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나 혼자 산다, 로이킴부터 육중완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혼자남들의 궁합

Shain 2014. 7. 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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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만만하게 접할 수 있는 오락거리입니다. 영화, 연극, 공연무대나 취미같은 조금 더 돈 들고 '고급'스런 오락거리도 많고 자기계발에 꼭 필요한 소일거리도 많지만 바쁜 일상과 힘든 직장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시간들고 돈드는 재미 보다는 보다는 가까이 있는 TV를 선택합니다. TV가 실현불가능한 판타지 만으로 채워지기 보다 평범한 사람들, 서민들과 가까운 시선에서 눈높이를 맞춰야하는 이유도 그것이죠. 먼 지방의 맛집 비싼 음식이나 쉽게 살 수 없는 초고가 아이템도 좋지만 TV는 기본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나 혼자 산다'는 대한민국 혼자남들의 정서를 담아내는 동시에 현실과 동떨어진 스타들의 일상도 함께 담는 프로그램입니다.


육중완은 대한민국 평범한 혼자남의 공감포인트를 많이 갖추고 있다.


지난 주 데프콘까지 '나 혼자 산다'를 떠나고 보니 이제는 초기 멤버가 김광규와 노홍철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제 방송분이 63회, 그동안 '나 혼자 산다'의 색깔도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컨셉 위주의 관찰 예능 중엔 보기 부담스러운 내용도 많지만 '나 혼자 산다'는 담백하면서도 포인트를 잘 살린 편이었죠. 혼자남의 일상을 개성있는 연예인 중심으로 편집하면 공감을 얻기 힘들고 지나치게 소박한 이야기로 채우면 심심하거나 볼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멤버 구성에 고심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의외로 호평이었던 멤버도 있지만 비호감 평가를 받은 멤버도 종종 있었죠.


지난 주에 '나 혼자 산다'를 떠난 데프콘은 흔히 보기 힘든, 예민하고 까다로운 감성을 가진 음악인인 동시에 오랫동안 혼자 살다 보니 집안 살림에도 익숙하고 이제는 둘 보다 혼자가 편해 보이는 전형적인 혼자남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나이든 혼자남 김광규도 뒤늦게 성공하느냐 결혼을 못하고 제사 때나 친척을 만날 때 '얼른 결혼하라'는 핀잔을 듣는 늙은 혼자남의 정서를 잘 담고 있었죠. 만나기만 하면 결혼타령을 하는 어머니에게 전세집을 얻어주는 모습은 뿌듯하고 가슴뭉클한 장면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고향'을 마음에 담고 사는 도시 사람들이죠.


전현무, 로이킴의 정서와 육중완, 김광규의 정서는 좀 다르다.


반면 이번주에 함께 출연한 전현무와 로이킴은 어딘가 모르게 도시적인 정서가 팍팍 풍깁니다. 마흔이 다 되도록 혼자 살아본 적이 없기에 세탁기도 못 돌리고 집안 청소도 잘 못하는 전현무는 자기 개발에는 절대 게으르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곁에서 챙겨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살림은 못 하는거죠. 데프콘이나 김광규는 고향을 떠나 모든 걸 혼자 챙겨야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 하는 겁니다. 이건 전현무 잘못이라기 보다 색깔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겁니다. 그런데 로이킴이랑 같이 놀이공원을 가고 무섭다고 소리지르고 육중완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은 또 매력이 있더군요.


반면 육중완은 깔끔한 데프콘, 나이든 김광규와는 또 다릅니다. 털털하다 못해 어딘가 빈틈있어 보이는 이 남자는 대청소를 해도 깔끔한 느낌이 들지 않고 약간 푹 퍼진 모습으로 음식도 잘 먹습니다. 어제 방송분에서 아주 오랜만에 외할머니를 찾아간 모습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가족들을 떠나 멀리멀리 도시로 가버린 사람들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더군요. 집을 떠나 기숙사 밥을 먹거나 자취방에서 밥상을 차려먹을 때 마다 생각하곤 하죠. 가난하든 부자든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학교 다니고 직장다니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러다 가끔은 어릴 때 잘 업어주시던 할머니 생각도 나고 살던 곳도 가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겠죠.







어제 육중완이 찾아간 옥천군 이원면은 사실 저의 외가 동네이기도 합니다. 육씨 성이 특이한 성이라 원래 육영수 여사와 같은 옥천 육씨가 아닐까 했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는 금산 출신이고 그냥 외가가 옥천이더군요. 육중완이 사탕을 사고 돈을 뽑던 그곳이 예전에 이원면 장터가 서던 곳이고 저의 외가 친척들이 살던 곳입니다. 이제는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고 그래서 찾아간지 꽤 오래됐지만 육중완 덕분에 간만에 TV에서 그 동네를 보게 됐습니다. 고향이나 가족을 떠나본 사람들은 육중완처럼 한번쯤은 옛날 그 곳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고 연예인 육중완의 '더러움'이 아니라 성격에 공감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중간에 정지용 시인 생가를 찾아 육중완이 잠시 읊었던, '별똥별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 다음에 가 보려 벼르다 벼르다 이젠 다 자랐오'라는 시의 내용처럼 집을 떠난 사람들은 한동안 가족을 잊고 살기도 합니다. 전현무처럼 똑똑한 도시내기들하고 경쟁하지 않더라도 험한 도시에서 자리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 하고 싶고 갖고 싶었던 것을 애써 외면하며 열심히 삽니다. 육중완이 가족들을 찾아갈 때 마다 돈을 뽑는 모습, 김광규가 '어무니'를 위해 뭔가를 사는 모습은 대한민국 서민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지저분해서 질색했던 육중완이 좋은 건 역시나 그런 모습 때문입니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본 사람들은 알 수 있는 육중완의 마음.


한편 외국인 파비앙이 찾아간 시골은 육중완이 찾은 고향과는 또다른 개념입니다. 원래 뜨거울 때는 농사일을 하는게 아닙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사람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죠. 봄이나 가을, 아니면 하우스에서 일손을 얻어 열매를 따거나 하는 거라면 모를까 대부분 여름 한낮에 농사일을 시키지 않습니다. 풀뽑기는 더더욱 낮에 시키지 않는 법인데 촬영을 위해 매실을 따고 복분자 밭의 풀을 뽑으라 시킨 어르신은 파비앙과 친구들에게 넉넉하게 음식을 내놓습니다. 한국인 보다 막걸리와 김치, 떡갈비를 더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 시골은 무뚝뚝하지만 인심이 넉넉한 곳이란 정서가 있겠죠. 도시사람들도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을 겁니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전현무와 로이킴이 좋다는 반응도 많지만 의외로 비난도 많이 올라오더군요. 개인적으로 그 두 연예인이 마음에 드느냐 아니냐와는 별개로 전현무와 육중완, 파비앙, 김광규같은 사람들은 연예인이지만 색깔이 아주 다른 사람들입니다. 얄미운 도시남자 전현무가 있기 때문에 사투리쓰는 육중완의 투박함이 더 살아나고 섬세하고 파격적인 노홍철이 있기 때문에 김광규의 넉살이 귀여워 보이는게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뭐 김용건씨가 있으니까 그 덕분에 얼굴 보기 힘든 하정우와 김희애, 심혜진같은 유명배우 얼굴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연예인이라는 판타지와 혼자남이라는 평범함을 이 정도면 적당히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방송분 정도면 공감과 개성 모두 잘 살린게 아닐까.


몇몇 멤버는 진짜 갑자기 프로그램을 그만둬 아쉬움을 표현할 시간도 없었습니다만 데프콘 성격에 '나 혼자 산다'에 빠져야한다는 속사정을 갑자기 말했을 리도 없고 제작진은 꽤 오래전부터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하석진, 로이킴 등을 만나며 꾸준히 대안을 준비했던 것같습니다. 로이킴이 정규멤버가 될지 안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가 오든 간에 공감과 볼거리 사이의 조화, 밸런스를 깨트리지만 않는다면 장수 프로그램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어제 방송분이 특별히 좋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건 그런 부분 때문입니다. 저도 간만에 옥천이나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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