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상주 웅진폴리실리콘 염산유출 사고, 우리는 정보가 부족하다

Shain 2013. 1.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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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라기 보다는 재앙에 가까웠던 구미 불산유출사고 때문에 주변에 화학공장이 있는 농가들은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불산유출사고로 해당지역 주민들은 각종 농작물이 모두 말라붙는 처참한 피해를 입고 거주지에서 피신해 오랫동안 힘든 생활을 해야했습니다. 오랫동안 잔류하는 화학물질의 특징상 토양에 남아 있는 불산 성분이 모두 사라졌다고 할 수 없으니 언론의 관심이 식어버린 지금까지도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라 볼 수 있지만 그들에 대한 보상이나 상황은 영 석연치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제 발생한 상주 웅진폴리실리콘의 염산유출 사고 역시 비슷한 수준의 큰 재앙이 되는 건 아닐까 우려했습니다. 상주군 청리면 주변의 주민들이 짧은 시간 동안 대피하고 밤새도록 소방방재청의 인력이 유출된 염산을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불산처럼 당장에 인근 토양과 지하수에 피해를 끼치는 건 아닌지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지만 혹시나 폭발성 물질 때문에 사고가 나는 건 아닌지 불안에 떨어야했습니다.

웅진폴리실리콘과 가까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사고 수습에 주목하고 있다.

저의 고향집은 지리적으로 웅진폴리실리콘이 위치한 상주시 청리면과 가깝습니다. 다음 지도에서 사고발생지역과 거주지와의 거리를 계산해보니 불과 10-15키로 사이로 가깝다면 가까운 위치더군요. 가장 먼저 염려된 것이 인근 지역의 인명사고 즉 호흡기 질환이나 피부질환같은 사고이지만 그 다음은 이번 염산사고가 식수원이나 공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다행히 염산과 불산은 성질이 달라 피해가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TV에서 방송되는 보도를 100퍼센트 신뢰하기 힘들다는 점도 걱정을 배가시켰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른 날에 비해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공기도 탁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혹시나 이 우중충한 날씨도 염산 사고 때문이 아닐까 싶더군요. 실제로 어제 사고 발생 직후에도 연기가 너무 많이 나 주민들이 혹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어 신고를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업체인 웅진폴리실리콘 측은 사고 발생 이후 사건을 은폐, 축소시키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고 과정 자체가 이렇게 미심쩍으니 혹시나 더 큰 피해가 있는 건 아닌지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지금 해당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오로지 TV 뉴스 뿐입니다. 해당업체 홈페이지에는 자세한 사고 수습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에 대한 정보는 커녕 사고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형식적인 사과문 하나 올라와있지 않습니다. 홈페이지만 보고 있으면 여전히 '웅진폴리실리콘'은 정상영업 중인 멀쩡한 업체입니다. 유출된 염산의 양은 모두 200여톤 어제 내렸던 대피 명령은 곧 해제되었지만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며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할 것 같습니다.

2012년 1월 13일 오전에 캡처한 웅진폴리실리콘 홈페이지. 사과문과 사건 개요는 올라와 있지 않다.

어제 사고가 발생한 인근 주민들 중에는 매캐한 냄새 때문에 두통을 호소한 사람들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반면 공장이 가동중이지 않은데다 누출된 것이 액체상태인 염산이 아니라 염화수소였기 때문에 피해가 적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염화수소 자체는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유독가스로 금속을 부식시키는 치명적인 성분입니다. 장기간 염화수소에 노출될 경우 통증과 함께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독성 물질이다 보니 지금 당장 걱정할 건 인명 피해 보다는 2차 피해의 발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불산' 보다는 덜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작년에 발생한 여수산업단지 유출사고에서는 4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 치료를 받는 등 안전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물질입니다. 번번이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사람들이 죽는 건 아닌지 장기적인 휴우증에 시달려야 하는 건 아닌지 인근 주민들은 당연히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사고업체는 어떤 경우에 위험하고 접촉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하는지 당연히 알려줘야할 책임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지난 구미 불산유출사고 때도 느낀 것이지만 이번 상주의 염화수소 누출사고에서도 느낄 수 있는 건 정확한 정보의 부족입니다. TV 뉴스는 늘 '괜찮다'는 말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려 하지만 시청자들이 바라는 건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위험하며 어떻게 방제 작업과 현장사고 수습이 이루어질 것이며 만약 피해가 있었을 경우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나하는 딱 부러지는 정보입니다. 막연히 사고가 났다는 소식 만 접했다가 엄청나게 큰 사고 휴우증을 접하는 경우도 있고 불분명한 정보로 루머가 퍼져나가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렇게 부족한 정보로는 불안감이 가중될 뿐이다.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한 시청자들.

안일하게 아무 지역에서나 공장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사고가 나면 우왕좌왕 뛰어다니기 보다 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는 어떤 매뉴얼로 사고에 대응해야하며 사고 발생시 근방에 피해가능성과 위험성을 즉각 고지하고 안전과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법령으로 정해놓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유출 사고 뒤에는 괜찮다 괜찮다 하다가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를 적잖이 볼 수 있는듯하네요.

특히나 상주 지역처럼 농산물 출하가 많은 곳일 경우에는 인근 지방 농산물이나 상품에 아무 피해가 없다는 확답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주시 청리 지역은 다른 상주 지역에 비해 '곶감'같은 생산품은 적지만 농사를 많이 짓는 곳으로 국민들에게 '염화수소가 유출된 곳'이란 안좋은 인식이 퍼져나갈 경우 생각지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피해가 발생할 경우 공장을 부실하게 관리한, 사고책임업체 웅진폴리실리콘 측에서 적극적이고 확실한 책임을 약속할 수 있어야겠지요. 3년전에도 발생했다는 걸로 봐서 누출 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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