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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유산, 방영자의 천적 마홍주 터트릴 비밀이 더 남았나

Shain 2013. 3. 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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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짓을 일삼던 사람이 천적을 만나 괴롭힘당하는 장면은 속이 시원합니다. 착한 며느리 채원(유진)을 가난한 집 출신이라며 미친듯 구박하던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가 채원을 정신병원에 가두고 못살게 굴더니 부유한 집 출신의 정신병 증세가 있는 새 며느리 마홍주(심이영)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돈없는 채원과 아들 김철규(최원영)를 이혼시키려 억대의 돈을 쓰고 만만한 채원에게는 할 소리 못할 소리 안가리며 잘도 퍼붓더니 마홍주에게는 혹시나 재벌 친정에서 보복이라도 할까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고 내버려두는 방영자. 독한 그녀가 정말 감당안되는 며느리를 만났습니다.

못된 시어머니 역에는 전부터 배우 박원숙을 따라올 사람이 없었죠. '한지붕세가족(1986)'의 순돌이 엄마로 유명했던 박원숙은 톡톡 쏘는 말투에 생활력강한 이미지로 며느리를 쥐잡듯 휘어잡는 시어머니 역에 제격이었습니다. 반면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의 생활력강한 장군이 엄마 역을 했던 심이영은 늘 해맑게 웃는 얼굴로 아무것도 모르는 척 똑똑한 며느리 차윤희(김남지)를 물먹이곤 했습니다. 시청자들 중에는 그 순하고 착하게 생긴 장군이 엄마가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였던 순돌이 엄마를 이겼다며 박장대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얌전하고 착하게 생긴 얼굴로 방영자를 발칵 뒤집어놓는 며느리 마홍주. 천적을 만난 방영자.

방영자가 민채원에게 워낙 못되게 굴었기 때문에 독한 맞수를 만났으면 싶긴 했습니다만 사실 방영자의 아들 김철규는 못나긴 했어도 안쓰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처신은 제대로 못했지만 채원을 죽도록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었고 혼외자로 미움받고 자란 재벌딸 마홍주의 불쌍한 사정을 가볍게 넘기지 못할 만큼 착한 마음도 갖고 있습니다. 딱히 마홍주에게 잘해주고 싶은 적극적인 애정은 없지만 최소한 미안한 줄은 알고 자신의 엄마가 좀 이상한 사람이란 것도 압니다. 그런 김철규에게 상처많은 마홍주는 어쩌면 조금은 버거운 아내인지도 모릅니다.

마홍주는 마홍주대로 못되게 구는 사연이 딱한 여성입니다. 친어머니(서권순)의 불륜으로 태어났다는 이유 만으로 형제들과 어머니에게 구박받고 자란 마홍주는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입니다. 친어머니는 마홍주를 마치 불량품을 아무대나 갖다 버리듯 방영자의 집으로 시집보냈고 무늬만 가족인 마홍주의 법적인 아버지는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사라졌습니다. 김철규가 불미스런 사연으로 이혼한 남자이자 기업계에서 소문난 마마보이란 사실은 홍주의 가족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그녀가 방영자를 대하는 태도는 자못 심각합니다.

자신의 서랍을 뒤지는 방영자에게 단박에 눈빛이 변하는 마홍주. 비정상적인 그녀의 반응에 방영자는 기겁한다.

방영자는 마홍주가 재벌 출신이라며 신혼 여행을 가지 않았을 때도 감싸고 돌았고 밥상에서 개밥을 먹이며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을 무시해도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방영자답지 않게 조용한 마홍주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합니다. 돈이면 최고라고 생각하며 마홍주를 받아들였던 방영자의 눈에도 얌전한 태도와는 달리 순간순간 기분이 변하는 마홍주가 정상은 아닌 것처럼 보이나 봅니다. '경찰 부르기전에 당장 내 방에서 나가라'며 소리지르고 '감시당하는 것 같다 숨이 막힌다'며 부르짖는 마홍주에게 방영자는 깜짝 놀라서 쩔쩔 맵니다.

방영자가 마홍주의 서랍을 뒤져 피임약을 찾아내려 한 것도 정상적인 행동은 아닙니다만 그런 방영자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신경안정제까지 먹어야할 정도로 흥분하는 마홍주도 충분히 이상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마홍주는 과거에도 그런식으로 행동을 간섭받은 과거가 있다는 뜻이고 대인관계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단 뜻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행동에 히스테릭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남들 볼 때는 친절하지만 보지 않을 때는 정떨어지는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가족들에게 질릴 대로 질린 것입니다.

가족에게 큰 상처를 받아 파괴적인 성격의 마홍주. 혼외자라는 것 말고도 다른 비밀이 있을 것같다.

사실 '씨받이를 하러 결혼했냐'는 말로 임신을 거부하는 마홍주는 겉으로 드러난 것 보다 훨씬 더 큰 상처가 있어 보입니다. '불륜으로 만들어진 내 유전자 자식한테 물려주고 싶은 마음 없다'는 말이나 '내 피속에 흐르는 불결하고 찝찝한 유전자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말은 심각한 자기혐오에 자기 부정입니다. 굳이 맞선 자리에서 이런 형식적인 자리에 억지로 나왔다며 홍주에게 호감을 보이지 않는 김철규를 선택한 이유가 대체 뭐였을까요. 어쩌면 그것은 김철규에게 정상적인 가정 생활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좋단 뜻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혼해도 만만하고 사랑하지 않으니 부담없단 뜻이었던 겁니다.

마홍주의 이런 행동 패턴은 일종의 파괴본능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란 울타리를 불신하는 마홍주가 정상적으로 사랑하고 결혼생활을 꾸려가긴 힘들 것입니다. 어쩌면 자기 가족에게서 탈출할 수만 있다면 결혼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굳이 김철규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원만한 가정을 꾸릴 자신이 없으니 삐뚤게 나가보자는 막가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마마보이 김철규에게 숨겨진 따뜻한 마음을 발견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처음 만난 김철규에게 그런 걸 기대했다는 자체도 이상한 일이죠.

방영자에 질문에 '그런 적 없다'며 입을 다무는 미세스박. 분명 마홍주에겐 다른 비밀이 있다.

아직까지 방영자는 마홍주가 재벌가 혼외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마홍주의 비밀은 이게 끝이 아닐 거 같습니다. 가장 수상한 건 방영자를 경계하는 미세스박(전성애)입니다. 홍주엄마가 미세스박을 굳이 방영자의 집으로 보낸 건 홍주를 편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기 보다 혹시 태산그룹에 해를 끼칠 사고를 치지 않나 감시하고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는 홍주를 감당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방영자가 '친정에서도 가끔씩 상태가 안 좋았었냐'고 묻자 입을 굳게 다물며 '그런 적 없다'고 대답하는 미세스박의 태도에서 과거에도 마홍주가 자해를 비롯한 위험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나 짐작해보게 합니다.

'백년의 유산'에서 마홍주 만큼 눈길을 끄는 캐릭터도 드물지만 한편으로는 김철규 만큼 불쌍한 캐릭터입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김철규에게 팔베개를 요구하고 아이는 싫다면서 강아지를 아끼는 그녀에게는 분명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랑받고 살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전처를 사랑하는 남편에게 애정을 기대하는 여린 모습이 참 안쓰럽다 싶으면서도 한동안은 돈 밖에 모르는 방영자가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다룰 수없는 마홍주 때문에 고생할 걸 생각하니 고소하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저 상태라면 충분히 더 큰 일을 벌이고도 남을 마홍주입니다. 방영자가 아무리 잔인해도 앞뒤 안가리는 마홍주를 상대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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