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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이 사람 문제는 나머지 복선이다

Shain 2014. 3.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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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보여준 너무나 많은 단서 때문에 '신의 선물' 1회는 다소 산만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꺼림칙하게 생각할 소재 - 아동 유괴와 살해라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아이를 납치했음을 알리는 납치범의 목소리가 전국에 생방송되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만큼 끔찍 했습니다.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한장면 한장면 시선을 집중해봐도 의미심장한 복선이 워낙 많은 까닭에 아이의 엄마 김수현(이보영)을 제외한 모든 인물, 샛별이(김유빈)의 아버지 한지훈(김태우)까지 용의선상에 올려야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수현의 아이를 납치해서 호수에 빠트렸을까요?

생방송 도중 걸려온 납치범의 전화. 김수현은 딸이 납치된 것을 알고 경악한다. 용의자는 누구일까?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보신 분들이라면 첫번째 용의자는 아주 쉽게 가려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배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샛별이와 샛별이 친구 은주의 강아지를 맡아준 문방구 주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죠. 또 연쇄살인범의 몽타쥬를 만들어 '공개 수배 이 사람'이란 프로그램에 공개하려던 김수현은 엘리베이터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상자를 들고 있는 남자와 부딪힙니다.방송국에 있던 샛별이의 유괴범으로 추정되는 남자인데 상자에는 '문구천국'이란 글자가 있었죠.

결정적으로 문방구 주인과 모자를 눌러쓴 남자는 현우진(정겨운)이 공개한 몽타쥬의 인상착의와 거의 일치합니다. 짧은 스포츠 머리에 타원형 얼굴, 작은 눈까지 특징이 거의 똑같죠. 문제는 이 문방구 주인이 의도적으로 배치된 인물이냐 아니면 10년짜리 살인사건의 범인이냐는 점입니다. '신의 선물 - 14일'에는 심상찮은 과거를 가진 인물이 워낙 많이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사형수 기동호(정은표)입니다. 기동찬(조승우)의 형이자 이순녀(정혜선)의 아들, 기영규(바로)의 아버지인 기동호는 세 여자를 죽인 죄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문구천국'이라고 쓰여있는 상자와 몽타주. 가장 먼저 추정 가능한 용의자는 문구센터 주인.

 

강력한 사형제도를 주장하며 당선된 대통령 김남준(강신일)과 인권을 주장하는 변호사 한지훈 등 샛별이 유괴 사건에 연결된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김수현이 샛별이와 함께 카페에서 만난 여자(이연경)는 피해자 가족일 것입니다. 기동호의 사형과 전직경찰 기동찬의 가족에 대한 분노도 전체 이야기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모성애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건 -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가 너무나 많기에 샛별이의 살해범이 문방구 주인이라고 해도 간단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덧붙여 문방구 주인 외에도 수상한 인물은 한둘이 아닙니다. 기영규가 다니는 장애인 직업학교에는 배우 강성진씨가 있었죠. 아무 관련이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또 김수현의 보조작가인 주민아(김진희)는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습니다. 경주씨라는 사람이 터트린다는 내용이 무엇이길래 기겁한 것일까요. 과거로 간 김수현이 헤치고 나가야할 미스터리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기동호 살인사건까지 얽혀 있어 행여 문방구 주인이 범인이라 쳐도 그 다음 이야기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지요.


 

 

 

안데르센의 동화 - 어느 어머니 이야기

'신의 선물 - 14일'의 첫장면을 장식한 애니메이션은 안데르센의 '어느 어머니 이야기' 중 일부입니다. 자신도 세탁부 어머니의 아들이었다는 안데르센은 눈과 머리카락을 빼앗기고 피투성이가 되는 고통을 감내하는 한 어머니가 죽음의 신에 맞서 아이를 구하는 내용을 동화로 만들었습니다. 그 어떤 사랑과도 비교할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은 동화임에도 보는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죠. 덧붙여 딸아이를 살리기 위해 14일 전으로 타임슬립하는 김수현의 운명이 '어느 어머니'의 운명 만큼이나 잔인하고 처참하다는 뜻도 됩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고통을 감내해야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아이를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모성애를 이야기한다. 김수현이 겪을 고통의 무게.

 

모성애는 맹목적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아들 기동호가 살인자가 아니라고 믿는 이순녀처럼 노구를 이끌고 먼길을 걸어 매일 면화를 오게 만듭니다. 자신을 보기 싫다고 거부하는 아들 기동찬에게 맛난 반찬을 들고 찾아가게 만듭니다. 살인을 저지른 아들과 그 살인을 증언한 아들 사이에서 모성애는 선악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따뜻합니다. 그러나 안데르센의 동화가 보여준 결말은 세상에는 아무리 죽도록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섭리가 있다는 내용 이었죠. 내 아이의 생명이냐 수없이 많은 다른 아이의 생명이냐를 선택해야할 때 어머니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1회의 사건 중 타입슬립 이후에 일어난 일은 무엇?

 

1회에는 꽤 많은 응급차가 등장합니다. 스네이크의 공연장에도 응급차가 나타났고 뒤에서 누가 들이받아 사고가 날 뻔했던 순간에도 주변에 응급차가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팔찌 하나가 떨어져 있었는데 그 팔찌는 끈이 끊어져 구슬이 모두 흩어졌습니다. 팔찌의 문양이 어쩐지 카페에서 만난 여주인의 비녀를 연상시켰습니다. 하얀 천으로 덮힌 의문의 사상자가 김수현이 아주 잘 아는 누군가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들었습니다. 1회 속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는 김수현이 2주 전으로 돌아왔을 때 벌어진 일도 있다는 것이죠.

10년전 살인사건은 샛별이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김수현이 하나하나 훑어봐야할 여러 인물들.

 

머리끈 모양으로 보아 첫장면에서 발견된 아이의 시신은 샛별이입니다. 죽은 아이 때문에 김수현이 자살을 시도하고 깨어보니 살해사건이 일어나기 2주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김수현은 당연히 불행한 예언을 했던 카페 여주인을 찾아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인물의 도움을 받겠죠. 노숙자 코스프레를 하며 기동찬의 밥을 빼앗아먹고 착하게 살면 백억을 주겠다고 꼬드기는 추병우(신구)도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샛별이가 죽기전 만난 사람들과 죽기전에 했던 말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살인사건의 흔적을 뒤쫓고 아이를 살리기 위해 피신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어제 분명히 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신의 선물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간단히 생각하면 죽은 아이를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을 '신의 선물'이라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세상에 어느 어머니에게도 그런 행운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첫장면에 등장한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신의 선물'은 사랑스럽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를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 모두가 '신의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들은 성적 올리라 닥달하고 학원에 보내느냐 아이와 함께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이주 뒤에는 내 아이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한 어머니. 그 어머니에게 이미 죽어버린 아이의 웃는 얼굴은 얼마나 지독한 고통일 것이며 나 때문에 아이가 죽을 것이라는 자책감은 또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그 끔찍한 시간의 흔적을 하나하나 보게 될 것이란 점에서 이 드라마는 부모들을 위한 잔혹 동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끔찍한 생각 때문에 첫방송 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는 평을 하는 시청자도 있을 정도니까요. 더불어 아동범죄는 무조건 강력처벌 해야한다는 의견도 다수 올라오고 있습니다.

기동호의 동생 기동찬. 사형제도를 지지하던 대통령 김남준. '신의 선물'을 지키지 못하는 우리들 이야기인가?

 

어제 방송된 1화에 등장한 몇가지 이야기는 이보영의 전작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도 많은 부분 연결됩니다. 가해자의 인권이 아니라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을 비롯한 엉뚱한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사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한지훈에게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고 피해자 유가족 중 하나는 음식물을 던지며 분노하기도 합니다. 샛별이를 납치한 범인이 전화기에 대고 '어이 대통령 나리 이 아인 댁들 덕에 죽는거야'라는 말을 한 걸 생각하면 어쩐지 이 사건은 김남준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다하다 대통령의 과거까지 캐야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결국 아이들을 '신의 선물'이라 부르면서도 사소한 욕심이나 무관심 때문에 혹은 개인의 명예 때문에 신의 선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우리들의 적나라한 이야기가 그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왜 하필 그 이야기를 가여운 한 어머니를 통해 전달해야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아무나 의심하지 않고 믿어주는 샛별이가 천사처럼 사랑스럽고 귀엽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동 범죄는 마음 한켠을 무겁게 한다는 점에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두번째 방송에서 산만한 전개를 어떻게 정리하고 무게감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려 있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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