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

태종 이방원, '왕자의 난'과 급살된 정도전, 이방석

Shain 2022. 3. 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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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화가위국(化家爲國)'란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이성계가 처음 권력을 쥐고 국가를 논할 때는 권력이 어떻게 나누어질지 생각한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아니 생각을 했더라도 첫째 아들 방석이나 방과처럼 얌전히 시키는 대로 할 줄 알았지 서로 경쟁하며 눈을 부릅뜨게 될 줄은 몰랐겠죠. 이방원의 여섯 아들 중에서 순하게 위의 뜻을 받든 아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넷째 아들인 방간마저도 결국 형들을 향해 칼을 들었죠. 그나마 정도전에 의해 사병이 혁파되고 군대에서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이 줄어들면서 상황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갑자기 군대가 사라져 당황했지만 조직만 사라졌을 뿐 여전히 군권은 있었습니다. 대신 군대가 조금 작아졌으니 이방원과 그의 동료들은 식으로 소규모 안력을 동원합니다.

 

태종 이방원은 정도전과 대립하면서 세자와 대화를 나눈다.

 

정도전이 사병을 거둔 것은 급작스러운 결정이기도 해서 단시간에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군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니까요. 이성계는 이방원이 무슨 일을 저지를 것이란 걸 이미 간파했습니다. 사실 이미 세자세력은 힘이 약해진 상태였고 이성계가 버티지 못하면 힘을 잃는 처지였습니다. 살아있는 신덕왕후라면 모를까 더 이상 남은 힘으로는 이방원 무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이방원을 꾸짖고 경계해도 목을 베지 않는 한 이방원은 두고두고 세자의 목숨을 위협하겠죠. 정도전은 사병혁파를 빌미로 일단 요동 정벌이란 계책을 꺼내놓습니다.

 

그런데 정도전과 이성계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이방원 무리는 감당해 낼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형제들의 죽음을 막고 곱게 지나가고 싶은데 이미 부추기는 세력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제 태어날 아이는 더더욱 태종 이방원의 발목을 잡습니다. 태조 이성계를 벗어나고 싶어도 가족의 목숨도 이제는 무력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몽주를 죽일 때 이런 일도 감당해야 했던 것일까요. 이방원은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않기로 합니다. 이제는 정도전 일가를 처치하고 왕가를 도모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세자는 그들의 대립을 눈치채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병장기의 몰수로 당황하지만 원경왕후(정녕옹주)는 무기를 숨겨 위기를 피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원경왕후가 침착하게 무기를 꺼내는 장면도 흥미롭지만 얼마나 군사가 적길래 싶기도 하죠. 사실 군대가 모이면 때가 되면 전국의 군대를 거두고 뭉쳐서 움직이는 게 맞습니다 조직을 새로 싸고 개편하더라도 그게 맞는 일이죠. 이방원도 이방간도 군사를 열심히 훈련시켰지만 그 문제만큼은 닭 쫓던 개가 되어버립니다. 이성계가 군대 문제에 유난히 관대하기도 했지만 그때까지는 부대를 혼자 움직인 점도 그렇고 자신이 왕이라는 자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원경왕후는 두번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태종과 정도전(이광기)의 이야기에서 가장 불쌍한 건 어린 왕자였던 이방석(김진성)이죠. 이방과(김명수)의 말대로 왕의 자리에 주인은 없습니다. 더 돋보이는 아들, 더 유력한 집안의 아들은 있을 수 있지만 이방원(주상욱)은 그대로 살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방원은 너무 잘났고 일할 사람은 필요한데 아직 조정은 그 사람들을 감당할 처지가 아니었죠. 정도전의 행태를 두고 사람들은 독단이 심하다고 비난했지만 당시의 상황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빠르게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고 움직인 원경왕후(박진희)의 패기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을 따져 머리 좋게 치고 들어갔죠. 그 부분 때문에 정도전을 이긴 것입니다.

 

삼봉은 자신에게 다가온 위기를 눈치챘지만 대세는 원경왕후의 편.

 

상황을 보니 누구든 치고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거고 선봉을 잡느냐가 들어오냐가 관건입니다. 그런데 정도전의 예상대로 그 위험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군요. 태종이 위독하다는 핑계로 권력을 잡을 생각이었는데 민경왕후가 그 점을 간파한 것입니다. 모두 도망치는 순간에 꾀를 내어 원경왕후가 위독하다며 위기를 모면합니다.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해야 할지 눈치가 빠르다고 해야 할지 이방원은 원경왕후 덕분에 위기를 넘기죠. '전하께서 춘추가 많으시지만 우리도 이제 많이 늙었습니다' - 의성군 남은(이기열)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것인지 씁쓸한 말을 남기죠. '지금 배다른 왕자를 베어서 화근을 없애야 한다'는 삼봉의 예감은 정확히 적중합니다. 이건 그냥 죽으라는 말이죠.

 

삼봉 정도전과 이성계는 오랜 시간 함께 했고 오랜 시간 위기를 함께 넘겨온 동지입니다. 그렇지만 왕가의 사람들을 다치게 하면 자신들도 죽는다는 삼봉의 예감은 놀랍게도 적중할 수도 있습니다. 맹수 같은 이방원이 자신들을 죽일 것을 알지만 그 시간을 버티기로 한 것일까요. 그런데 죽음을 예감한 사람은 그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정안군을 염려하는 삼봉은 갑자기 세자(김진성)에게 갑자기 질문합니다. '형님은 제 나이 때도 그렇게 단단하셨습니까'라고요. 정안군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너무 어린 나이라 잘 드러나지는 못했지만 세자 역시 왕가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분은(양녕대군) 벌써부터 칼 휘두르는게 장난이 아니신데...

 

사실 왕가의 사람이니까 자연스럽게 왕이 되고, 세종대왕 같은 영웅의 탄생을 보지 못한다는 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쓸모없는 예측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누가 태어나든 상관아 없었죠. 정도전이 없었으면 다른 영웅들이라도 일어서 나라를 지켰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죠. 어차피 대가족은 언젠가 나누어지고 갈라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냥 왕가에서 태어났으니 그 문제가 더욱 심각했겠죠. 세자 이방번을 시작으로 죽여야 하는 인물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왕가 하나가 몰살되는 거죠. 민제(김규철)의 가문 사람들부터 그들이 사형시킬 인물은 이제 그들이 죽여야 할 인물의 후보군이 될 거예요.

 

* 오늘 손가락을 다쳐서 움직임이 수월하지 않네요 -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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