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신의 선물, 아동 유괴를 둘러싼 문제들 산만한 복선의 이유를 알 것같다

Shain 2014. 3. 5. 09:09
728x90
반응형

아동 범죄를 다룬 드라마는 역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끔찍한 범죄에 희생되었다는 건 상상하기 싫은 일이고 그 아이로 인해 지옥을 경험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는 것도 고통입니다. 아동 범죄는 아이가진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관심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요즘처럼 범죄가 증가하는 사회에선 누구나 타겟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아이와 내 가족이 운이 좋아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뿐이지 TV 속에서 울부짖고 실신하는 부모의 모습이 내가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신의 선물'에서 딸의 유괴범을 잡기 위해 상처투성이가 되고 딸의 주검을 확인한 뒤 자살을 시도하는 김수현(이보영)의 모습은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안데르센의 잔혹동화는 결코 비유가 아니었다.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에게 가해진 가혹한 고통.

 

첫방송 때부터 왜 이 드라마의 제목을 '신의 선물'이라 지었을까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막연한 추측이었는데 2회 방송을 보고 나니 확실히 그 까닭을 알겠네요. '신의 선물'은 세상의 아이들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김수현이 작가로 일하는 사회고발 프로그램 오프닝에서 진행자가 타고르의 말을 빌어 이렇게 말합니다. '어린이는 신이 인간에 대해 절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 땅에 보낸 사신이다' 라고 말입니다. 아동범죄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드라마속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듯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아동 범죄에 분노하고 강력한 처벌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아동범죄에 분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유괴당한 김수현은 안데르센의 '어느 어머니 이야기'속 어머니처럼 피투성이가 되어야 했습니다.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눈동자를 뽑아주어야했던 어머니의 고통은 결코 은유나 비유가 아니었 습니다. 아이를 잃은 김수현에게 세상은 지독하게 가혹했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아이의 부모가 유괴범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죄자들은 돈을 뺐기 위해 김수현에게 협박전화를 걸고 몰래 접촉합니다.



 

 

 

 

아이가 죽을 지도 모르는데 - 자신의 이익이 더 중요한 사람들

 

경찰에게 알리면 아이가 죽는다는 말에 직접 2억을 찾아 범인에게 간 김수현.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었기에 아이는 당연히 없었습니다. 아이를 내놓으라며 필사적으로 범인에게 매달리고 두들겨 맞는데도 아무도 김수현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지푸라기잡는 심정이 되어 방송국을 찾아간 김수현은 저같은 엄마 만난 죄 밖에 없다며 우리 아이 좀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합니다. 그 과정에서 방송사가 보여준 행동도 참 실망스러웠죠. 시청률 대박이라며 방송 주체를 두고 다투는가 하면 PD(이승형)는 방송 속보를 듣고 범인에게 경고하는 김수현의 말을 그대로 방송합니다.

일주일 동안 기다리던 아이가 죽었다는 말은 커다란 파문을 일으킵니다. 범인의 협박전화에서 거론되었던 박남준(강신일) 대통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범인을 잡겠다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고 신임 법무부 장관 이명한(주진모)은 첫사형을 집행할 것이라고 선언 합니다. 아동 유괴 사건이 정치적 대응까지 불러온 것입니다. 결국 기동찬(조승우)의 형 기동호(정은표)는 10년전의 살인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됩니다. 이미 아이는 죽어서 돌아오지 않고 아이의 엄마는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는데 아동 범죄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범죄 예방책이 아닌 사형이었습니다.

아이잃은 부모에게 돈을 노리고 협박전화를 하고 두들겨 맞고 있는데도 도와주지 않고.

 

'신의 선물 14일'의 첫회 방송이 참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 역시 수없이 나열된 단서들 때문에 문방구 주인(오태경)이 가장 수상하다고 하면서도 왜 이렇게 복선을 깔아두었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비밀을 갖고 있고 등장인물 모두가 의심스러웠습니다. 어제 새롭게 등장한 박남준 대통령의 아들 역시 10년 전에 한국을 떠났다는 것으로 보아 기동찬, 기동호가 얽인 살인사건에 관계있을 것 같습니다. 또 샛별이 아빠 한지훈(김태우)에게 사진을 보낸 사람은 누구며 무엇 때문에 한지훈은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것일까요?

클로즈업한 화면 대부분은 타임슬립 이후를 위한 지표일 것입니다. 몇몇 분은 한번에 너무 많은 단서가 제시되어 드라마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뚝뚝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저 역시 아무리 추리극이라지만 복선을 너무 많이 제시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잘 보니 수많은 복선과 용의자를 통해 드라마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던 것같습니다. 안데르센의 동화에서 죽음의 신을 뒤쫓는 아이 엄마에게 쉽게 길을 열어주지 않던 가시덤불과 밤의 여신, 호수처럼

세상 사람들은 아이의 유괴를 슬퍼하는 듯했지만 동시에 유괴 사건을 통해 자기 잇속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러 나온 김수현을 통해 시청률 대박을 노린 방송국. 사형을 집행한 정부.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는 아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마음에 없는 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괴범에게 빌기 위해 지금 정부와 마음에 안든다며 '강력 범죄와의 전쟁 그거 다 개소리'라고 울부짖는 김수현을 보며 방송국 간부들은 인상을 찌푸립니다. '시청률 대박' 나겠다며 방송작가를 TV 앞에 세우긴 했지만 아이잃은 엄마의 심정 보다 정부에 찍힐까봐 겁이 나는 거죠. 아동을 유괴하고 살해하는 건 범죄자지만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방조하는데에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이기심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산만한 초점을 그 부분을 묘사하기 위한 선택이 아닐까 싶네요.

어쩌면 범인은 하나일 수도 둘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기동호가 죽였다는 여성 살인 사건의 범인과 동일한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지금 수상하게 보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고 각자의 비밀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유괴사건에 침묵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를 훔쳐간 죽음의 신과 공범인 듯 보였던 밤의 여신이 원하는 것은 탐스러운 머리카락 뿐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신의 선물 - 14일'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범인을 찾아가는 한 어머니의 고통과 아동범죄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신랄한 현실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타임슬립은 기동찬의 능력인 것같다

 

아이의 유괴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면서 저는 계속해서 '앰버경고 시스템'을 떠올렸습니다. 아동이 유괴되면 대부분 3시간 안에 살해된다는 통계를 근거로 아동이 유괴되면 초동 대처를 철저히 한다는 것이 이 시스템의 요지입니다. 그때문에 아동이 실종되면 곧바로 전국에 전광판 등을 통해 알려지게 되어 있죠. 우리 나라에서도 3년전쯤부터 실시된다고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 기억은 없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속 샛별(김유빈)이는 일주일 동안이나 살아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유괴범이 샛별이를 죽일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고 타임슬립이 영향을 끼쳤을 수도있습니다.

동시에 물에 빠진 기동찬과 김수현은 타임슬립을 한다. 기동찬은 살인자인가 타입슬립 능력자인가.

 

전직 경찰인 기동찬은 법정에서 기동호의 살인을 증언했습니다. 이순녀(정혜선)의 만류와 기동호의 반응이 이상한 것으로 보아 기동찬이 살인자일 수도 있습니다. 기동찬은 술을 마실 때마다 정신을 잃고 필름이 끊긴 적이 있습니다. 필름이 끊긴 동안 살인이라는 엄청난 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고필름이 끊긴다는 자체가 타임슬립 능력이 있다는 뜻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두들겨 맞는 기동찬의 뒷주머니에선 샛별이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핀이 나왔고 기동찬과 함께 물에 빠진 김수현이 함께 타임슬립이 된다고 하니 말입니다.

거기다 타임슬립이 샛별이 사건에 영향을 끼쳤을 것같단 복선이 몇가지 더 등장했습니다. 샛별이가 실종되었을 때는

닫혀있던 샛별이의 비밀상자가 열려있었고 샛별이 일기장에 뜯겨나간 자국이 보입니다. 샛별이와 친하던 기동규(바로)는 샛별이가 살아있다고 하며 늘 신고 다니던 슬리퍼가 찢어졌는지 테이프로 둘둘 감았습니다. 법정에서 '이수정'이란 이름이 나왔는데 그 여성은 원래 기동찬의 첫사랑이라고 하더군요. 10년 전의 살인사건, 샛별이 유괴 사건, 세 건의 여성 살인 사건이 모두 동일범의 소행이라면 기동찬과 관계가 있을 것같습니다.

타임슬립의 증거로 짐작되는 것들. 기동찬과 김수현은 이주 동안 다섯명을 살릴 수 있을까?

 

두 사람이 함께 타임슬립해서 샛별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시놉시스라면 기동찬은 김수현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인 동시에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위험인물인 셈 입니다. 물에 빠져 죽어야했을 두 사람은 기동호, 추병우(신구), 샛별이가 죽기 2주일 전으로 돌아갑니다. 하기에 따라서는 그들 모두가 살 수도 있습니다. 다섯명의 생명이 걸린 사투에서 그들이 만나야할 고통은 어쩐지 범인의 괴롭힘 보다는 남편을 비롯한 용의자 모두를 의심해봐야하는 어려움일 것입니다. 다소 산만한 듯한 설정은 범인을 밝히는 것 보다 중요한, 아동범죄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발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