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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유산, 끝나지 않는 민채원의 시집살이 관전평

Shain 2013. 2. 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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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방송된 '백년의 유산' 8회 마지막 장면이 꽤 극적이었죠. 민채원(유진)은 자신의 여행 가방을 찾으려 방영자(박원숙)의 뒤를 밟습니다. 이혼을 마음먹고 집을 나설 때 챙긴 가방이니 여행가방 안에는 채원이 기억을 잃기전 챙겨둔 신분증이나 이혼서류같은 여러 자료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몰래 뒤를 밟아 지하실에 들어가는 건 성공했으나 방영자가 문을 잠그고 나가는 바람에 채원은 혼자 지하실에 갇히고 그 충격으로 자신의 과거를 모두 기억해냅니다. 어딘가에 감금되었다는 무서움은 그게 처음이 아니었으니까요.

이 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방영 첫주에 당당히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물론 100년된 국수 공장을 배경으로 어떤 자식들에게 국수공장을 물려줄까 고민하는 엄팽달(신구)과 국수 사업을 가업으로 물려받기 싫으면서도 백억 가치의 밀밭이 있다는 말에 가업을 잇겠다며 달려드는 남매들의 이야기는 그럭저럭 참 훈훈합니다. 그러나 비현실적일 정도로 민채원을 괴롭히는 방영자의 시집살이는 눈쌀이 찌푸려지면서도 매운 음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 먹는 것처럼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방을 찾으려 방영자의 뒤를 밟다 지하실에 갇힌 민채원. 채원의 인생을 발목잡는 시집살이.

채원이 시집살이를 하고 마마보이 남편 김철규(최원영)나 못되먹은 시누이 김주리(윤아정)에게 무시당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을 속터지게 만들 정도입니다. 이혼한 민채원이 재벌 아들 이세윤(이정진)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게되는 내용.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창작된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흥미를 느끼는 건 어디까지나 시집살이가 너무나 독하기 때문이죠. 억울한 주인공은 잘 살게 되고 못된 시어머니는 쫄딱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시청하게 됩니다. '짜고치는 고스톱' 티가 너무 나지만 '습관적'으로 채원이 잘됐으면 싶은 겁니다.

민채원이 행복해지려면 일단 김철규와 이혼부터 해야합니다. 방영자의 집에서 빠져나와 엄팽달의 국수공장에서 일하고 그 국수공장을 방영자의 식품회사 만큼 큰 규모로 키워야 돈도 실력도 밀리지 않는 '복수'를 할 수 있습니다. 전체 50부작이니 아직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설명도 다 안됐고 또 이혼 후에도 방영자가 이세윤과 민채원의 사이를 방해할 '악의 축'으로 활약할 것 같으니 당분간은 계속해서 속터지는 장면을 계속 봐야할 것 같습니다만 일단은 '방영자'라는 시어머니와 같이 살지 않는 것만 해도 첫번째 목표는 달성입니다.

이혼하고 이세윤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단 내용은 누구나 예상 가능. 그러나?

그러나 민채원 캐릭터의 '시집살이'는 방영자로 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세윤은 극중에서 약혼녀를 교통사고로 잃고 미각 마저 상실한 불행한 남자로 등장합니다. 세윤은 약혼녀를 사랑했으나 어머니 백설주(차화연)가 그 약혼녀와의 결혼을 극구 반대했다고 합니다. 백설주는 유난히 외동아들 세윤에 대한 집착이 강한데 품위있는 사모님답게 늘 차분하면서도 남편 이동규(남명렬)과 아들 세윤에게 숨기는 비밀이 있습니다. 한밤에 잠들지 못하고 몰래 술을 마시기도 하고 같은 고아원 출신이라는 양춘희(전인화)를 멀리하기도 하죠.

설주의 세윤에 대한 집착은 뭔가 좀 수상합니다. 남편과의 대화로 유추해보니 설주는 고아 출신이라 남편과 결혼할 때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던 모양입니다. 또 결혼을 하고도 결혼을 반대했던 시어머니는 설주에게 아들을 낳지 못한다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당신 어머니하고 마주칠까봐 늙어서 죽는 것도 겁난다'는 설주는 '아들낳기 전에는 이씨집안 며느리도 아니라며 혼인신고도 못하게 펄펄 뛰셨다'고 자신의 시어머니를 기억합니다. 세윤의 출생에 엄청난 비밀이 있을 거란 전조인 동시에 세윤의 짝은 누가되든 '시집살이'에 '당첨'된다는 뜻입니다.

같은 고아원 출신이라는 양춘희와 백설주. 세윤에겐 출생의 비밀이 있다?

백설주는 세윤이 좀 더 좋은 사람과 결혼하길 원했다며 세윤을 위로합니다. 다음엔 누굴 데려오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말도 합니다. 그러나 방영자의 딸이자 싹싹해보이는 김주리가 오랫동안 세윤을 사랑했고 가난한 국수집 딸인 민채원은 이혼 경력이 있는 여성이니 백설주의 마음은 당연히 김주리에게 기울게 될 것입니다. 더군다나 자기 자식 일이라면 나쁜 짓도 서슴치 않고 저지르고 채원을 방해하는 일이라면 더욱 발벗고 나설 방영자니 채원의 가시밭길은 뻔한 일이구요. 악독한 시어머니를 벗어났나 했더니 이번엔 모성애 넘치는 시어머니가 나타날 거란 뜻입니다.

그리고 백설주의 고아원 동생으로 등장한 양춘희는 아무래도 이세윤의 친엄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30년동안 미국에 살았던 양춘희는 모르는 것 같지만 시집살이 스트레스를 받던 백설주가 은밀히 아들을 가로챈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춘희와 세윤이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백설주는 춘희에게 다시 미국으로 가라는 둥 계속해서 떠나라 종용합니다. 그런 양춘희가 민채원의 아버지인 민효동(정보석)과 결혼하면 세윤의 장모가 됩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든 마주치지 못하게 하고 싶은 백설주가 결혼을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가 생기는 셈입니다.

민채원의 '네버엔딩' 시집살이 이야기 백년의 유산.

흥미롭게도 민채원은 '시집살이'하고 뗄래야 뗄 수가 없는 희한한 운명(?)의 캐릭터인가 봅니다. 꿈에 나올까 무서운 악독한 시어머니에게서 탈출했더니 이번엔 아들을 너무 사랑해서 결혼을 반대할 수 밖에 없는 불쌍한 시어머니에게 시달릴 운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옛날 시어머니도 새출발을 방해하며 계속 괴롭히려고 대기중이구요. 우여곡절 끝에 세윤과의 결혼에 성공해도 양어머니로 들어온 여성이 '진짜 시어머니'라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뭐 좋은 시어머니냐 나쁜 시어머니냐의 차이는 엄청나겠지만 캐릭터로서는 상당히 흥미진진하네요.

몇년전만 해도 '막장' 드라마 그러면 짜증부터 났겠지만 요즘은 미드의 '소프오페라'처럼 '막장'도 드라마의 한 장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분명 연기력이 탁월한 한국 배우들이 가장 잘 찍는 드라마도 이런 장르기도 하구요. '백년의 유산'엔 이미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재벌, 삼각관계, 반쯤 미친 시어머니 등 나올 건 다 나왔습니다. 의학물, 액션물, 법정물 같은 장르 드라마에서 이런 설정을 시도했다면 처음부터 선택하지 않았을테지만 대놓고 '막장' 장르니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예측하는 재미도 괜찮겠네요. 시집살이 캐릭터 민채원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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