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마의

마의, 설득력없던 아역 캐릭터 조승우가 부활시키다

Shain 2012. 10. 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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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아역 배우를 위한 연기 학원도 있고 성인 연기자 뺨치는 베테랑 아역 스타도 많습니다만 과거 20-30년 전에는 아역배우를 위한 오디션이 많이 없었다고 합니다. 연예인 자녀들 중 임의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카메라 잘 받는 아이들을 데려다 입만 벙긋하게 하는 캐스팅도 있었습니다(그땐 성우가 있었습니다). 외국도 이 부분은 마찬가지라 유명 제작자의 딸 자격으로 드라마에 출연해 성인이 되어서도 배우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만큼 아역의 대사나 비중이 중요하지 않았고 아역배우에게 큰 기대를 걸지도 않았습니다.

그 시절 아역 배우의 선택 기준 중 하나는 '울지 않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어린아이들은 촬영현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울고 카메라만 보면 굳어 대사 한마디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대사 전달력은 별로라도 카메라 앞에서도 싱글싱글 웃으며 제 역할을 해내는 아역은 타고난 자질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죠. 그런가하면 컴퓨터 천재 역할을 하기 위해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PC 다룰 줄 아는 아이를 선택하기도 하고 연기는 못해도 쌍둥이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아역을 고르기도 합니다.

성인연기자로 교체된 '마의'의 출연진들.

드라마 '마의'에 출연하는 아역배우들에 대한 평이 좋지 않습니다. '마의' 제작진의 아역 선택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김유정이나 박지빈처럼 잘 알려진 아역배우 보다는 신인급의 신선한 마스크를 선택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요즘 시청자들은 능숙한 아역 연기에 익숙하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 마련입니다. '대장금(2003)'에서 어린 장금 역이던 조정은은 당시 신인이었어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백광현의 아역 안도규와 강지녕의 아역 노정의는 '이병훈 PD 사극'에서 대성공을 거둔 아역배우들의 뒤를 잇지 못한 것입니다.

이병훈 PD는 과거 '동이(2010)'나 이산(2007)'에서 천재 연기자라는 김유정과 박지빈으로 큰 성공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김유정의 인기는 성인연기자에 버금가고 박지빈 역시 아역배우로서 최고 수준이라 인정받지만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은 그냥 '잘 하는 아역배우'였습니다. 두 사람이 너무 돋보여 후속 출연하는 배우들이 두 사람의 인기를 두려운 눈으로 지켜봤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합니다. '허준(1999)'같은 드라마를 빼면 '이병훈식 사극'엔 보통 연기 잘 하는 아역의 역할이 빠지지 않습니다.

장점이 많은 아역배우들이었으나 캐릭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은 사실.

안도규와 노정의가 다른 아역들 보다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편이지만 이병훈이 두 사람을 선택한 이유는 있을 것입니다. 표정 연기가 프로급이 아니었으나 아역배우 안도규는 영달이라는 말과 호흡이 꽤 잘 맞았습니다. 아이의 말을 알아듣는 듯 신기하게 움직이는 영달은 연기를 위해 훈련된 말이긴 해도 말이라는 동물 자체가 사람을 가리는 예민한 동물로 알고 있습니다. 웬만한 연기자들 보다 훨씬 더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는건 그 말이 안도규와 꽤 친밀하지 않았나 싶다는 것이죠. 성인 역할의 조승우와 닮은 외모도 외모지만 분명 안도규에게도 여러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과거 이병훈PD의 사극에서 아역들이 등장인물의 캐릭터 즉 어린 시절의 경험과 비극을 연기하며 주인공의 성격을 잘 설명해준 것에 비해 이번 아역들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마의'의 백광현(조승우)은 아버지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자신이 섬을 빠져나와 도성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아버지가 죽고 어린 지녕이 자기 대신 잡혀갔다는 자책감에 빠져 있는 아이고 그 감정이 지녕에 대한 그리움을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조승우의 등장으로 백광현 캐릭터는 새롭게 태어났다

무력하게 동굴에서 죽어가는 아버지 석구(박혁권)의 죽음을 지켜봐야했던 광현은 말 영달과의 우정으로 생명이란 모두 미천한 것없이 귀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가리지 않고 살리고자 하는 '의원'임을 표현하자면 어린 시절 연기가 꽤 중요합니다만 확실히 어린 백광현의 연기는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갑자기 양반이 된 어린 지녕도 마찬가지로 왜 백광현에게 까닭모를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지 잘 표현했어야 하지만 아역 시기의 내용 만으론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얽혀야할 감정적인 개연성이 충분하지 못했죠.

그러나 연기자 조승우는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이런 캐릭터의 미흡함을 전혀 떠올리지 않게 만듭니다. 단번에 화면을 장악한 것은 물론이며 강아지를 내가 살렸으니 된장 바를 생각도 말라는 그는 의술에 뛰어난 자질을 가진,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의 그 자체였습니다. 때때로 회상 장면이 등장하면 어린 시절과의 연계가 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조승우가 만들어낸 캐릭터라면 과거와의 괴리감을 충분히 메꿀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더군요. 조승우가 새로 만들어낸 캐릭터, 강아지는 목숨이 아니냐며 따지는 마의 백광현은 조승우의 등장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마의'의 다음 이야기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여러 등장인물들.

사암도인(주진모)을 도와 진정혈을 찾아내고 생명을 살리는 기쁨을 맛본 백광현. 하찮은 말에 불과한 영달을 살려주는 과정에서 그는 아버지를 죽였다는 슬픔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생명을 살리는 과정에서 또다른 기쁨을 얻게 된 것이죠. 강아지를 안고 환하게 웃으며 마의 추기배(이희도), 자봉(안상태)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는 자칫 매력을 잃을 수도 있었던 백광현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되살려놓습니다. 숙휘공주(김소은)의 고양이를 살려놓겠다 자신만만하게 나서는 배경에는 생명에 대한 사랑이 숨겨져 있겠죠.

이병훈식 사극의 최종판이라는 '마의'의 초반 시청률은 세 방송사의 시청률 중 꼴지였으나 어제 조승우의 등장으로 2위에 올라섰다고 합니다. 아역 배우들의 부진으로 '망했다'는 평가까지 받던 '마의'. 이제는 강지녕 역의 이요원이나 숙휘공주 역의 김소은 등 시청률을 반등시킬 요소는 이제 충분합니다.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도 많습니다. 이타인(異他人) 마을에서 마주친 강지녕과 백광현이 서로를 알아보면 두 사람의 인연도 급물쌀을 타겠지요. '마의' 백광현이 '어의'로 거듭나는 과정 확실히 기대해볼만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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