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골든타임

골든타임, 안정적인 최인혁 캐릭터 시즌제가 가능한 이유

Shain 2012. 8. 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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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도 최근엔 시즌제 드라마가 종종 제작되곤 합니다.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영되는 '막되먹은 영애씨'같은 드라마가 대표적인 시즌제 드라마라고 합니다. 본래 '시즌(Season)'은 미국 드라마에서 흔한 제작 방식으로 일년에 10개 내지는 24개의 에피소드를 정기적으로 제작하는 방식입니다. 우리 나라처럼 미니 시리즈나 장편 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스템에서는 좀 무리한 제작 방식일 수도 있고 또 시청자에 비해 채널수가 많고 다양한 드라마가 쏟아지는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는 효율적이지 못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몇년전 공중파 한드에서 몇번 시즌제 드라마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지나치게 낮은 시청률(10% 미만의 시청률인 경우가 대부분) 때문에 중단된 경우가 많습니다. 실험적으로 그 시간대를 활용한 것이겠지만 그 드라마들의 방영시간대를 생각하면 이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매일 또는 매주 방영되는 드라마가 많은데 굳이 비인기 시간대에 방영되는 시즌제 드라마에 꾸준한 관심을 보일 시청자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미드의 시즌제가 우리 나라에선 적용하기 힘든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골든타임'의 다양한 캐릭터는 이 드라마 최고의 매력이다.

드라마 '골든타임'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드라마입니다. 급박하고 생생한 응급실의 상황이나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의료 시스템 그리고 의사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들의 고민을 매력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침착하면서도 정열적인 외과의사 최인혁(이성민)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메인 캐릭터는 분명 이민우(이선균)와 강재인(황정음)이지만 이 드라마의 얼개가 되어주는 역할은 최인혁입니다. 최근엔 최인혁이 주인공이라 생각하는 시청자들도 많습니다.

시즌제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여러가지 조건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는 배경입니다. 의학 드라마 '골든타임'은 응급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각종 에피소드를 전개하기 좋은 구조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응급환자가 발생할 수 있고 교통사고도 상황별로 수십 수백가지의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일단 '골든타임'은 그 부분에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시즌을 이어갈 수 있는 메인 캐릭터입니다. 미국의 시즌제 드라마가 8년씩 10년씩 시즌을 이어가는 비결 중 하나는 그 드라마 만의 고유 캐릭터입니다.



최인혁은 레귤러 캐릭터 이민우와 강재인은?

최인혁 캐릭터를 보며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미드 '하우스'입니다. 많은 분들이 응급실 중심의 컨텐츠인 '골든타임'과 진단의학과 중심의 '하우스'는 유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두 드라마는 캐릭터를 배치하는 방식에서 많은 유사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핵심 캐릭터 한명에 주변인물들이 고정 캐스트(레귤러 캐스트)로 배치되고 또다른 등장인물들이 매 에피소드 마다 등장하거나 사건을 유발하는 방식이 말입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그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고 타인들과 대치하는 최인혁이란 캐릭터는 '하우스' 만큼이나 드라마를 이끌고갈 힘이 있습니다.

시즌제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이야기의 소재를 끌고 나갈 수 있는 무대 셋팅도 중요하지만 몇시즌을 봐도 질리지 않는 메인 캐릭터 선정도 중요합니다. 특히 '하우스(House)'같은 드라마는 캐릭터가 이야기 전개의 핵심요소입니다. 한쪽 다리를 저는데다 지팡이를 휘두르고 까칠하다 못해 비인간적으로 보일 때도 있는 바이코딘 중독자 하우스는 환자와 의사들에게 어떤 대응방식을 보일지 궁금하게 합니다. 하우스의 캐릭터를 탄생시킬 때 제작자가 선택한 캐릭터 구조가 '셜록 홈즈와 왓슨(들)'이었다고 하니 흥행 포인트를 잘 잡아낸 것입니다.

이 드라마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다양하게 배치하고 있다.

'골든타임'은 세중병원 인턴이 된 강재인과 이민우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기엔 자격도 실력도 모자란 그들은 의사 보다는 환자에 가까운 시선으로 병원과 의사들을 바라봅니다. 만약 이 드라마를 시즌제로 이어가자면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다시 전공의가 되는 그들의 관점으론 장기 연재(?)가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의 입장과 상황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시점을 최인혁과 그 매니저인 신은아(송선미)를 레귤러 캐릭터로 바꾸면 훌륭한 시즌 드라마의 셋팅이 만들어집니다.

최인혁의 캐릭터는 멜로라인까지 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넘치는 캐릭터입니다. 최인혁은 캐나다로 떠나는 신은아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약혼자가 있고 결혼약속까지 한 신은아를 적극적으로 잡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시간을 거의 낼 수 없는데다 힘들기만 한 응급실 매니저 일을 도저히 더 하라고 할 수 없는데다 결혼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을 붙잡을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신은아 역시 자신을 기다려준 약혼자 보다 최인혁에게 끌리고 있지만 응급실을 전부로 알며 자신을 외면하는 듯한 최인혁 때문에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가벼운 멜로코드 역시 시즌 드라마의 중요요소 중 하나이다.

이민우와 강재인 중심의 셋팅을 최인혁과 신은아 중심으로 바꾸고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의들을 보조 캐릭터로 설정하면 충분히 시즌제의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응급실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성격이 선명한 캐릭터들이 충돌하면 이야기거리는 무한합니다. 거기다 응급실의 능력자이자 코믹함이 살아 있는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김도형(김기방)이라던가 정형외과 교수선발에서 밀려난 박성진(조상기)같은 인물이 합세하면 이야기는 더욱 탄탄해집니다. 대신 이민우와 강재인같은 인턴은 시즌을 거치면서 응급실을 스쳐지나가는 인물로 전락하겠죠.

전체 20부작으로 제작되는 이 드라마는 초보 인턴에서 한명의 의사로 성장해가는 이민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한때 선배의 애인이었지만 이제는 동료 인턴이 되어 미운정 고운정을 나누고 있는 강재인. 그녀는 병원 이사장 강대제(장용)의 손녀이며 중증외상의학과 탄생에 큰 기여를 하고 나중엔 병원 운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여성입니다. 만약 '골든타임'이 시즌제 드라마로 탄생한다면 그들의 이야기가 1시즌의 핵심이 되고 2시즌의 기본 배경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겠죠. 그것도 꽤 괜찮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버리기 아까운 이 캐릭터 시즌드라마 고정 캐스트가 되면 어떨까?

우리 나라의 드라마 제작량은 엄청납니다. 공중파, 케이블을 합쳐 꽤 많은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보니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조차 본 것 보다 보지 않은 것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일주일에 두 편씩 한번 방영에 70분씩이다 보니 버리기 아까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방영으로 버려지고 가끔은 예전에 본 이야기와 캐릭터 그대로 재탄생되기도 합니다. 잘 준비된 이야기와 안정적인 캐릭터로 6개월, 1년 단위로 방영되는 시즌제 드라마를 시도해볼 법도 한데 스핀오프 타입은 종종 제작되어도 본격 시즌 드라마는 보기 힘든 형편이죠.

'골든타임'이 요근래 만들어진 드라마 중 보기 드문 수작이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지만 응급구조용 헬리콥터가 생기길 간절히 바라는 외과의사 '최인혁'의 캐릭터에 인기가 몰려 있기도 합니다. 이 정도의 관심은 이례적입니다. 많은 드라마들이 제작되고 잊혀지는 한국 드라마에서 그의 캐릭터가 이번 한번으로 사라진다는 건 정말 아까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시즌제로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으로선 꽤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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