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세월호 특별법' 루머 보궐선거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Shain 2014. 8. 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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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 나라 사람들과 언론이 어떻게 하면 분노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외교 역량을 시험해보고 싶으면 독도 문제로 부적절한 발언을 하거나 집권자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 됩니다. 한일 간 외교 현안과 일본의 극우적 태도가 직접 관련이 있든 없든 간에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일본 정치인들의 행동은 한일 관계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수많은 학생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이유 중 하나는 아이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많은 걸 참고 견딥니다. 직장상사가 치사하게 굴고 사회의 부당한 압력을 받고 삶의 무게에 지쳐 힘들어하면서도 내 아이가 행복하다면, 안전하다면 인내할 수 있는게 부모입니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국가는 최우선으로 지켜야할 아이를 구조하지 못했습니다. 


벌써 19일째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 단 두 명이 남았다.


아이들의 죽음에 부모들이 통곡하며 분노한 것은 당연합니다.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아이의 안전을 장담할 것인가. 하나 하나 드러나는 기업과 정부와 해경의 무능에 분노하고 또 분노했습니다. 대통령이 사과하고 해경을 해체한다 선언했고 강경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국민적 울분과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가장 위험한 국민정서를 건드린 것입니다. 한동안 세월호 특별법이 힘을 얻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국민들의 의심을 자극한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돈'과 '대학입시'였습니다.


한동안 인터넷을 떠돌았던, 근거없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루머 - 보상, 배상위원회가 설립되지 않아 보상기준이나 영역, 대상도 합의되지 않았음에도 유족이 보상금액을 몇억이고, 이외에도 막대한 배상금을 세금으로 지급한다는 말도 안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요구하지 않은 대학입학 특례 - 재난관리법에 따른 정치인들의 기본 제안 조차 유가족 요구사항이라 믿어버렸습니다. 유가족의 인터뷰는 보지 않으면서 보상금과 특혜라는 말에는 귀가 솔깃했습니다. 반일 감정 만큼이나 한국인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돈'과 '대학입시'입니다. 루머는 그 부분을 정확히 찌르고 있었던거죠.


루머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거라면 단식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나라는 대형참사가 일어났을 때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국가 재정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처럼 아예 재난관리가 안되는 나라는 아닙니다. 다만 그 재난관리 후속대책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게 문제죠. 세월호 유가족이 보상을 받는다면 그건 기존 법에 따른 것이지 새로운 특별법 덕분이 아니란 말입니다. 정치인들이 '특례'를 내세운 것은 트라우마 센터나 심리 상담 같은, 계속 신경써야하는 대책 보다 특례가 생색이 나기 때문입니다. 진상조사처럼 불편한 일 보다 훨씬 돈도 덜 들고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특례와 돈 때문에 유가족을 비난하다니요? 한마디로 루머 자체가 본질과는 한참 동떨어진 '개소리'죠.


어제 SNS에서는 보궐선거의 야당 참패를 두고 뉴스타파의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라는 짧은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면 자연스럽게 사회 변화를 꿈꿀만 한데 선거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기반으로 제작된 이 다큐는 가난한 사람들이 교육을 비롯한 기존 제도와 양식을 따라가는데도 벅차기 때문에 변화를 바라지 않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간단하게 말해 남들처럼 살아보기 위해 지출한 비용, 아이에게 투자한 학비와 아파트값이 아까워서라도 바뀌는 걸 두려워하게 된다는 말이죠. 세월호 루머가 '먹힌' 배경에는 남을 돌볼 여유가 없는 우리 사회의 속사정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세월호 루머, 악플과 함께 더욱 뻣뻣해진 정부여당


새정치민주연합이든 새누리당이든 선거에서 언제나 질 수 있습니다. 민심이 돌아섰기 때문에 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의 실패 때문이든 선거에는 이기기도 하고 질 수도 있죠. 무조건 야당이 이겨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선거와 함께 자연스럽게 가라앉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입니다. 정치적 이유와 아무 상관없이,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입니다. 정부 여당은 처음부터 단식 중인 유가족을 거들 떠 보지 않았고 선거 후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강경한 태도입니다. 진상조사가 아닌 보상 중심의 자신들의 법안을 밀어부칠 생각인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나라에는 수많은 참사가 있었습니다. 삼풍백화점 참사부터 대구 지하철 참사, 가장 최근에 일어난 해병대 캠프 사망사고까지 안전불감증 그리고 정부의 무능이 빚어낸 사건 사고였습니다. 대형 참사의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꼭 필요한 순간에 보호받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은 정치적인 사람들, 돈을 노린 파렴치한로 공격받습니다. 공격받지 않으면 언론의 무관심과 침묵 속에 아예 없던 일처럼 잊혀져 버립니다. 모든 피해자에 '공평하게' 무관심했습니다. 여태껏 한번도 그 공식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야당의 실책과 함께 힘을 발휘한 세월호 특별법 루머.


많은 유가족들이 4월 16일 이후 지금까지 버텨왔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던 분들중 몇몇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더운 여름날 전국을 걷고 또 걸으며 진상규명을 외치고 계십니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유병언 혼자가 아니란 걸 알게된 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진상규명을 외치지 않은 날이 없건만 누군가는 그 사람들에게 욕심많은 유가족이라 비난하고 행패를 부립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돈을 바랐다면 단식을 하고 도보순례를 할 것이 아니라 진즉에 정부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보상 기준을 상담했을 것입니다. 이러다 책임 규명을 위한 배상 협상에도 비난이 나올까봐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어제 CBS '시사자키'에는 차마 듣기도 가슴아픈 유가족의 인터뷰가 방송되었습니다. 故 박성호군의 누나인 박보나 씨가 출연해 유가족들의 안타까운 상황 그리고 악플이 늘어나다 못해 유가족에게 비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조금만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루머를 바탕으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폭력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일부 정체불명의 계정은 똑같은 내용의 글을 다수 올려 누군가 조직적으로 유가족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되기도 합니다. 악플로 고소를 하면 없는 계정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군요(원문, 박보나 "세월호 악플 갈수록 늘어..힘들다").


조직적으로 퍼부어진 악플과 루머.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처음부터 요구사항이 한결같았습니다. 자식을 위해 감정을 추스렸고 그 누구 보다 냉정하게 현상을 봤습니다. 4월에는 아이들을 구조해달라 했는데 해경은 구조하는 시늉만 하고 언론은 마치 유가족들이 제풀에 지쳐 소리 지르는 사람들처럼 묘사했습니다. 5월, 6월에는 시신도 구하지 못해 안달하는 유가족을 보며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해도 모자랄 해경은 언딘에 모든 걸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유가족들에게 잠수사의 안전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이란 루머를 퍼트렸습니다. 해경이 당연히 조치했어야할, 잠수사의 식사와 검진을 요구한 것도 유가족인데 말입니다. 민간 잠수사를 무리하게 혹사시킨 부분에 해경은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7월부터는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는 유가족에게 보상을 바라는 족속이란 루머를 퍼트렸으며 아직도 10구의 시신을 찾지 못해 피가 말라가는 실종자 가족에게 이제 그만하고 인양하라는 내용의 글들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최소한 뭔가 깔끔하게 수색을 완벽하게 했다는 보장이라도 있어야 인양하자고 하죠. 조직적인 의견을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누군지 말은 못해도 모두가 같은 사람들을 범인으로 지목할 것입니다. 정치적 목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유가족의 본심은 외면하고, 작정하고 퍼트리는 루머. 이것이 그들이 말한 정책이고 여론인가요. 보궐선거 결과 마저 이렇게 되었으니 안 그래도 특별 검사에 대해 뻣뻣하던 새누리당이 더욱 득의양양할 것이란 점이 불보듯 뻔합니다.



말도 안되는 루머에 사람들이 휘둘린 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돈과 대학입시 때문이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한 적도 없는, 정치인들의 생색내기용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뺐길 수 없는 가족을 시스템의 무능으로 잃어버린 피해자들입니다. 여당이 승리하든 야당이 승리하든 그들이 피해자라는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 시스템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특별법은 꼭 필요합니다. 세월호 특별법이 사람 목숨값도 안되는 돈과 대학특례 때문에 포기할 수 있는 문제였나요? 후보를 고르는 기준이 지역색이 아닌 후보의 능력과 정책이어야하듯 세월호 문제도 우리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사안임을 인식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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