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MBC 연기대상, 주인공 이름도 틀린 '빛과 그림자' 굴욕은 예정된 일

Shain 2012. 12. 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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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한해 MBC 드라마는 유난히 막장 드라마, 연기력 논란이 자주 일었던 것 같습니다. 오로지 시청률 만으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평가하는 운영진 덕인지 꽤 많은 작품이 구설에 올랐습니다. 어제 방송된 'MBC 연기대상'은 '작품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시끄러워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던 드라마들의 잔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제가 '막장'이라 분류한 드라마들 중에는 의의있는 드라마들도 많았고 언제나 그렇듯 말도 안되는 극단적 시나리오에도 열연을 펼치는 연기자들은 인정합니다만 그래도 그걸 상까지 줘가면서 격려해야하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네, 원래 시상식이라는게 어떻게 해도 말이 많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다양한 만큼 고만고만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를 놓고 평가를 하다 보니 누구나 백프로 수긍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란 법은 없습니다. 거기다 해마다 뒷말이 많았던 부분 즉 MBC 연기대상이 MBC를 위해 공을 세운 연기자들을 위한 공로상이냐 아니면 진짜 연기를 잘한 배우들끼리 나눠먹기 위한 잔치이냐 그것도 아니면 MBC 경영진에 잘 보인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자리냐 하는 논란까지 겹쳐지면 그 어떤 시상식도 잡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죠.

아무 상을 수상하지 못한 안재욱에게 미안함을 표시한 대상 조승우.


그러나, 한 시상식의 시상 기준이나 수상자가 여러모로 공통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면 비난받는게 당연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정 배우나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란 거죠. 이번 'MBC 연기대상'은 막장 드라마든 뭐든 시청률 1위 드라마면 무조건 공로상을 준다는 원칙과 MBC 경영자에게 잘 보인 드라마들을 중심으로 시상받았다는 평을 받는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덕분에 '잔치'라고 해야할 시상식도 이상해지고 상을 받을만했던 배우들의 노력까지 덩달아 폄하되는 것같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누가 뭐래도 가장 충격적인건 10개월 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빛과 그림자'에 공로상 성격의 수상도 또 나눠먹기 수상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연기력이나 다른게 부족했다면 모를까 연기자들의 기량도 늘 최고였던 드라마가 바로 '빛과 그림자' 였습니다. 기본 방영분량 50회도 벅찬데 무려 14회라는 비정상적인 연장에도 불구하고 안재욱을 비롯한 여러 연기자들은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했습니다.

같은 상반기 방영작이지만 '빛과 그림자' 보다 더 먼저 종영된 '해를 품은 달'이 많은 상을 싹쓸이한 것에 비해 10개월 가까이 시청률 1위를 지켜준 '빛과 그림자'는 유채영 역의 손담비가 여자 우수연기상을 장철환 역의 전광렬이 황금연기상을 수상한 것이 고작입니다. 작가상이나 최고의 드라마상까지 받지 못했으니 시청률, 연기, 공로 면에서 다 밀려버린 것입니다. 인기가 너무 좋아서 연장방송까지 해야했던 드라마가 뭐가 모자라 이런 대접을 받은 건지 납득이 가지않습니다.

'해를 품은 달'처럼 싹쓸이 수상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최우수 드라마'나 안재욱의 '대상' 수상을 노려봄직했으나 안재욱이 당시 연기자들을 대표해 14회 연장에 반대했던 탓인지 최우수상 하나 조차 시상받지 못하는 굴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덧붙여 많은 팬들은 MBC가 70년대 유신시대의 암울함을 조명한 이 드라마를 알아서 평가절하한 것이 아니겠냐고 합니다. 드라마는 분명 각종 법정 자료와 고증받은 시대자료로 70년대를 묘사했으니 '꿀릴' 것이 없지만 MBC가 알아서 현 대통령 당선인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겠냐는 것입니다.

궁정동에서 젊은 연예인 지망생들과 학생들을 모아 그분에게 알선하고 '승은'을 입은 연예인들이 정권 실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연예계와 권력층의 검은 커넥션, 그리고 조폭, 신군부, 로비스트 활동과 정치자본 문제까지 묘사한 이 드라마는 많은 호응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권력에 짓눌린 주인공 강기태의 고난이 커지면 커질수록 장철환같은 권력자들에 대한 복수가 성공적이길 응원하곤 했죠.

시상에서 제외된 것도 서러운데 이름까지 틀리게 기재된 '강기태'


연기자의 굴욕도 굴욕이지만 연기대상 운영진들은 주인공 '강기태'의 이름을 '김기태'로 부르고 표시하는 큰 실수를 범하고 맙니다. 아무리 수상작들 이외에 드라마에는 관심이 없다지만 노골적으로 '김기태'로 나레이션을 하고 두번에 걸쳐 '김기태'로 등장하니 이 드라마 대놓고 찬밥이네 싶더군요.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이 10개월 동안 고생한 공로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마의'의 조승우를 좋아하고 이병훈 PD도 좋아하지만 아직 절반 밖에 방영하지 않은 드라마와 10개월 동안 성공한 드라마를 이런식으로 차별한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MBC 연기대상'의 어제 시상 기준은 누가 뭐래도 일단 '시청률'입니다. 그 증거로 2부에 발표된 여성 수상자들 즉 굵직굵직한 최우수 연기자상을 받은 여성 배우들은 대부분 한번씩 연기력 논란을 겪었던 배우들입니다.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이나 '메이퀸'의 한지혜는 아역 연기자 김유정 보다 연기를 못한다는 악평을 받았던 배우이고 평가가 극과 극이지만 성유리나 손담비 역시 연기력으로는 '최고'라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빛과 그림자'가 밀리니 지켜보던 팬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2012년 한해 MBC 드라마의 경향성은 한마디로 '막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동학대에 출생의 비밀, 그리고 삼각관계에 기억상실증까지 제대로 꼬인 '신들의 만찬'이나 '그대없인 못살아'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최악의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메이퀸'이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셋이란 설정으로 그간의 호평을 말아먹었다는 걸 오랫동안 보신 분들은 잘 아실테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특성상 작년 한해 MBC에도 '연기력'으로 칭찬받을 배우들이 많았고 '사회적인 의의'가 있는 드라마도 있으며 '좋은 드라마'로 상을 받을 만한 작품들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방송사 시상식이니까 공정성 포기하고 나눠먹기, 공로상 다 인정한다 칩시다. 그럼에도 공을 세우고 시상에서 빠져버린 '골든타임'이나 '빛과 그림자'를 보면 안타깝다는 심정을 넘어서 너무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오죽하면 대상 수상자인 조승우가 '안재욱에게 가장 죄송하다'며 상을 주겠다는 수상 소감을 말해야했을까요. 연예계의 빛과 그림자를 묘사한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마지막은 모두가 보상받는 따뜻한 해피엔딩이었지만 어제의 시상식은 벗어날 수 없는 연예계의 그림자를 제대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한때 드라마 왕국이었던 MBC 드라마의 몰락을 보여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올한해 방영된 드라마를 한번쯤 정리해보고 싶었으나 컨디션 문제로 제대로 하지 못했군요. 방문하신 여러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올 한해도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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