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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는 '괴물 임성한'을 끌어내릴 수 있을까

Shain 2013. 12. 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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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드라마는 화제작은 많았지만 수확은 별로 없었던 한해로 기억될 듯합니다. 억대 원고료는 대수롭지 않게 받는, '비싼' 기성작가들 보다 주목받지 못하던 신인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시청률에 올인하는 방송사의 드라마 전략이 비난받았던 한해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 어느새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가 되버린 임성한이 있습니다. '인어아가씨(2002)'나 '보고 또 보고(1998)'같은 드라마들이 자극적인 설정에도 큰 호응을 얻었던 반면 '오로라공주'는 임성한의 모든 단점이 집약된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150화를 마지막으로 이번주 종영되는 것으로 알려진 '오로라공주' 남자주인공은 사망할 것인가.

 

블로그 검색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5년넘게 포스팅을 쓰면서도 임성한이라는 이름을 거론한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그의 드라마를 안본다는 뜻이고 드라마 제작을 줄였으면 싶은 대표적인 작가입니다만 그런 저에게도 임성한의 장점을 꼽으라면 몇가지 들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우리 나라 드라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악평 속에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더라는 점인데 물론 전체적인 '단점'에 비해서는 매우 미미 합니다).

첫번째는 방송가에서 주목받지 못한 신인 혹은 중고 신인들을 발탁하는 시도 입니다. 장서희는 아역 출신의 탄탄한 연기력과 노력하는 자세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인어아가씨'로 스타 연기자가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이태곤이나 윤정희같은 배우들이 임성한의 드라마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두번째는 별것 아닌 일상생활의 한 단면을 드라마 대본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아주 사소하고 별난 소재도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로로 변신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임성한의 많은 단점은 이런 장점들 마저 무용지물로 만듭니다. 첫번째 장점은 시청률을 위해 무조건 몸값 비싼 배우들을 기용하는 방송가에서 신인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면이 부각되었으나 그만큼 연기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 되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배우들에게 임성한 드라마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굴레를 함께 씌워 줍니다. 몇몇 배우는 출연 이후 다음 작품을 찾지 못하기도 했죠. 대표적으로 임성한의 조카로 알려진 백옥담은 임성한의 드라마 외에 다른 드라마 출연 경력이 단 한편 뿐입니다.

화제성이 넘치다 못해 선정성으로 도배가 되었던 '온달왕자들', 진정한 임성한 막장의 시작이다.

두번째 '장점'은 짧게 끝날 드라마를 길게 늘이는데 이용되는 수법이 되어 이야기를 질질 끌어간다는 비난을 면치 못합니다. 이런 '늘이기' 에피소드에는 동성애자였던 나타샤(송원근)가 108배로 남자가 되었다던가 황시몽(김보연)의 시시콜콜한 로맨스가 덧붙여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오히려 점을 본다던가 하는 전체 내용상 불필요한 장면 혹은 각종 직업에 대한 편견이 담긴 대사, 없어도 되는 대사로 시청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드라마에 마이너스가 될 뿐이죠.

처음 임성한이란 작가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는 제가 지목한 장점 외에도 몇가지 흥미로운 부분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총 273부작이 방송된 '보고 또 보고'는 겹사돈 중에서도 가장 꺼려한다는 역순 겹사돈, 친정에서는 형이 아랫 동서가 되고 시댁에서는 여동생이 윗동서가 되는 복잡한 관계가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시댁이나 친정에 갈 때 마다 뒤바뀌는 서열이 보는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들었죠. 이런 '화제성'이 막장으로 바뀌기 시작한 건 그 다음 드라마인 '온달왕자들(2000)'부터입니다.

 

 

 

 

 

 

2013년 현재 인기작가였던 임성한은 시청자들로부터 '괴물'이라 불립니다. 많은 기자들도 시청자들로부터 악평을 받는 임성한을 괴물이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속으로는 기자들도 화제를 불러일으켜주는 작가가 상당히 고맙겠지요. 방송국이 시청률로 먹고 사는 것 만큼 기자들도 각종 스캔들과 노이즈, 이슈로 먹고 사는 마당에 요즘 임성한처럼 잘나가는 핫이슈도 없습니다. 시청자들에게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인 '막장'의 원조이자 대모로 지목되어 융단폭격을 받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가짜(?) 기사까지 퍼트리는 지경입니다.

방송국, 배우, 언론 모두가 막장 드라마로 이익을 보고 있다. 그들이 '막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오로라 공주'는 총 150부작으로 곧 종영됩니다. 시청자는 이런 드라마가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드라마를 통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봤습니다. 방송사는 그 시간대 시청률 1위자리를 고수했고 송원근, 오창석, 서하준 같은 배우는 동정표를 받으며 얼굴을 확실히 알렸습니다. 그들 옆에서 풍악을 울렸던 언론사는 네티즌의 클릭으로 광고 수익을 보았을 것이고 임작가 본인은 27억원이라는 막대한 원고료를 받고 이 드라마가 '성공'했다며 자평합니다.

시청자의 소원대로 임성한이 드라마를 집필하지 않으면 '막장 드라마'는 사라지는 것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오로라공주'가 방송되기 전 폭발적인 비난을 받았던 '오자룡이 간다'는 '오로라공주' 덕분에 재빨리 잊혀졌을 뿐 만만치 않은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도 제작진과 방송사, 출연진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서로에게 모두 남는 장사였기 때문이죠 . 서현진은 그 뒤로 '불의 여신 정이', '수백향'을 비롯한 여러 드라마의 주연급으로 발탁되었고 진태현, 오연서, 이장우도 잘 나가고 있습니다.

'막장 드라마'로 방송국은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 보고 싶지 않다면 시청자가 움직여야.

시청자 입장에서도 가끔씩 소위 '막장드라마'를 통해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복잡한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핑계를 마련할 수 있으니 손해보지 않는다는 말이 지금쯤은 나올 법 합니다. 시청자가 방송국처럼 드라마 제작 권한을 가진 것도 아니고 바꿀 수 없으면 적응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적반하장으로 방송사 쪽에서도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한다는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결국 손해보는 사람들이 다수가 되지 않는 한 '막장 드라마' 제작 열풍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을 것 입니다.

전에도 한번 적었듯 막장 드라마의 피해는 알게 모르게 시청자들을 괴롭힙니다. 화학물질로 범벅이 된 인스턴트 식품입니다. 잔잔한 드라마는 화끈하고 자극적인 맛이 없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시청자도 있습니다. 정말 막장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다면, 조금 다른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보다 적극적인 시청자의 대응이 필요한 시대인듯 합니다. 방송사는 '시청률'이라는 엄격한 잣대 앞에서는 절대 꼼짝하지 못한다는 걸 시청자도 이미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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