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유가족의 가슴 아픈 버킷리스트, 진실 규명을 왜 막나?

Shain 2014. 7. 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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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81일째. 어제는 간만에 SBS '궁금한 이야기 Y'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중 한 명인 故 박수현군 가족이 나온다다길래 유심히 보게 되더군요. 같은 시간 JTBC에서는 故 박예슬양의 작품 전시회 소식과 유가족 인터뷰를 방송했습니다. 다른 어떤 희생자들 보다도 유난히 어린 학생들의 죽음이 가슴아픈 건 그들이 펼치지 못한 가능성 때문일 것입니다. 한 가족의 아이로 태어나 사랑받으며 꿈을 키우고 부푼 가슴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 활짝 피지 못하고 꺾여버린 그들의 미래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다른 어떤 장면 보다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박수현군이 비디오 안에서 꺄르르 웃는 장면은 더욱 마음이 아프더군요. 저 귀한 아이가 대체 왜 죽어야했던 것일까요.


박수현군이 적은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따라가는 유가족의 이야기.


팽목항에서는 세월호가 침몰한지 8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10명이 넘는 승객들이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했고 실종자 가족들은 링거를 맞으며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실종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색 성과는 없고 수색계획도 불투명하고 어떻게든 남은 실종자들을 다 찾아주겠다는 약속이라도 지키면 좋으련만 인터넷 곳곳에서는 어서 빨리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여론몰이 조짐 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80여일이 지나도록 정확한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요즘 박수현군 가족의 '버킷리스트'는 조용하지만 커다란 파문 일으키더군요.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박수현. 박수현군은 사고가 일어난 4월 16일날 오전에 사진을 찍어 특별한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잇습니다. 이미 7시대부터 기울어진 난간과 이상하게 빛나는 조명은 남달리 관찰력이 뛰어나고 훌륭한 언론인으로 자랄 수 있었을, 박수현군의 성격을 잘 알려줍니다. 그런 아이가 작성한 '버킷리스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전시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박예슬 양의 구두 디자인처럼 박수현군이 남긴 버킷리스트 25가지도 꼼꼼히 보아줘야할 것 같았습니다.


죽은 아이들의 꿈과 흔적들이 유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 연주를 좋아했던 수현이의 버킷리스트에는 음악에 대한 꿈이 많이 담겨있었습니다. 아빠는 아들에게 기타를 치며 '작은 연못'을 불러주었다고 했습니다. 아들을 잊지 않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며 아들의 기록에 잠시 웃기도 했던 아버지 박종대씨는 버킷리스트의 글귀 하나하나를 꼼꼼히 새겨넣는 듯했습니다. 부모님의 효도여행, 연예인과 결혼하기, 저축해서 음악 장비 사기, 재즈 피아노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유명뮤지션 사인받기라는 소원에는 무려 80여명이 동참했다고 하더군요. 아빠 수제기타 만들어드리기란 버킷리스트에는 김태원씨가 함께 했습니다.


17살 나이에 죽어버린 수현이의 버킷리스트. 못 다 이룬 꿈을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에는 그 아이의 죽음에 우리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죄책감 때문일 것입니다. 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는 아이가 마지막 순간에 남긴 영상과 사진을 '숙제'라고 표현합니다. 그 사진이야 말로 마지막 버킷리스트인 셈이죠. 정부나 수사본부가 열심히 밝히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말, 참사 당시의 교신 내용 확보와 증거보전 신청도 모두 유가족들이 했다는 참담한 현실, 수현이의 버킷리스트는 유가족들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수현이가 버킷리스트와 함께 남긴 영상과 사진. 그것은 '숙제'다.


지금 한참 세월호 국정조사를 진행중인 국회의원 중 하나가 '가족들이 전문지식이 있나, 이성이 있나'라는 말로 유가족들을 폄하했다고 합니다. 유가족의 출입을 제한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그러나 특별한 성과없이 국정조사장에서 나가고 막말이나 하는 국회의원들과 달리 슬픔에 잠겨 있는 유가족들은 국정조사를 모니터링했고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서명운동을 했습니다. 그 누구 보다 현장 상황을 잘 알고 있고 꼼꼼하게 파악한 사람들도 유가족들입니다. 국정조사 장에서 거만하게 소리만 지르는 사람들이 누굴 향해 함부로 말하는가. 수현이의 '버킷리스트'는 침몰부터 구조까지 무능했던 정치권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국정조사 무력화 시도, 누굴 위한 보이콧인가


어제 7월 4일,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끊임없는 국정조사 무력화 시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관련 링크 : 유경근 대변인 페이스북). 세월호 유가족들은 추스르기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정조사 현장을 지켰지만 분노한 그들에게 돌아온 조원진 의원의 말은 '유가족이면 잘 좀 계세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놓고 기자에게 '막말'에 대한 정정 보도를 요구하며 '유가족인줄 몰랐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미 동영상으로 녹화된 내용이고 현장에 유가족도 여러 명 있었죠(관련기사 : 조원진 막말 보도한 기자입니다).


심재철 위원장이 모니터링을 제한한 과정도 기가 막힙니다. '모니터링단이 국회를 모독하는 표현을 하고 있다'며 출입 제한을 했는데 알고 보니 심재철 위원장을 지적한 내용이었습니다(출처 : 이번엔 심재철, "날 모독했다.. 세월호 모니터 제한해라" 반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조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된 후 일어난 조치라는 것이 세월호 유가족 측의 주장입니다. 'VIP' 발언 문제를 꼬투리잡으며 국정조사 현장을 떠나고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의 사퇴까지 요구한 조원진 의원이나 심재철 위원장이나 속사정을 보니 세월호 유가족들의 지적이나 시선이 불편하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어떻게 '유가족인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 동영상이 있는데.


세월호 관련으로 조사해야할 내용은 말 그대로 산더미같습니다. 세월호 관련 기사는 대부분 빠짐없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한 뉴스는 많습니다. 언론에 대서특필되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이야기도 있고 소위 '음모론'으로 일축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어제는 뉴스타파에서 세월호 밑바닥에 큰 손상이 보인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관련링크 : 세월호 밑바닥에 대규모 긁힌 자국 발견…전문가, "원인 조사 필요"). 선박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변침했다는 3등항해사 주장도 나왔고, 세월호 레이다에 잡힌 수상한 물체도 지적되었습니다(JTBC, 세월호 레이더 영상 속 '주황색 물체', 이것의 정체는?).


의문은 점점 더 증폭되고 있고 해경이 도대체 왜 사고 첫날 구조를 포기했으면서 국민들을 상대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유가족 앞에서 구조하는 시늉을 했던 것인지 그 진실도 오리무중인데 국정조사는 계속해서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조원진 의원은 이 책임을 야당에게 돌리고 있지만 유가족이 봐도 시청자들이 봐도 책임지고 사과할 사람은 조원진 의원인 것같습니다. 졸다가 걸린 이완영 의원 말대로라면 '비이성적인' 사람들이 사실은 국회의원들 보다 사고 현장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해경청장과 면담을 했으며 구조쇼에 대한 추궁을 미루고만 있는 것인가요?


선거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안면몰수한 국회의원?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 때 특이한 선거 유세를 선보인 적 있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하듯 선거유세를 했던 것인데요. 조원진 의원도 그때 붉은 옷을 입고 '도와달란' 말과 함께 유세를 했던 정치인 중 한명입니다. 도와달라고 호소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유가족들에게 이렇게 거만하게 구는 것인지 보는 사람들이 더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관련기사 :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한달 만에 ‘돌변’ 새누리 조원진). 그 때의 태도 대로라면 먼저 나서 의혹을 해소해주겠다고 해도 모자랄 상황 아닌가요? 세월호 국정 조사를 지켜볼, 가장 자격있는 사람들은 바로 유가족들입니다.


예슬이의 전시회도 수현이의 버킷리스트도 개인적인 소원이 아닙니다. 그 아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수현이가 아버지에게 남겼다는 마지막 숙제도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떳떳하면 떳떳한 대로 잘못한 점이 있으면 잘못한대로 질타를 받거나 유가족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국민들 앞에 생중계로 보도될 수 없다면 최소한 유가족들에게라도 출입을 허가하고 회의장에서 밤을 새울 각오로 국정조사에 임하길 바랍니다. 그것이 당신들의 책임이고 국세로 월급을 받는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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