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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소크라테스를 두고 '테스형!'이라 부른다지. 사실 사람들이 친근하게 부르는 그 테스형,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절 괘씸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그 소크라테스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 '양크라테스' 양종훈(김명민)과 꽤 공통점이 많은 사람이다. 그 대단한 로스쿨 학생들의 스승인 것도, 수많은 질문을 퍼부어 학생들이 질릴 때까지 괴롭히는 것도, 스스로 무죄를 주장하며 배심원들 앞에서 변론하는 것까지. 법적으로 양종훈이 살인 용의자('였다'라고 표현해야 하나)라는 것과 소크라테스는 이미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빼면 그는 소크라테스와 모티브가 비슷한 캐릭터다.

 

총 13회가 방송되었고 6월 9일이면 종영된다고 하니(처음엔 12회 종영이라더니 이것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 정보) 곧 드라마의 수수께끼는 맞춰질 것이라 기대한다. 매회가 의문점 투성이었고 모든 등장인물 그중에서도 특히 학생들에 대한 의심이 하나하나 풀려가는 과정은 꽤 흥미롭더라. 그리고 분명히 '실제와 관련이 없음'이라고 프로그램 시작전에 설명해두었지만 서병주(안내상) 뇌물 사건은 진경준 게이트, 이만호(조재룡) 건은 조두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전예슬(고윤정) 사건이나 서지호(이다윗)의 피의사실공표죄 논란은 실제 사건이 아니라도 자주 보던 현실이고.

 

양크라테스가 늘 맞추던 코끼리 퍼즐. 과연 마지막 조각은 강단일까.

 

양종훈이 늘 손가락에 끼고 돌리던 퍼즐.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합리적 의심은 거둬지고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다'  첫회부터 양종훈은 '실체적 진실'을 궁리했고 이젠 많은 것이 밝혀진 듯하다. 남은 것은 서병주(안내상)를 죽이도록 사주한 인물이 누구냐(아마도 그럴 이유가 있는 인물은 한명 뿐인 것 같은데)와 많은 사건의 키를 쥐고 사라진 강단(류혜영)의 비밀이 무엇이냐 하는 것일 것이다. 성폭행범 이만호는 범죄를 저지르는 도중 서병주의 뺑소니 사고를 목격했고 그 뺑소니를 덮어주는 조건으로 이만호의 심신 미약을 인정해준다.

 

이후로 일어난 일들은 양종훈에게 실체적 진실이 필요한 퍼즐이 된다. 알고보니 뺑소니 사고를 낸 서병주는 한준휘(김범)의 삼촌이 아닌 아버지였고 완벽한 법조인이었던 서병주는 어쩐 일인지 고형수(정원중)에게 뇌물로 의심받을 수 있는 땅을 증여받아 재판까지 받게 된다. 뺑소니 사고 이후 서병주의 인생은 의문의 연속이었다. 희대의 파혐치한 이만호를 감싸준 이유는 무엇이며 아무리 막역지우라지만 고형수에게 56억 상당의 땅을 왜 받았을까. 결정적으로 마약을 먹을 만큼 괴로워하는 그를 살해하라 사주한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모든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순간 얼마 남지 않았다. 강단이란 이름에 매우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인 고형수.

 

아마도 의외로 서병주의 일은 이유가 간단하다고 본다. 일단 드라마에 대한 몇가지 사실과 단서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지만 대충 추론해 보자면 '아버지 서병주가' 답이 아닐까. 서병주는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을까 두려웠고 정의로운 삼촌을 자랑스러워했던 아들을 위해 사건을 덮으려다 무리수를 두고, 오랜 친구였던 고형수에게 그 사실을 들킨 게 아닐까. 안 그래도 사우나에서 고형수는 양종훈을 불렀고 그 자리를 서병주가 곤혹스러워했다. 꼼꼼한 시청자가 아니면 알아보기 힘든 무테안경과 검은테 안경을 구별해서 세팅한 제작진이고 보면 쉽게 넘길 수 있는 장면은 없다.

 

서병주는 죄를 지은 자신의 심정을 강솔B(이수경)에게 간접적으로 표현한 적이 있다. 엄마의 강요로 표절을 하고 그 문제를 털어놓기 싫어하는 강솔B에게 '털어놓는 순간 네 인생은 끝이다' 싶겠지라고 말하는 서병주는 강솔B가 처한 문제를 잘 알았던 것 같다. '네 잘못을 덥고 가려는 순간 지옥문이 열리는 거'라는 서병주는 자신이 뺑소니 사고를 덮었기 때문에 일어난 지옥을 뼈저리게 고민했다. 이 문제는 아마도 다음 주면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 같다. 범죄를 사주한 사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존재하고 그 단서가 있는 한 실체적 진실은 달라질 게 거의 없다. 진짜 문제는 강단이 왜 각서를 쓰고 사라졌느냐 하는 것이다.

 

막역자우 고형수, 서병주 사이에서 가짜뉴스 사건을 수사하던 양종훈

 

강단은 5년전 갑자기 사라졌고 그때 양종훈에게 편지를 남겼다. 폭력적인 양아버지 강칠성 때문에 고통받던 안숙자와 그의 딸 강별(박소이)을 가족으로 둔 강단은 과거 고형수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그 과정에서 가짜 뉴스 사건을 보고 고형수를 내부 고발하게 된 강단이 강칠성과 양숙자의 이혼을 조건으로 합의할 때 고형수에게 돈을 받지 않았나 생각된다(합의서는 법무법인 형설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당시 강단이 양종훈에게 남긴 편지를 보면 '제 배신을 절대 용서하지 말고', '고형수 그 인간을 꼭 단죄해달라' 쓰고 있다.

 

고형수가 진형우(박혁권), 송기준, 최재천, 기두성 등을 움직이는 핵심 배후라면 이 드라마의 퍼즐을 맞출 키는 강단이 쥐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거기다 김은숙(이정은)은 제임스라 불리는 이만호의 아들과 연락하고 있는 사이인듯한데 김은숙은 모든 걸 터놓는 사이인 양종훈에게도 제임스의 존재를 비밀로 하고 있다. 제임스는 거기에다 김은숙과 통화하는 걸 보니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한다. 이만호와는 언제 헤어졌고 얼마나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간 것일까. 강단은 어린 시절 인연으로 그 제임스와도 인연이 닿고 있다.

 

강단이 양종훈에게 남긴 편지.

 

강단의 미스터리 이외에도 서병주가 받았던 발신번호표시 제한 표시가 걸렸던 전화와 3회에서 서병주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양종훈이 아는 것도 시간 문제야'라고 했던 대상도 아직 미스터리인데 그때 서병주는 자신의 뺑소니를 아들에게 들켰고 자수하라는 압박을 받자 그 동영상을 양종훈에게 보낸 상태였다. 결국 그 모든 과정을 아는 이만호는 어제 14회에서 누군가의 사주로 살해된 것같다. 대충 이만호의 성폭행 사건, 서병주의 뺑소니, 서병주의 이만호 심신 미약 감형, 고형수의 가짜 뉴스, 서병주의 뇌물 수수 사건, 서병주의 죽음 이런 순으로 얽힌 상태다.

 

 

 

 

소크라테스와의 공통점, 늘 스승이고 싶은 양종훈

 

흥미로운 건 단 한명의 법꾸라지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양종훈의 태도다. 자신이 피의자고 자신이 무혐의를 입증해야 할 상황에서도 그는 늘 가르치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첫회부터 지금까지 그의 수업은 한 편의 교재였고 양종훈은 그 가르침으로 제자들을 설득해왔다. 양종훈을 재수 없는 교수님 정도로 여겼던 제자들도 이제는 양종훈에게 일말의 신뢰감을 보인다. 특히 약간 재수 없는 캐릭터가 될 뻔했던 서지호(이다윗)가 보여준 변화는 꽤 극적이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피의사실공표죄를 두고 양종훈과 협력한다.

 

서지호의 아버지는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의혹 만으로 장난감 회사가 망하자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그 의혹을 처음엔 서병주가 흘렸다고 생각했고 한준휘의 제보에 의해 그 의혹을 흘린 사람은 진형우라는 걸 알게 된다. 이제는 그 진형우 조차 '실체적 진실'이 아니고 그 뒤에는 고형수가 있다는 걸 파악했다. 서지호는 아무 권력 없는 자신이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을 확실히 배웠고 권력에 편승하지 않고도 영리하게 쫓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똑똑했던 한준위나 강솔B와 다르게 이 부분은 서지호에게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서병주의 죽음 이후 이어진 수업. 피의사실공표죄, 데이트 폭력 피해자, 표절, 시험지 유출 사건 등 그들의 사건은 모두 교재가 되고 수업이 된다.

 

강솔A는 법을 잘 아는 한준휘나 타고난 강솔B와 다르게 현실적인 법감정에 익숙한 학생이다. 그렇다고 조예범(김민석)처럼 대놓고 속물은 아니지만 적어도 성폭행범이 심신 미약을 이유로 감형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눈에 불합리한 일을 법적으로 이리저리 핑계 대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모든 것이 꼼꼼한 성격의 양종훈이 가장 공들여 다듬어야 할 학생은 강솔A일 것이다. 그런 그녀가 양종훈을 신뢰하고 지지하는 이유는 실력이나 똑똑함 때문이 아닌 과거 자신이 저지른 폭행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반적인 법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캐릭터다. 양종훈은 눈으로 욕하는 강솔A를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짜장면 사주면서 가르쳐준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인 전예슬(고윤정)은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속 터지는 학생이었다. 고영창(이휘종)에게 불법 촬영이나 폭행을 당하면서도 고소하지 못한 그녀는 아무리 우호적으로 보려 해도 고운 시선으로 보기 힘들다. 피해자 잘못이 아닌 것은 아는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피해자에게 대부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자신이 법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당당해야 하는' 피해자라는 것을 일깨우는 방법은 전예슬을 학생으로 만드는 방법뿐이지 않았을까. 드라마틱하고 과한 설정일 수도 있으나 뭐 '로스쿨'다운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공포의 양크라테스'가 활약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차마 말은 못하고 눈으로 욕하는 제자 강솔A - 양종훈은 그녀에게 짜장면을 사준 적이 있다.

 

아무튼 강단이 가짜뉴스를 고발하려 했다는 것, 양아버지 강칠성 때문에 합의하느냐 고형수에게 돈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그 건으로 양종훈은 꾸준히 강단과 연락을 시도했다는 것(그 때문에 법정에서 강단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 고형수는 흠칫했다). 강단이 돈을 대신해 안고 가기로 한 비밀이 풀리면 드라마는 끝난다. 서병주는 이미 이만호에게 죽었지만 누군가에게 사주받아 양종훈은 죽을 뻔하고 이만호도 곧 죽을 수 있다는 것. 이 짧은 단서들 이외에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그래도 퍼즐 속의 코끼리는 대충 완성된 것이 아닐까.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고 이제는 범인들이 죗값을 치를 순서만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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