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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말한마디, 불륜 협박범이 송민수라도 반전이 아닌 이유

Shain 2013. 12. 1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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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연애할 때, 동거할 때도 몰랐던 배우자의 모습을 결혼 후에 보게 된다고 합니다. 참을성있고 무던하던 착한 여자가 악착같은 아줌마로 변하기도 하고 부드럽고 배려심많던 남자가 뻔뻔하고 느물거리는 아저씨로 변하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도 하고 적응하는게 삶이라며 서로 위해주며 살기도 하죠. 그리고 '불륜'이라는 키워드는 배우자를 반쯤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판도라의 상자같은 것 입니다. 결혼해서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했던 권태기 커플도 불륜 앞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버립니다. 십수년 넘게 함께 먹고 잤던 세월 만큼 커지는 배신감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죠.

늘 따뜻한 눈빛으로 누나 송미경을 격려하는 송민수. 나은진을 협박하고 교통사고를 일으킨 범인?

유재학(지진희)은 자신의 아내는 너무 순해서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되면 울기만 할거라 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앞에서 '년'이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아내를 보며 놀라고 있습니다. 아내는 늘 시어머니에게 순종하고 가정살림에 꼼꼼하며 남들 앞에서 쌍소리는 커녕 싫은 소리도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왔고 지금까지 보아온 아내 역시 천상 여자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송미경은 한순간에 달라졌습니다. 재학은 자신 밖에 몰랐던 아내의 변신에 오히려 화가 납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는 불륜에 대한 여러 입장을 가진 아내들이 등장합니다. 남편의 불륜을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은채 내 시누이 일이라며 상간녀와 남편을 욕하는 영경(김혜나)과 산후우울증으로 남편 성수(이상우)가 바람을 피우자 평소의 온화한 모습은 전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독한 모습으로 상대방 여성의 머리끄덩이를 잡는 나은진(한혜진), 남편에게 불륜을 알고 있단 사실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업체를 시켜 뒷조사를 한 후 혼자 몰래 눈물짓는 송미경(김지수)까지.

반면 첫번째 결혼으로 사랑없는 결혼 생활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낀 최안나(최화정)는 상대방이 더 이상 나를 '알러뷰'하지 않을 때는 쿨하게 헤어지는게 낫다는 태도를 갖고있습니다. TV에 출연하는 쿠킹클래스 강사답게,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렀을 땐 칼로 무자르듯 끊어야한다는 최안나의 대처법은 깔끔하지만 영경같은 사람에겐 환영받지 못하죠. 영경은 자신이 이혼해주면 잃게될 것들, 남들의 손가락질 그리고 상간녀가 차지할 남편의 사랑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며느리를 딸처럼 사위를 아들처럼 대하던 김나라는 성수가 바람피웠다는 말을 듣자마자 이혼하라고 한다.

그러나 최안나의 단호한 태도와는 달리 배우자의 불륜은 절대 '쿨'할 수 없는 문제인듯 합니다. 영경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카페에서 알게 된 상간녀를 응징하러 다니는 것처럼 어떻게든 보복을 하려 합니다. 지금은 유재학과 바람을 피워 남편 성수에게 미안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나은진도 그랬고 하루 아침에 밥상을 뒤집을 수 있는 송미경의 태도에서 알 수 있듯 평소에 문제있는 가정이었더라도 그 부부의 모든 불행은 상간녀로부터 시작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송미경은 나은진에게 쌀쌀맞고 모질게 굴면서도 눈물짓는 나은진을 보며 약간의 동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것은 이를테면 이런 감정일 것입니다. 너도 남편이 바람 피워서 꼭지가 돌아버리는 심정을 잘 알지 않느냐 나 조차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감당이 안되는 분노 때문에 온몸이 활활 타오르는 느낌 알지 않느냐 상간녀와 남편을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심정 알지 않느냐 그런데 어째서 유재학과 바람을 피웠는지 궁금하다는, 그런 생각 말이죠. 미경은 은진이 어떻게 바람을 피우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전의 기분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경은 은진을 미워하지만 '남편의 불륜'이라는 상황에는 공감한다. 모두가 동의하는 키워드 '불륜'.

그런데 이렇게 확 달라진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더 있습니다. 남편의 불륜이 아내를 미쳐버리게 만드는 조건이라면 아내 덕분에 가족이 된 처가집 사람들을 남남으로 만드는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김성수는 나은진의 남편으로 장모 김나라(고두심)에게 자식처럼 대접받았지만 김나라는 성수가 바람피웠다는 말을 듣자마자 남의 편이 되버립니다. 은진이 성수에게 너무한다며 은진을 나무라던 나라가 당장 이혼하라며 성수를 야단치는 모습은 불륜에 대한 공감대가 그만큼 파급력이 있다는 뜻이죠.

은진에게 첫회부터 협박편지를 보내고 시아버지 초상으로 시댁에 가는 은진과 성수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은 대포차량의 주인은 누구일까. 한동안은 송미경이 그 범인이 아닐까 의심받았지만 어제 방송으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미경의 동생 민수(박서준)가 되었습니다. '따뜻한 말한마디' 첫회에 나은진이 받았던 협박편지의 글씨체는 휴먼매직체였고 어제 송미경은 민수가 여전히 '휴먼매직체'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려주었습니다. 은진이 사고를 당했던 날 민수도 사라졌으니 아귀가 딱 드러맞습니다.

 

 

 

 

 

 

고아나 다름없는 송미경에게 송민수는 유일한 친정이고 피붙이입니다. 비록 미경의 아버지가 불륜으로 민수를 낳아 어머니가 다른 남매이긴 하지만 불륜으로 '남의 편'이 되는 남편이 아닌, 언제라도 믿고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내편'입니다. 더욱이 민수는 아버지의  불륜으로 고통받던 누나의 심정을 잘 알기에 더욱 분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누나의 심정이 되어 나은진을 응징했다고 해도 말은 됩니다. 다만 교통사고까지 일으킬 정도로 독하게 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동생 민수가 사고를 일으킨 건 아닐까 고민하는 송미경. '불륜'이라는 공감대 앞에 충분히 그럴 수는 있지만.

 

송민수는 '휴먼매직체'를 '인간이 인간답게 살면 마술같은 일이 일어난다'라고 해석할 만큼 긍정적인 청년입니다. 아무리 누나의 불행에 마음아파하고 괴로워한다고 해도 '감옥'이라는 내용의 협박편지는 몰라도 대포차를 끌고 사고를 일으켰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 이죠. 반면 교통사고의 범인으로 반전의 주인공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아니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는 캐릭터가 바로 송민수입니다. 아들의 '불륜'에 미경의 시어머니인 추여사(박정수)가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하는 반면 친정 가족은 그 배로 마음아프게 생각합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불륜에 대한 여러 입장과 태도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참 흥미롭습니다. 아내 은진이 숨겼다는 판도라의 상자를 궁금해하면서도 불행해질까봐 알려달라고 못하는 김성수부터 아내에게 미안한 짓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화를 내는 유재학까지. 부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들입니다. 분명한 건 협박범의 미스터리가 이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는 점 이죠. 과연 송민수는 따뜻하게 웃는 얼굴과는 다른, 반전을 가진 캐릭터일까요. 그 어느 쪽이 되든 납득이 갈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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