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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유산, 방영자 안하무인 며느리를 나무랄 수 없는 이유

Shain 2013. 3. 2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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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렇게 악랄한 시어머니는 없다고 비난을 퍼부었더니 그에 못지 않은 막장 며느리가 또 화제입니다. 드라마 '백년의 유산'의 방영자(박원숙)는 며느리를 괴롭히다 못해 정신병원에 가두고 불륜까지 엮어 쫓아낸 막나가는 시어머니입니다. 자신의 소원대로 며느리와 아들 철규(최원영)가 이혼하자 앓던이가 빠진 것처럼 속시원하다며 냉큼 재벌가와 맞선을 보았고 태상그룹 막내딸 마홍주(심이영)를 새며느리로 들였습니다. 그랬는데 이 며느리의 행동이 시어머니 못지 않게 문제입니다. 못된 시어머니가 당하는 건 고소하다 싶을 정도로 통쾌하지만 윗어른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가 그래도 되는거냐며 말이 나왔다는군요.

사실 아무리 방영자가 막가는 캐릭터라고는 해도 '장유유서'를 배우고 자란 세대라면 며느리 마홍주의 행동을 불만스럽게 생각할 만도 합니다. 아직까지 방영자는 마홍주에게 못된 발톱을 드러낸 적이 없고 밥상에 강아지를 데려오지 말라거나 어서 빨리 임신하라는 일반적인 이야기만 했을 뿐입니다. 그런 시어머니에게 못마땅한 기색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반발하고 '씨받이하러 결혼한 줄 아느냐'며 막말하는 며느리는 정서적으로 불편할 수 있죠. 더군다나 어제는 결혼하고 처음 맞는 시아버지 제사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대학동창모임이 있다며 나가버렸습니다.

막장 시어머니 VS 막장 며느리. 요즘 이 두 사람에 대한 반응이 흥미롭다.

방영자는 누가 봐도 못된 시어머니고 그런 방영자가 재벌집 출신 며느리에게 쩔쩔 매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착한 며느리를 그렇게 못살게 굴더니 못된 며느리를 만나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모습이 통쾌하다는 평도 많습니다. 그러나 마홍주의 캐릭터가 불만이라는 사람들은 방영자를 혼내주기 위해서 기본적인 인성에 문제가 있는 며느리를 옹호해도 되느냐는 말이겠죠. 남편을 비롯한 집안 사람들을 모두 무시하는 안하무인에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거칠것없이 행동하는 마홍주도 악역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정작 방영자 만큼 못된 시누이 김주리(윤아정)에게 당하고 있는 주인공 민채원 때문에 시청자들은 답답할 만큼 답답해진 상태입니다. 간신히 이혼하고 재벌 아들 이세윤(이정진)과 친해졌나 했더니 세윤은 멍청하게 방영자와 김주리의 거짓말에 휘둘리고 채원이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채원을 오해하고 실망했다고 합니다. 이 못되먹은 방영자 모녀에게 속시원하게 복수해야할 사람은 민채원인데 왜 엉뚱한 마홍주가 방영자에게 '복수'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미세스박(전성애)과 쌍으로 방영자를 약올리는게 속은 시원하나 틀린 지적은 아닙니다.

정작 복수가 필요한 주인공이 오해받고 당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못된 며느리가 복수한다?

물론 어차피 방영자는 못된 시어머니고 이런 극단적인 설정의 재미가 펀치를 날리면 어떻게 카운터 펀치를 먹이느냐 하는 일종의 '게임'차원의 문제니 굳이 누가 복수를 하면 어떻고 좀 눈쌀찌푸릴 정도로 '막장'스런 행동이면 어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시청하는 가족 드라마이다보니 그런게 눈에 거슬리나 봅니다. 특히 비상식적인 시어머니의 행동에 소리를 지르며 바락바락 대드는 모습은 정신병자같다며 방영자와 마홍주의 만남을 사이코와 사이코의 만남이라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속시원하기는 해도 막장논란을 피할 수 없는 설정이긴 합니다.

전에도 포스팅했듯 개인적으로 마홍주의 캐릭터는 꽤 흥미롭습니다. 재벌가 혼외자로 태어났다는 상처 때문에 다소 파괴적으로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그녀는 겉으로는 매우 얌전하고 순종적인 참한 아가씨입니다. 속으로는 곪을대로 곪아서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솔직하게 말을 못하고 각종 마음에 없는 말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비정상적인 캐릭터죠. 그런 마홍주가 방영자의 천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살아온 그녀의 가정 환경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는 남부러울 것없는 재벌가에서 아버지는 달라도 어머니가 같은 형제들에게 당했던 멸시와 혐오를 뼈저리게 경험한 마홍주입니다.

돈없는 집 며느리를 구박했으니 돈많은 집 며느리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돈의 노예 방영자.

마홍주는 아버지와 형제들 앞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반항할 수 없는 철저한 약자였습니다. 돈의 논리, 힘의 질서로 돌아가는 그들의 세계에서 핏줄이 다른 마홍주는 가장 약한 존재였습니다. 반면 방영자에게 마홍주는 시어머니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돈많은 대기업 딸입니다. 힘과 돈을 어떻게 과시하는지에 익숙하는 마홍주는 본능적으로 위선적인 시어머니 보다 자신이 위라는 걸 압니다. 홍주가 혼외자라는 걸 모르는 방영자는 홍주에게 함부로 했다가 사돈댁에 귀에 들어가면 어쩌나 걱정합니다. 마홍주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방영자가 어쩌지 못한다는 걸 아는 것입니다.

방영자가 민채원을 마음놓고 괴롭혔던 이유도 이것과 같은 이유였습니다. 돈에 쉽게 굴복하는 방영자에게 돈없는 친정을 가진 민채원은 함부로 대하고 무시해도 되는 존재였습니다. 채원이 착하고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잘한다는 장점 따위는 방영자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맞선자리에서 그런 방영자의 약점을 한눈에 간파한 마홍주가 이제는 역으로 자신이 대기업 딸이란 이유로 방영자를 무시하는데 어떻게 방영자가 반발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며느리가 안하무인이라도 돈이 최고인 방영자는 마홍주를 건드릴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방영자 가족은 '돈많은' 마홍주를 감당할 수 없다. 민채원의 활약이 필요한 시점.

이미 방영자의 자식들은 엄마의 생일도 잊고 가족들 간의 사랑 보다는 체면을 더욱 중요시하는 '막장 가족'입니다. 그나마 겉으로 제일 멀쩡해보였던 딸 김주리도 손윗 올케 채원을 땡처리도 못할 물건이란 뜻으로 '땡'이라 부를 정도로 인성이 바닥인 인물이었습니다. 자기 밖에 모르는 이 가족들에게 아버지의 기일이나 어머니의 체신이 뭐 중요할게 있을까요. 백억 재산 때문에 다투고 싸워도 언젠가는 서로를 위하는 국수집 가족과는 삶의 기준 자체가 다른 사람들입니다. 며느리가 함부로 해도 야단칠 수 없는 가족을 만든 사람이 방영자 자신이니 할 말이 없겠죠.

이세윤과 민채원의 관계도 어긋나고 백억 유산 다툼 중인 민채원 가족도 양춘희(전인화)와 민효동(정보석)의 결혼으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엄팽달(신구)이 내건 백억은 처음부터 없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비밀이 드러나면 민채원이 국수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죠. 마홍주의 응징도 시원하지만 어서 빨리 민채원이 성공하고 복수 대열에 합류해서 답답하지 않고 통쾌한 이야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막장 시어머니와 막장 며느리의 대결이 재미는 있지만 너무 오래 이어지면 지루하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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