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나주성폭행'과 재희의 결혼 보도 사생활이 알권리인가?

Shain 2012. 10. 2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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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대해서는 꽤 여러 블로거들이 이미 포스팅을 했고 네티즌들 역시 비슷한 의견이 많은 것을 알지만 기자들의 잘못된 취재 관행에 대해선 수차례 지적하고 거듭 반대 의사를 밝히는게 맞다고 생각하기에 저도 한줄 보탭니다. 안 그래도 최근 여러 기자들 사이에 '나주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사생활을 파헤치는 무분별한 취재는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의 주요 목적이자 의무인 '알권리'를 핑계로 너무나 많은 성폭행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사람들에게 노출시켰고 그 때문에 나주 성폭행 피해자는 자신의 집과 가족사항을 모두에게 공개당하고 말았습니다.

대체 언제부터 알권리라는게 취재당하는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고 사생활을 모두 폭로한다는 뜻으로 쓰인 것일까요. 물론 일부 언론 중에는 '나주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신상털기에 참여하지 않은 곳도 있지만 한 언론에서 특종을 터트리면 우르르 따라가는 분위기가 있으니 이게 특정 언론만 비난한다고 될 문제는 아닌 것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하이에나같은 피해자 물어뜯기를 기자 개인의 양심에 맡겨둘 일만은 더더욱 아닌 것 같구요. 그들이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는 특권을 준 것은 '국민의 알권리' 때문인데 그걸 이런식으로 남용하다니 말도 안됩니다.

드라마 '메이퀸'에 출연중인 재희는 최근 결혼 사실이 공개되었다.

가장 신중해야할 피해자에게 '신상털기'를 하고 있는 언론. 도대체 왜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피해자의 거주지 구조를 알아야하며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관계없는 선정적인 기사,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각색된 소설을 읽어야하는 것일까요. 적어도 그들의 '뉴스'가 피해자나 독자를 위한 것은 아님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저 많은 사람들이 클릭하게할 컨텐츠가 필요할 뿐입니다. 언론의 이런 기사는 피해자 가족의 피해를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악플'의 대상이 되도록 만듭니다. 즉 두번째 범죄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나주 성폭행' 이후 2009년 발생했던 '조두순 사건'이 다시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피해자 아버지의 인터뷰는 사건 당시 미비했던 아동성폭행 수사지침이나 보도지침, 그리고 국가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성금이나 주변의 도움을 받았음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또 시민모임인 '발자국'은 각종 기사에 피해자들에게 악성댓글을 달았던 일부 네티즌을 고소하기도 합니다. 각종 성폭행 기사에 수차례 음란한 댓글을 달고 '같이 즐긴 것 아니냐'같은 발언으로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타인들이 처벌을 종용한 것입니다.

사실 '나주 성폭행' 관련으로 서울 강남지역 한 병원장이 익명으로 치료비를 전액 부담했다던가 피해자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새 거주지를 마련해줬다는 등의 아동 성폭행 대책과 정책 마련을 위해 꼭 필요한 기사도 있습니다만 언론에게는 아무래도 이런 긍정적인 기사 보다는 '피해자 신상털기'가 훨씬 더 장사가 되는 모양입니다. 범죄 피해자의 인권에 대해서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데 평소 그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연예인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건 안봐도 뻔한 일이겠죠. 일부 기자들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알권리' 범주로 간주하는 듯 합니다.

각종 사건이나 국가 정책에 대해 국민은 당연히 '알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펜대를 쥔 언론에게 취재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도 모두 국민의 알권리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한 연예인 전처의 살해용의자와 흉기가 찍힌 CCTV까지 그런 '알권리'에 포함된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흉기를 들고 현장으로 들어가는 장면까지 굳이 전파를 타야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MBC '기분좋은날'에서 공개된 가해자 동영상이 사건 수사에 도움을 주리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단지 피해자가 연예인의 전처였기 때문에 그런 화면을 공개한 것입니다.

최근 '메이퀸'에 출연하고 있는 연예인 '재희'의 결혼사실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이후 다른 언론들 역시 재희의 결혼 사실을 언급하며 '극비 결혼'이냐 '비공개 결혼'이냐를 두고 각종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제가 인상을 찌푸린 것은 연예 매체들이 그 소식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왜 이걸 공개하지 않았냐'는 식의 괘씸하다는 반응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당연히 공개해야하는 일을 비밀로 했다는 반응, 범죄자라도 되는 듯 취급하는 태도에 황당하다는 기분까지 들더군요. 아니 왜 연예인의 사생활은 당연히 공개해야하는 걸까요.

더군다나 결혼상대자는 연예인도 아니고 평범한 일반인입니다. 재희의 결혼이 공개되면 연예계와는 전혀 관계없는 한 사람의 신상정보가 드러나는데 그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치 범죄자의 뒤를 캐듯 극비 결혼 사실을 공개한 언론이 정말 추잡해 보이더군요. 혼인신고를 하고 출생신고까지 마친 재희의 결혼생활이 범죄와 연루되었거나 비윤리적인 무엇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황당할 뿐입니다. 연예인들의 장례식장에서 연예인들이 우는 모습을 촬영하고 그들을 향해 '지금 기분이 어떠시냐'고 묻는 일 만큼이나 웃기는 일입니다.

반면 이런 언론의 적극적인 취재 경쟁은 전국민이 알아야할 정치인들의 비리와 사생활 앞에서는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란죄로 처벌된 부당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던가 대통령 형이 관련된 불법 정치자금 수사, 내곡동 땅수사같은 살아있는 권력의 각종 부정 부패엔 침묵하는 그들은 유난히 범죄 피해자와 연예인들에게는 가혹하고 잔인합니다. 이러니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있을 때 마다 그 정치인들을 대신해 일반인과 연예인들이 고생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대신 관심을 받을 화제를 터트린다는 것이죠.

우리 나라엔 '알권리'가 필요한 영역이 많습니다. 물론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좋은 컨텐츠라는 점은 알겠지만 굳이 알권리를 충족해야할 사건들을 두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해당 연예인이 '사생활팔이'를 하지 않겠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굳이 찾아가서 취재할 필요도 없고 아무리 팬이라도 그렇게 알게된 정보는 반갑지 않습니다. 이런 걸 당연시하는 태도가 결국 아동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무분별한 취재를 더욱 부추기게 할 것입니다. 이런 취재 분위기 이제는 바뀌어야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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