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아랑사또전

아랑사또전, 시청자 배꼽잡게 만든 사극 PPL과 아전들

Shain 2012. 9. 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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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채널 개국 이후 유난히 드라마 속 PPL이 더 늘어난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단순히 느낌은 아니더군요. 요즘은 어떤 드라마를 봐도 간접광고를 볼 수 있고 일부 드라마는 특정 화장품 케이스가 자주 노출되고 또 주연배우가 그 화장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불필요하게 삽입하는 등 광고 CF인지 드라마인지 헷갈린다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종종 일부 시청자들 중에는 PPL이 없는 사극이 그래서 보기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극 보다 훨씬 더 많은 제작비가 소모되는 사극에 간접광고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사극은 기본적으로 셋트장을 지어주고 관광수익을 노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제작비 후원을 받는 경우가 많아 대형사극 경우 몇개 지역와 협약을 맺지 않은 채 촬영하기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또 한복을 비롯한 각종 액세사리 제작을 후원하는 업체가 참여하고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그릇이나 소품을 협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무신'의 경우 해인사와 경상남도가 제작 지원을 하고 특정 업체에서 협찬받은 그릇을 고려청자처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극중 김준(김주혁)을 비롯한 인물들이 사용하는 술잔이나 다기가 클로즈업된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한마디로 이유없이 등장하는 장면은 없다는 것입니다.

예쁜 장신구에서 한복까지 다양하게 이용되는 협찬 물품들.

사극 포맷이라도 '신의'같은 타임슬립 드라마는 PPL을 하기가 좀 더 쉽다고 합니다. 극중 유은수(김희선)는 현대인의 가방과 복장을 입은채 고려시대로 넘어갔기 때문에 늘 같은 가방과 신발을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내용이 연출된다면 좀더 다양한 물건을 선보일 수 있겠죠. '아랑사또전' 역시 이 부분에서는 예외가 아닙니다. 꽃도령 김은오(이준기)와 최주왈(연우진)이 곱게 차려입은 한복하며 아랑(신은아)의 미모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고운 옷들이 모두 협찬으로 제작된 것을입니다.

심지어는 아랑과 이준기의 호감을 더욱 상승시켰던 '복숭아'까지도 PPL인데 아랑이 맛있게 탐스러운 복숭아를 먹는 모습이 너무도 부러워 복숭아를 사먹고 싶었던 시청자들이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시장에 가서도 아랑은 복숭아를 보며 기뻐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합니다. 또 염라대왕(박준규)과 옥황상제(유승호)가 먹던 복숭아도 정말 맛있게 보였습니다.  이외에도 은오엄마 홍련(강문영)이 달고 있는 각종 장신구나 그들이 사용하는 칠기 등이 모두 협찬 물품들입니다. 그리고 PPL과는 좀 다르지만 '아랑사또전' 제작진은 세세한 부분에 의외에 노력을 깃들여 각종 한지화나 동양화 부분도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아 제작했더군요.

'아랑사또전'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탐스러운 복숭아.

사실 현대극의 특정 고가품 PPL은 아무리 좋은 장면에 이용되도 거부감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재벌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위 '명품'들은 웬만한 서민들은 감히 엄두도 못낼 만큼 비싼 제품이 많습니다. 특정 배우가 극중에서는 가난한 집의 딸이라면서도 협찬받은 비싼 명품 옷과 가방을 이용하는 장면을 대놓고 지적하는 시청자들도 많지요. 또 아무나 살 수 없는 비싼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재벌 2세에게 위화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사극에서 이용되는 소품들은 약간 '고가'임에도 아기자기하고 색다른 맛에 눈독을 들이는 분들이 종종 있더군요.

또 지역단체나 토속음식의 PPL 즉 아랑이 먹는 '복숭아'라던가 드라마 '짝패'에서 장꼭지(이문식)가 타령조로 고창 복분자를 노래불렀던 장면처럼 익살스럽고 구수한 장면도 많아 그 장면이 PPL이란 생각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드라마가 종영될 즈음 특정 지역이 '협찬'했다는 자막을 보면 그때서야 '아'하고 이해를 할 정도죠. 주연 여배우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장면 보다 복숭아를 먹고 떡이나 음식을 먹는 장면이 더 거부감없고 정겹게 다가오는 건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라 자연스럽기 때문 아닐까요.

특히 어제 '아랑사또전'의 이방(김광규), 형방(이상훈), 예방(민성욱)들이 아랑에게 아부하려 '밀양 얼음골 사과즙'을 들이미는 장면은 배꼽을 잡을 만큼 웃겼습니다. 아랑이 김대감의 자제인 사또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최대감(김용건)의 아들인 주왈의 사랑도 받고 있단 사실을 알게된 아전들이 밀양의 지역 특산품이자 유명제품을 들이밀며 '뇌물'공세를 펴는 장면이라 익살스러웠고 사극 PPL에 충실하느냐 얼음골 사과즙의 장점을 설명하는 모습까지 연출하니 '사극 PPL'은 현대극과 다르게 재밌구나 싶어지더라구요. 정통사극이었으면 절대 연출하기 힘든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전들이 대접한 사과즙을 맛있게 들이키는 아랑.

솔직히 '밀양'이란 이름은 자주 들었지만 그 지역의 특산품은 무엇이고 어떤 농산물이 나는지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고 어느 지역 사과가 맛있는지도 모르고 산지 꽤 되었습니다. 예전엔 특산품을 찾아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새는 그런 맛도 별로 없는 것같구요. 명품옷 보다는 대중적이고 자연스럽게 기회가 되면 한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모든 문화나 컨텐츠가 서울, 경기 쪽에 집중되서 일부 지방이나 농촌에는 특산품이나 관광지를 소개할 방법이 없습니다. 안 그래도 PPL이 거북하다는 느낌을 받는 시청자들이 많은 편인데 고가의 화장품을 바르는 PPL 장면 보다는 농산물을 직접 먹거나 마시면서 '좋다'고 말해주는 장면이 더욱 친밀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뭐 그렇다고 앞으로 제작되는 모든 사극이 PPL로 가득 차길 바란다는 말은 아니구요. 그래도 이준기와 신민아의 '아랑사또전' 하면 예쁜 복숭아가 떠오를 거 같아서 좀 흐뭇하긴 하네요. PPL이 PPL같지 않아서 더 좋은 느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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