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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종영한 '마우스'는 내가 싫어하는 드라마의 조건을 두 가지나 갖췄다. 우선은 첫회부터 너무 잔인했다. 예나 지금이나 소위 '고어'나 '슬래셔'같은 장르물은 무조건 꺼린다. 아무리 모자이크를 해도 혹은 동물이 훼손된 그 장면이 전혀 보이지 않아도 잔인한 설정 자체가 몹시 싫다(극 중 연기자가 든 칼을 보면 내가 베인 것처럼 소름이 끼친다). 두 번째는 소위 '작가만 알고 있는' 설정이 지나치게 많은 드라마는 좋아하기 힘들다. 복잡한 구성은 그나마 금방 이해할 수 있는데 '마우스'는 첫회의 의문이 마지막 회에 풀린 장면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그 외에도 설정이 너무 극단적인 등장인물이 꽤 많아 감정적으로 공감이 안될 때도 있었다. 이것 역시 한참 뒤에 이해되는 캐릭터 탓이 크다. 1회에 보고 느꼈던 감정을 마지막 회에 되새김질하려면 시청자가 기억해야 할 것이 꽤 많아진다. 예를 들어 1회에서 다니엘(조재윤)이 중형차 너머로 넘겨준 봉투가 마지막 회에서 최영신(정애리)에게 건네준 것으로 밝혀졌지만 1회 때의 의문은 대부분 시청자들이 잊어버린 뒤일 것이다. 모든 단서가 1회에 집중해서 연출된 데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매회마다 생략된 감정씬도 많았다.

 

정바름은 원받을 수 없는 사이코패스로 태어났지만...

 

전체적으로 불친절하고 복잡하단 평가를 받기 딱 좋은 드라마였다. 특히 첫회는 정바름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장면이 꽤 많았다, 어린 정바름(김강훈)은 희미하게 친엄마 성지은(김정난)에게 목이 졸린 기억을 갖고 있는데 이 기억은 마지막 회가 돼서야 의문이 풀렸다. 시청자들은 아역을 보며 누가 진짜 사이코패스냐 갑론을박했었고(아마 둘을 헷갈리게 하기 위한 장치라 더 마지막까지 꽁꽁 숨겨놨을 것이다) 마지막 회에 모든 의문이 풀렸지만 쿠키영상을 보니 이것 말고도 아마 못한 이야기가 더 많아 보인다.

 

아무튼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바람에 드라마 내내 많은 사람들이 살해되었고 어린아이(극중 고무치의 형)가 칼로 난도질당하는 장면도 연출되었는데 아무리 직접 본 게 아니라 한들 상상하기 싫을 만큼 끔찍했다. 많은 TV 프로그램이 드라마에서 범죄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가상의 이야기라도 잔인한 묘사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건 물론 비슷한 피해를 겪은 누군가에게 고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미디어에서 직접적 묘사보다 언급이나 대사 만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19금이 붙을만 했던 여러 설정과 장면들 그럼에도..

 

백번 양보해서 드라마에서 사이코패스의 잔혹함을 알리기 위해 선택한 그 장면들이 꼭 필요했다면 그건 할 말이 없다. 제작자들이 충분히 고민했으리라는 믿음 하에 오늘 해보고 싶은 이야기는 잡다한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다. 정바름(이승기)과 성요한(권화운)은 태어나기 전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두 아이는 공통적으로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 둘은 모두 모두 최영신(정애리)의 실험쥐 신세였다. 그렇지만 둘 중 진짜 사이코패스는 정바름뿐이었다. 더군다나 '프레데터'라는 모든 오해를 뒤집어쓴 채 죽어야 했던 성요한은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착한 사람이었다.

 

 

 

 

 

사이코패스 아기 낙태는 합법이다?

 

사이코패스를 임신 초기에 미리 알아낼 수 있을까? 드라마 속 대통령은 헤드헌터라는 사이코패스로 인해 18명이 죽어버린 국가 위기 상황에서 고심한다. 때마침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99퍼센트 미리 알 수 있다는 대니얼(조재윤)의 연구는 화제가 되고 그는 한국을 방문한다. 국회의원들은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의무화하고 사이코패스 유전자로 확인이 되면 공공의 안전을 위해 부모 동의 없이 국가가 강제로 낙태시킬 수 있는 법안'을 두고 격렬히 토론한다. 유전자 검사로 태아가 사이코패스일 땐 죽여야 한다는 주장과 그 아이가 상위 1퍼센트의 천재일 가능성 때문에 죽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충돌하는 상황.

 

드라마에서 초반에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 헷갈릴 수 있지만 사이코패스를 낳기 전에 판별한다는 내용은 완전히 허구다. 태어난 후 전두엽이 발달한 뇌 구조를 사이코패스 여부를 놓고 판단할 수는 있지만 발현되지 않은 사이코패스도 꽤 많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임스 팰런(James H. Fallon)' 박사다. 아무튼 그런 여러 사실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사이코패스 유전자의 발현을 미리 알 수 있다고 설정했고 마지막엔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낙태할 수 있다는 법안을 통과시킨다. 1퍼센트의 정상 유전자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한 것이다.

 

드라마 속 국민투표 결과는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진 아기의 낙태는 합법'이었다. 지독한 연쇄살인마 한서준(안재욱)과 정바름(이승기)에게 데인 국민들이 그런 투표 결과의 원인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아무 죄 없는 성요한(권화운)이 희생되었음을 까맣게 잊은듯하다. 똑같이 사이코패스 유전자가 있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지만 성요한은 예외적인 1퍼센트에 속한 인물이었고 마지막까지 정바름 때문에 희생된 인물이다. 그 역시 피해자인 것이다. 결국 착한 심성을 가진 성요한의 뇌는 정바름에게 감정을 가지게 만들었다.

 

성요한의 존재도 이런 투표를 막지 못한 것으로 묘사된다

잔인하다 생각하면서도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본 이유 -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바름의 '구원' 때문이다. 그는 아이 때부터 신을 원망했고 악마가 되지 않게 해 달라 빌었다. 악마가 되고 싶지 않았던 아이가 궁금했다.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수시로 극단적인 감정이 오고 가는 드라마에서 마지막 순간 정바름이 구원되는 모습은 어떤 면에서 매우 감동적이다. 국민투표로 선택된 강제적인 낙태는 드라마 내내 보여준 보여준 결론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1퍼센트 확률로 태어난 아이는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천재였고 희망이 없는 사이코패스는 그 천재로 인해 구원받았다.

 

반면 국민투표는 그렇게 결론이 났지만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은 신상(표지훈)의 아이는 살아남은 사이코패스로 묘사된다. 죽은 줄 알고 갖다 버렸지만 살아난 대니얼의 쥐처럼 사이코패스는 투표로 미리 죽인다고 완전히 사라지는 개체가 아니다. 한서준도 뇌를 이식받은 정바름이 착한 양심을 갖게 될거라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얌전한 쥐처럼 안보이게 살 수도 있고 공격성을 드러내고 살 수도 있다. 유전자부터 씨를 말려도 태어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신상은 죽기 전에도 착한 경찰이었고 그 아버지도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었지만 아이가 유전자를 발현하느냐 마느냐는 이제 결국 그들에게 맡겨졌다.

 

 

 

 

 

만약 정바름이 뇌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사이코패스에 대한 여러 이론을 접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위에 언급한 Fallon교수처럼 처음부터  MAO-A 유전자가 다르다는 주장도(교수는 그들의 가족력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있고 아예 뇌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들의 다름은 그냥 특이한 정도로 인식될 수도 있고 눈에 띄게 다른 경우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 부분을 정확히 알아보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그들은 아닌 듯 주변에 있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고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칠 수도 있는 존재들이다.

 

개과천선하는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장면

 

'마우스'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점이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이후 정바름은 새로운 학교에서 바른 사나이를 연기했기 때문에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고 수술을 받은 후반부의 정바름은 자신의 과거를 거의 잊어버렸기 때문에 본성을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10화 이후 수술받고 자신의 사이코패스 기억을 잃은 채 지내던 정바름은 또 다른 사이코패스 오형철(송재희)을 만나 살인충동이 폭발한다. 그리고 대니얼 리(조재윤)는 그런 그에게 살인하면서 쾌감을 느끼지 않았냐며 추궁한다.

 

극 중에 등장한 다른 사이코패스는 주로 고무치(이희준)와 정바름의 시선으로 관찰이 된다. 성범죄자였던 강덕수(정은표)나 여성들만 전문적으로 죽인 오형철은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아주 잘 보여준다. 오형철은 자신의 피해자들을 심판했다고 떠들었고 강덕수는 아동 성범죄에 집요한 면을 보인다. 혐오스러운 동시에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들의 범죄는 직접 묘사되지 않아 천만다행이고 주인공인 정바름을 '관찰자' 시선으로 포지셔닝한 이유를 납득하게 한다. 공감이란게 없으니 살인과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이라면 정말 드라마가 재미없었을 것이다.

 

결국 드라마는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하되 그의 정체를 중간까지 숨겨두고 마지막엔 그 사이코패스의 '개과천선'을 묘사한다. 정바름은 사이코패스의 심리도 그들이 저지른 죄의 무게도 아는 희한한 괴물이 되어버린다. 아쉬운 점은 한서준(안재욱), 오형철, 강덕수라는 인물들의 특징이 기존에 알던 드라마 속 사이코패스의 특징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흔한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시그널'같은 범죄 드라마에서 나온 인물들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경우가 많다(기존 드라마의 사이코패스는 '그것이 알고 싶다'같은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심리학자나 범죄심리학자가 될 필요도 없고 최근엔 이런 범죄에 대한 호기심도 조차 '알씀범잡(알아두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 예능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왠지 심폐소생술을 알아두는 것처럼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알아둬야하지 않나 않나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지나치게 숨겨진 장면이 많아서 복잡해진 드라마, 드물게 사이코패스를 다뤘던 특이한 드라마 그럼에도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한 인간의 비극이 가장 감동적이었던 드라마. 그쯤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길다면 길었던 드라마에서 꾸준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연기자들의 고통이다. 그들은 매우 추워 보였고 감정 표현을 할 땐 괴로움이 엿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옥 선생님이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제작진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으시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사이코패스가 아무리 날뛰어도 정상적인 삶은 감사 꽃다발처럼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겠지. '구원받을 수 없는 괴물'이 극적으로 구원받는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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