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툭하면 구설에 오르는 MBC표 막장 드라마, 방송사고

Shain 2012. 10. 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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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또래의 아주머니들에겐 일일드라마가 꽤 재미있다고 합니다. 하루종일 바쁜 일과를 마치고 저녁까지 먹고 나면 한결 느긋해지는 저녁 시간.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우면서도 TV 시청에 별다른 지식이 필요하지도 않고 딱히 복잡하지도 않은 그런 류 드라마들이 그 시간엔 제격이라고 하더군요. 또 어머니 나이쯤 되면 (자기 일이 아니라도) 외간 여자에게 빠져 바람피우는 남편에 분노한 경험이 한두번쯤은 있고 실제 세상 일이 드라마 보다 더 '막장'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드라마 내용과 똑같지는 않아도 '그럴 수도 있겠지'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일일 드라마 '그대 없인 못살아'가 대표적인 그런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부인 몰래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편이 강경하게 이혼을 요구하고 그 부인을 전부터 사랑하던 남편의 친구가 그 부인에게 다시 구혼하고 그랬는데 그 부인과 남편의 친구는 알고 보니 남매 간이었다는 '놀라운' 전개에 이모뻘은 될 듯한 아내와 결혼했더니 그 아내가 백혈병이고 그런 자식들 꼴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치매에 걸린다는 '극적인' 이야기에 웬만큼 드라마 좀 봤다는 어머니도 기가 차신 모양입니다.


돌이켜 보면 MBC표 일일 드라마가 재밌는게 참 많았죠. 어머니는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방송에서 묘사하니 하면서도 눈길을 뗄 수 없던 MBC 드라마를 시청하다 MBC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까지 시청하곤 했다고 하십니다. 드라마 내용이 막장이니 말세니 해도 돌이켜 보면 기억에 남는 재밌는 드라마도 많았다는게 어머니의 총평입니다. 한때 MBC가 '드라마 왕국'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많은 드라마를 히트시켰으니 말이 많은 만큼 화제작들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민간방송 SBS가 출현하고 KBS가 드라마 제작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면서 - 사실 자본력으론 수신료를 징수하는 KBS를 따라갈 곳은 없습니다 - MBC의 드라마 왕국 아성은 흔들립니다. 재미나 자극적인 면에선 SBS를 따라갈 수 없고 세트나 인력 투입에는 KBS를 따라갈 수 없으니 시청률 경쟁에서 뒤지게 된 것입니다. 주말 드라마 시청율은 이미 예전에 포기한 것 같고 수목드라마의 시청률 부진은 물론 때로는 가장 공을 들이는 편인 월화드라마의 시청률도 최악을 기록합니다.

올초에는 김재철 사장 퇴진 요구를 둘러싼 MBC 노조의 파업과 함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제작이 부진했고 시청률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하락하고 맙니다. 보도프로그램 제작에 압력을 가했다는 노조원들의 주장을 무시한 김재철 사장은 그때부터 '막장드라마'를 찍기 시작합니다. 정직원인 MBC 노조원을 배제하고 계약직 직원을 뽑아들이는가 하면 파업을 일으킨 일부 노조원을 중징계하고 고소하는 등 강경대응을 시작하죠. 최근에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조건으로 노조원들이 제작에 복귀했지만 그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PD수첩' 작가를 해고하는 등 더욱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갖은 비리 의혹이 제기된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과거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직접 이어가겠다는 듯 드라마 보다 더 막나가는 'MBC표 막장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스포츠 중계인 올림픽 중계를 예능프로그램 컨셉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실격 판정을 받아 당황한 박태환 선수에게 무리한 인터뷰를 시도해 대국민적인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모 아나운서의 독특한 모자 패션이나 방송 리포터가 노출 복장으로 비난받은 일은 모두 그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입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방송의 본분을 자각한 노이즈 마케팅이란 지적을 피할 수가 없었죠.

사실 오늘 방영된 막장드라마는 최근 MBC의 그 어떤 방송사고 보다도 최악이었습니다. 3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던 MBC는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아 항소중인 새누리당 김근태의원의 사진 대신 작년에 작고한 '故 김근태' 민주통합탕 상임고문의 사진을 내보낸 것입니다. 고문으로 고생했던 故 김근태 의원의 개인사를 봐서도 그렇고 '선거법 위반'이라는 범죄의 심각함을 생각해서라도 이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인 동시에 제작진은 물론 사장까지 머리를 조아려야할 일인 것입니다.

무엇 보다 명색이 '언론'이라는 한 공중파 방송사가 우리 나라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故 김근태 의원의 얼굴을 모른다는 건 창피한 일입니다. 정치부 기자들이라면 당연히 모를 수 없는 인물을 헷갈려 엉뚱한 자료화면으로 내보냈다는 것 즉 당선무효형을 받은 많은 인물들 중 하필 동명이인을 선택해 故 김근태 의원의 얼굴을 내보냈다는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의적인 행동이 아니었나 의심하고 있습니다. 고의가 아니라면 MBC 뉴스가 정치권에 대한 일반 상식 조차 없는 초보를 현장에 동원했다는 뜻이니 어느 쪽으로도 망신입니다.

한때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잘 나가던 MBC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드라마하면 MBC였고 뉴스 프로그램하면 MBC라며 치켜올려주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안으로 밖으로 막장드라마를 만드는 대표방송국이 되어버렸습니다. 시청률이 곧 제작비라는 드라마는 어쩔 수 없다 쳐도 보도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까지 부정하면서 막장으로 만들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이번 사태는 최근 공정성 문제로 비판받는 MBC의 부실한 한 단면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MBC는 이 방송사고에 대해 공식사과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해당 방송 동영상은 그 부분이 삭제된 채 제공중이라고 합니다. 올림픽 때도 그렇고 늘 아무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는 것도 최근 MBC표 막장 드라마의 한 단면이다 보니 - 막장 드라마들은 아무리 엄청난 일이 일어나도 마지막엔 화해를 하곤 하죠 - 사과를 해도 형식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작은 실수로 사장까지 나서서 사과하는 건 오버라구요? 명색이 언론이라는 방송사가 오보 문제를 작게 보는 자체가 '막장'이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건지 참 갑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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