을 이어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응급실의 핵심인력인 최인혁 교수와 신은아는 고정 출연진으로 최고의 캐릭터가아닌가 싶네요.

한때 시골의사 박경철이 쓴 에세이에 실린 응급실 사연이 화제가 된 적이 있죠. 그 에세이에는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끔찍하고 비참한 사연도 있고 세상일 참 새옹지마다 싶은 일도 실려 있었습니다. 실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당직 의사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새벽 응급실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각종 사연을 가진 환자들이 자주 실려온다고 합니다. '골든타임'에서 묘사한 유괴범과 형사의 이야기처럼 안타까운 상황이나 실존인물 김우수씨를 모델로 한 박원국 환자처럼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총을 쏘았다는 사람은 병원에 올 때부터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가족들이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울부짖는 가족들, 그리고 병원비를 낼 수 없어 도망가는 환자들 등 종합병원은 말 그대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곳입니다. 그 중에서도 산탄총에 맞은 한 여성과 그의 약혼자 그리고 그 여성을 쏘고 자살했다는 한 남자 이야기처럼 '치정사건'으로 실려오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드라마 속 이야기는 결혼하기 전 벌어진 삼각관계 때문에 한 사람이 중태에 빠지고 결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신부가 상처를 입은 상황이지만 불륜이나 내연 관계 중 벌어진 사고로 목숨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흔치 볼 수 있다는군요.

그런데 드라마에 등장한 이 커플은 그런 치정사건 환자들 중에서도 뭔가 수상합니다. 극중 성형외과의인 박근수(천재호)의 말처럼 산탄총 즉 샷건은 꽤 길이가 긴 총으로 팔이 아무리 길어도 자기자신을 쏠 수가 없습니다. 전 여자친구를 쏘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그 남자의 총상은 왼쪽 뺨 쪽에 나 있으니 아래에서 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옆에서 쏘았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가족들도 범인은 산탄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 산탄총도 범인의 것이 아니라 증언했습니다. 여자친구를 쏘고 자신을 쏘았다기엔 그 위치가 영 미심쩍은 것입니다.

총기사고니 경찰에 신고하라니까 별 반응이 없는 수상한 커플

거기다 총상의 피해자인 여자친구는 경황이 없어서 그랬다고 주장하지만 그 사건을 본 약혼자는 왜 경찰에 신고를 안했을까요. 결혼을 앞둔 신부가 총에 맞았으니 그것도 질투하던 전남자친구라니 화를 내고 펄펄 뛸만도 한데 오히려 자기가 죄를 지은 것처럼 소극적이기만 합니다. 시쳇말로 뭔가 '구린' 구석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자친구란 여자 역시 자기 때문에 총기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중태에 빠진 범인에게 원망을 퍼붓기 보다 얼굴에 흉질텐데 이대로 결혼식장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런것만 걱정합니다.

의사들도 입방아를 떨 정도로 여자친구의 캐릭터는 흥미롭습니다. 자칫 살인 사건이 될뻔한 사고의 주인공이면서 얼굴 걱정이나 하고 배에 흉터남는거 싫다며 수술도 거부하는 이 희한한 여자는 때때로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고 맹해 보입니다. 총기 사고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다 자기 얼굴과 현재 약혼자와의 결혼만 신경쓰이나 봅니다. 중태에 빠져 정신도 못차리고 있는 그 전남자친구가 범인이 맞기는 맞는걸까요. 아니면 이 여자와 의뭉스럽게 보이는 약혼자가 진짜 범인인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리 봐도 이 남자 수상한데 박근수가 비밀을 밝혀낼까.

산탄총에 대해 잘 아는 박근수의 등장으로 이 사건의 미스터리는 곧 풀리겠지만 몇번씩이나 신고하라고 한 의사들의 권유에도 경찰을 부르지 않은 이 커플은 대체 뭘 감추고 있는지 알송달송합니다. 대체 이 여자는 전 남자친구와 어떻게 헤어졌으며 어쩌다가 총상을 입게된 것일까요. 그리고 산탄총을 쏘아 전 남자친구를 중태에 빠트린 사람이 현재의 약혼자는 아닐까요? 흔한 치정사건같으면서도 묘하게 궁금한 이 환자들의 이야기는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합니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이 드라마의 핵심은 응급상황에선 환자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의사와 응급구조실을 지원해줘야하는 병원과 정치인이 합쳐야 보다 빠르게 생명을 살릴 수 있겠죠. 그게 또 의학의 역할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의사들은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고 시스템 문제로 사망한 환자 때문에 상심하는데 이런 철없는 환자들은 어이없이 생명을 두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 참 묘하게 대비가 되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병원의 상황을 잘 풍자하는 듯해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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