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방송 3사 연기대상, 축하하는 마음 보다 불쾌함이 앞선 이유

Shain 2014. 1. 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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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2013년 방송 3사의 연기대상을 모두 보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방송 3사에서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 날짜를 조금씩 앞당기면 안될까 아니면 방송 3사의 통합 시상식을 개최하면 안될까 생각해보지만 방송사는 연말을 시상식과 함께 마무리하는 쇼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듯합니다.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 방송 3사의 출석상과 공동수상이 훨씬 더 노골적인 것같더군요. 각 방송사 시상식에 출석한 사람만 상을 준 것인지 아니면 상을 줄 사람만 미리 귀띔해서 오라 한 것인지 대리수상을 한번도 구경 못했네요.

KBS에서 연기대상을 수상한 김혜수.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였고 공감했던 결과. 그러나?




일단 MBC, SBS, KBS의 연기대상 중에서 가장 의미있게 진행된 시상식은 SBS였습니다. 시상결과에 가장 공감했던 것도 상대적으로 SBS 였고 나눠주기가 가장 덜했던 방송사도 SBS였습니다. KBS는 MBC 보다는 낫지만 몰아주기와 납득이 되지 않는 시상 결과가 공존했고 전반적으로 큰 무대에 비해 진행이 허술한 편이었습니다. 방송 3사 모두 연기대상 진행과정에서 한두가지 이상 실수를 했지만 특히 KBS는 MC들과 나레이터의 사인이 맞지 않아 실수를 자주 했고 어수선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SBS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별에서 온 그대'는 수상 대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아직까지 방송 분량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였는데요. MBC는 방송이 3분의 1도 되지 않은 '기황후'를 수상대상에 포함시켜 대상을 비롯한 7개 상을 몰아주었고 KBS는 12월에 방송을 시작한 '총리와 나'를 시상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대부분의 시상식이 출품 기한을 정확히 한정짓는데 비해 두 방송사의 원칙이 지나치게 임의적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약속이나 한듯 똑같았던 출석상

2013년 상반기에 방송된 SBS '야왕'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였습니다. 시상식에서 '야왕'은 단 한부문도 수상하지 못했고 '야왕'의 출연했던 김성령도 '상속자들'의 출연으로 상을 받았죠. 이런식으로 각 방송사 마다 시상식에서 존재 자체가 무시된 드라마들이 있습니다. MBC는 '남자가 사랑할 때'와 '투윅스'같은 드라마가 그랬고 SBS는 '내 연애의 모든 것', KBS는 '아이리스2'나 '내 딸 서영이', '칼과 꽃'같은 드라마들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SBS에서 연기대상을 KBS와 같은 날로 정한 후부터는 과거에는 SBS와 KBS를 오가며 시상식에 참석하는 배우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제 방송된 시상식을 보니 KBS에서 시상자로, SBS에서는 수상자가 된 박신혜와 각 방송사에서 뉴스타상(신인상)과 조연상을 받은 이다희 정도만 양쪽 방송사를 오락가락했고(이다희는 SBS에서 수상 소감도 발표하지 못한채 KBS로 떠나더군요) 두 개 방송사에서 수상한 사람은 이다희, 주원 말고는 없었습니다.

SBS, KBS에서 모두 수상하느냐 바쁘게 뛰어다닌 이다희. 어제의 유일한 이중 수상자(?)였다.


마치 과거 전속 탤런트 제도가 있던 시절의 시상식을 보는 듯한 이 풍경은 한 방송사에 올인하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겠다는 모종의 압력같기도 합니다. 케이블 채널의 성장이 거셌던 2013년 방송사에서는 자신들의 방송사에 '충성'하는 배우들에게 보다 좋은 자리를 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자신이 MBC 직원임을 자처하던 김재원의 수상 소감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KBS 직원이란 수상소감을 밝힌 문채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방송3사가 약속이나 한듯 똑같은 태도를 보인 것은 의외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성과를 보인 드라마에 올인하고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 모두에게 출석상을 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방송3사가 드라마 시청률에 위기 의식을 느낀다는 뜻일까요? 상을 받을 만한데도 빠진 연기자가 있는 걸로 봐선 일종의 힘겨루기인지 아니면 방송 3사가 짜고친 고스톱인지 묘하게 희한한 현상이었습니다.








양 방송사를 모두 휩쓸어버린 이보영, 지성 부부

원래 연기대상 시상식을 맡은 배우들은 굵직한 상 하나는 수상하지만 대상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연기대상 스케줄을 마무리하고 시상식을 정리하는게 MC의 역할인데 MC가 대상을 받으면 그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SBS에서 사회를 맡았던 이보영은 대상, 10대스타상, 프로듀서상을 모두 휩쓸어버립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SBS에서 가장 히트한 드라마였고 대표작품이었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죠.

물론 SBS는 2013년 한해 화제가 된 드라마가 많았기 때문에 이보영의 대상 수상이 의외라는 반응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송혜교, 공효진, 김태희, 수애 등 SBS에서 주연을 맡았던 여배우들은 전원 불참한 상황에서 이보영이 대상을 수상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재미있게도 비슷한 시간 '비밀'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이보영의 남편 지성은 KBS에서 최우수연기상, 베스트커플상, 인기상을 수상했습니다.

양 방송사를 모두 휩쓸어버린 부부 이보영, 지성. 두 사람은 드라마계의 큰 수확이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도 팬들을 즐겁게한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부부 모두가 양쪽 방송사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한해였습니다. 특히 이보영은 출연했다 하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시청률의 여신으로 등극했고 지성은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탁월한 연기력을 마음껏 선보이며 '역시 지성'이란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이보영, 지성 부부가 올해도 좋은 드라마를 많이 선보이길 바랍니다.



드라마의 일등공신 원로 연기자들은 어디에?

2013년 한해동안 꾸준히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음에도 방송3사의 연기대상에서 전혀 얼굴을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이 있습니다. 주연급 배우들이야 공식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혔지만 고두심, 김해숙, 박근형, 금보라, 최명길같은 중견배우들은 도대체 왜 얼굴을 비치지 않은 것일까요. 특히 몇몇 배우들은 수상 후보로도 올라 있는 상태였습니다. 연기력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쟁쟁한 배우들이지만 이런 연말 시상식 자리에서는 함께하기 힘들었나 봅니다.

원로 연기자는 보기 힘들어지고 그나마 상받는 중견연기자는 걸그룹처럼 한줄로.


방송3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이 한해의 드라마를 총결산하는 파티가 아니라 시상받을 사람들에게 형식적으로 축하를 건내는 자리로 변질된지 오래죠. 예전에는 PD나 촬영감독을 대상으로 시상하기도 했던 것같은데 요즘은 주연급 외에는 즐기기 힘든 자리가 된 것같습니다. 특히 MBC에서 중견연기자가 무슨 걸그룹처럼 떼로 공동수상받는 장면은 입맛이 썼습니다. 최우수상을 받은 신인연기자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배우들인데 말입니다. 신인급 연기자들의 연기가 빛날 수 있는 것도 드라마가 살아나는 것도 중견연기자들의 공입니다.



드라마 광고라도 해야하는 절박한 심정

MBC에서 서현진이 시상자 자격으로 나와 '수백향'이란 글귀가 쓰인 판넬을 꺼냈을 땐 시청률이 꽤 아쉬운 모양이다 했습니다. MBC 공무원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MBC에 자주 출연한 서현진이 상 하나 받지 못하고 자신의 프로그램을 홍보할 정도로 '수백향'의 인지도가 낮은 건 사실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연기대상'의 프로그램 홍보는 방송3사의 공통된 현상이더군요. 약속이나 한듯 출연중인 드라마의 방송 시간을 알려주었고 KBS는 시상자의 다수를 2014년 방송 예정 드라마의 주연급 연기자로 선발했습니다.

엄청난 고생에도 불구하고 상을 타지 못한 서현진. 누가 그녀에게 홍보의 책임을 지웠나.


해마다 연기대상을 시청한 건 아닙니다만 이런 드라마 홍보 현상이 작년부터 심해진 걸로 기억합니다. 한때는 연기대상이 최고의 연기자를 뽑는 경연이었던 때도 있고 나중에는 방송사 드라마팀의 잔치 성격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시상식이라는 특성을 잃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방송예정 혹은 방송중인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자리로 변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공중파 방송3사의 시청률이 절박하기는 절박한 모양입니다.

유난히 연기자들의 개념있는 수상 소감이 많았던 KBS는 대상 수상자 호명 직전 KBS 사장이 직접 등장해 수신료 인상에 대한 홍보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KBS의 수신료 인상안을 반대하는 시청자들도 많은 시점에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기분을 불쾌하게할 작정인지 KBS가 수신료 인상에 얼마나 애가 달아 있는지는 충분히 알겠더군요.



가수 출신 연기자 왜 논란이 되었나

요즘은 과거처럼 연기 훈련도 받지 않은 가수를 드라마에 투입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가수 출신 연기자들에 대한 반발이 줄어든 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공채탤런트 아니면 단역부터 시작해 서서히 자신의 경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반면 가수들은 유명세에 힘입어 단박에 주연급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연하자마자 연기를 잘하면 다행인데 단번에 주연급의 연기실력을 보여주는 가수들은 드문 편이죠. 가수들의 드라마 출연은 그 때문에 논란을 몰고 오곤 했습니다.

이 예쁘고 파릇파릇한 연기자들이 벌써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을 경력이란 말인가?


황정음이나 성유리는 가수 출신이지만 더 이상 가수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반면 아이유, 이승기, 보아, 윤아, 배수지, 서인국, 강민혁, 유이 등은 여전히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들이죠. 어제 MBC 연기대상에서 수상한 배수지의 태도 논란이 일었던 것은 활동 경력이나 연기에 비해 최우수상이 너무 이르다는 평가 때문이었죠.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최우수상을 수상할 때까지 10여년 가까이 연기활동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KBS의 윤아는 아직 방송 초반 분량인 '총리와 나'로 우수연기상을 수상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남자 최우수상을 받은 데뷔 10년차의 이승기도 배우로서 작품 경력만 놓고 보자면 약간 빠른 감이 있죠. 그런데 아직까지 배우로 데뷔한지 몇년되지 않은 배수지가 최우수상을 받는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이런 MBC의 파격적인 행보에 발맞춘듯 KBS가 윤아에게 수상하는 모습도 무언가 석연치 않죠. 어째서 양 방송사 모두가 무리하다는 지적까지 받아가며 두 사람에게 큰 상을 시상했던 것일까요. 거대 기획사들의 실력 대결 아니냐는 음모설까지 나올 지경입니다.



의미가 퇴색한 시상식, 이렇게 해야하나

굳이 시청률 만으로 시상식을 한다면 시청률 순위를 발표하고 그에 따라 출연료 등급을 올려주고 성과급을 주면 그만이지 애써 드레스까지 입히며 행사를 벌일 이유가 없습니다. 연기자의 인기에 따라 시상을 하려면 연기파 배우들을 모두 몰아내고 스타로 드라마를 채우면 그만이지요.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이 그나마 그 명맥을 유지했던 건 그해의 드라마를 돌아보고 동시에 시청자들의 기억과 추억을 돌아보며 연기자들을 축하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지 단순한 숫자 놀음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당연히 받아야할 상을 받고 박수받는 모습이 아름답다면 - 시상식을 바꿔야한다.


쟁쟁한 연기자가 있는데도 누가 될 것인지 뻔한 시상식. 앞으로도 이런 식의 무의미한 시상식이라면 누가 연기대상을 보고 싶겠습니까. 물론 2013년 연기대상 수상자 중에는 당연히 받아야할 상을 받은 배우도 있습니다. 그 배우들에겐 기꺼이 축하의 박수를 보낼 수 있고 웃음짓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유쾌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시상을 포기하고 한해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하는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시끌벅적한 시상식도 모두 끝나고 2014년 아침은 이승기와 윤아의 열애설로 시작되는가 봅니다. 평소에 좋은 말을 많이 듣던 예쁜 두 사람이 사귀는 모습은 좋아 보이더군요. 올 한해도 두 사람처럼 예쁘고 좋은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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