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대한민국과 터키의 오늘,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

Shain 2013. 7. 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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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망한 길 스캇-헤론(Gil Scott-Heron)은 음악적으로는 '랩 음악의 대부'로 잘 알려져 있으나 사회운동가이자 시인 음악가로서도 유명한 인물입니다.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는 길 스캇-헤론이 1970년에 발표한 곡으로 힙합과 랩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노래로 평가받는 동시에 사회현상이나 부조리에 언론과 방송이 침묵한다는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같은 제목의 영화와 책도 여러 차례 발간된 적 있습니다. 길 스캇-헤론은 이외에도 'B Movie'같은 비판적인 노래를 많이 남겼습니다.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권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게 꽤 되었죠.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이집트,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권 국가들은 반정부 시위로 혼란에 빠졌고 그중 하나인 터키에서는 최근 격렬한 시위가 일어나 경찰이 최루탄, 물대포를 쏘며 강제진압했고 오늘만해도 탁심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강제해산되었습니다. 얼마전에는 총격으로 시위대가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터키 경찰이 시민들에게 쏜 최루탄이 한국산이라는, 웃지 못할 내용의 트윗과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한 나라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는 것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민이 죽었다는 것도 엄청난 사건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터키에 대한 소식을 자세히 알 수가 없습니다(관련기사 클릭). 우리 나라 언론이 아랍권의 반정부 시위를 비롯한 터키 관련 기사를 단신으로 처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터키의 언론도 그들 나라의 사건 사고를 쉬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시위 관련 뉴스는 트윗을 비롯한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고 전세계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는 문장이 주목받은 건 그 때문입니다.

2012년 12월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을 때 시리아 정부는 인터넷부터 차단했습니다. 그들 내부의 소식을 서방세계에 알리기 싫은 까닭도 있겠지만 자국민끼리의 연락도 막으려면 차단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언론은 이미 정부에서 장악한 상태이고 자국민 간의 연락만 막아도 반정부 시위의 확산을 막을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겠죠. 터키 역시 올 6월 제 2의 재스민 혁명이 두려웠는지 SNS를 차단했습니다. 터키 시민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로그인할 수가 없었죠. 확실히 인터넷 검열 제도가 있는 나라다운 대응책이었습니다.

터키 경찰은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터키 전역의 반정부 시위 현장 소식과 경찰의 과잉진압 뉴스를 전하던 SNS 사용자 25명을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터키 언론이 외면하고 하지 않는 일을 대신한 개인을 처벌하겠다고 나선 셈입니다. 터키 총리는 'SNS는 온통 거짓말투성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는 길 스캇-헤론의 노래 제목이 적힌 벽이 사진에 찍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문장과 사진은 이렇습니다.

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 it will be Tweeted
- http://twitter.com/OccupyWallStNYC

Occupy Wall StNYC가 올린 사진(이미지 출처 : 트위터 캡처)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에서 혁명이라는 단어를 촛불집회로 바꿔놓고 보면 우리 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은 이미 예전부터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정원 선거 개입을 두고 여러 차례 촛불집회가 열렸으나 MBC를 비롯한 공중파 방송은 이를 축소 보도하거나 묵살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전혀 비교되지 않는 속칭 '보수' 집회와 동급으로 보도하곤 합니다. 집회 참여 인원을 축소하거나 집회에서 이루어진 캐치 프레이즈를 무시하는 행위는 기본이죠. 고등학생에게 최루액을 발사했다는 뉴스도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뉴스도 이미 못본체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촛불집회 관련 뉴스와 국정원 사건 관련 의견이 트위터와 몇몇 소수 언론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상황은 지금 시위중인 터키와 거의 유사합니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은 진실을 은폐하고 '땡전뉴스'를 배포하던 70, 80년대 수준과 거의 다를 바 없습니다. 언론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 특히 촛불집회 관련 뉴스가 읽고 싶은 사람들은 트위터를 뒤져보거나 몇몇 유명인의 블로그를 읽어보면 되지만 요즘은 그마저 우르르 몰려온 욕설부대들 때문에 되돌아 나가야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국정원규탄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이미지 출처 : 트위터 캡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대중의 인식처럼 과거에는 쫓겨난 권력자는 있어도 힘없는 대중의 의견을 글로 남기거나 존중해주는 권력자는 없었습니다. 현대의 인간이 과거와 다른 것은 권력을 견제하는 제도를 갖춘 국가 안에서 살며 한 사람당 하나의 투표권이라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언론'은 권력자의 입장 보다는 국민의 입장을 존중해야하고 국가의 근간을 흐트러트리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대해서는 훨씬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런 언론은 실종되다 못해 얼어죽었고 촛불집회 현장에서 쫓겨나고 있군요.

식민지 치하였던 일제강점기부터 군부가 장악했던 70, 80년대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쓸만한 언론 하나 없이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물론 억압에 항거하는 훌륭한 언론인들이 있었습니다만 태평양전쟁 참전을 강요하는 일본과 진실을 덮은 언론의 폐해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채 살았던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어디서나 인터넷이 되고 핸드폰을 쓸 수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그때에 비해 훨씬 편리하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26일 KBS, MBC, YTN 노조는 각 방송국이 국정원 선거 개입 논란을 편파, 축소 보도한다는 내용의 언론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습니다. 언론에서 촛불집회와 국정원에 대한 정상적인 의견을 얻을 수 없다면, 촛불집회가 TV에서 방송되지 않지만 트윗은 여전히 있습니다. 참고로 어제 열린 전국적인 촛불집회에는 언론 보도된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반가운 촛불이 많이 보입니다. 가고싶었어도 참석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라면, 방송국에서 보여주지 않은 진실을 트위터에서 얻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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