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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태양, 로맨틱 코미디의 모든 비밀은 사랑으로 마무리된다

Shain 2022. 9. 2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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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태양이 멀어진 빙하기 동안 지구의 공전주기가 375일이었다고 하죠. 햇볕을 덜 받는 만큼 지구는 추웠고 얼음 속에 남겨진 매머드처럼 많은 생명들이 꽁꽁 얼었다고 합니다. 주중원(소지섭)은 태공실(태양이)이 없는 375일째 아침에 깨어났고 김실장(최정우)은 감기 기운 때문인지 귀신에게 홀렸는지 주중원의 팔레스 호텔에서 약속시간을 한 시간 일찍 잡는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주중원은 거짓말처럼 태공실을 만나죠.다크서클없는 깨끗한 얼굴에 자신만만하고 도회적인 모습의 태공실은 한국에 왔지만 주군을 찾지 않았고 주군의 목소리를 듣고도 금방 알아듣지 못한 듯 보였습니다.

'나쁜 년'이라는 주중원에 비해 어딘가 모르게 달라진듯한 태공실. 주군을 보고 뭐라고 할까?

일년 전의 태공실과는 다르게 밤늦게 혼자 술을 마시고 자신에게 대시하는 남자에게 일행이 있다며 자리를 옮기는 태공실이 주군을 찾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능성이 있습니다. 태공실이 여전히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첫번째는 무서워하며 세상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살던 과거와는 달리 공실이 귀신을 보는 능력을 인정하고 안정적인 삶을 찾아 한국대학을 다니던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주군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어버렸을 가능성이고 두번째는 여전히 귀신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주군과의 약속대로 주군을 찾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진우(이천희)가 커피귀신을 시켜 태공실의 생활을 지켜보았듯 태공실도 커피귀신을 보내 김실장에게 장난을 치고 주중원이 태양을 찾아올 수 밖에 없도록 엮었을지 모르죠. '주군의 태양' 첫회에 등장한 하얀장미 아줌마 귀신은 벼락은 피해도 태양은 피해갈 수 없을 거라며 이미 태양과 주군을 만나게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살아있는 사람들부터 귀신들까지 태양과 주군의 사랑을 지켜주는 여러 큐피드들이 등장합니다. 하다 못해 쇼핑몰 지박령인 쓰레기통 아저씨 귀신은 태양 목걸이를 전해주고 쓰레기통 뚜껑을 돌려 주군을 위로합니다.

'나는 캔디가 아냐' 태공실 자신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태공실을 둘리의 짝인 여자공룡 '공실이'로 부르며 좋아했던 강우(서인국)도 마지막에는 태양을 잡으라며 주중원을 재촉하고 김실장은 수차례 공실과 중원이 만날 수 밖에 없도록 사랑의 화살을 쏘았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심술궂던 도석철(이종원)도 강우를 차지할 욕심에 공실과 중원을 엮으려 기를 쓰던 태이령(김유리)도 맹장염 발연기로 태양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어제는 주군의 고모 주성란(김미경)까지 발벗고 나섰죠. 그런데 어제 주군을 만난 태공실은 그런 큐피트의 도움은 모두 잊은 듯한, 쌀쌀맞고 도도한, 전혀 딴사람 이 되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산에서 조난사고를 당했던 태공실이 영혼상태로 진우와 함께 여행을 다니던 그때의 기억을 되찾고 왜 자신이 주군의 옆에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는 것 입니다. 왜 주중원이랑 만날 수 밖에 없었는지 어쩌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졌는지 납득하고 나면 더 이상 귀신들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의 삶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겠죠.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의연해진 모습으로 티저에서 보여준 전문적인 고스트 상담사(?)가 되어 커피귀신같은 영혼들을 불러모으고 도와줄 귀신과 승천하게할 귀신을 구분하는 그런 태양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누가 말려도 난 떠나야할 이유가 있다. 캔디가 되기 싫은 태공실의 자존심.

그러나 어느 쪽이든 확실한건 늘 주군을 종종거리며 따라다니고 주군을 방공호라 부르며 의존하던 태공실이 이제는 주군과 동등하거나 혹은 주군이 우러러 볼 수 있는 진짜 태양이 될 것이라는 점 입니다. 일년전에도 주중원은 태공실이 없으면 멸망할거라며 태양의 존재를 인정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태공실을 인정한 주군의 사랑이었지 태공실 스스로 빛나고 당당히 떠있었다고 보긴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모두가 태양이 주군을 위해 떠난다고 생각하고 '캔디질' 그만하라며 잡았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제목만 '주군의 태양'이었고 주군이 지배하는 태양, 주군이 돌봐주는 태양이었지만 어제의 당당한 태공실의 모습은 주군을 마주 보는 태양이자 주군의 주인인 태양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태양의 카리스마있는 변화는 어떤 면에서 홍자매 작가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신데렐라 공식 이라 볼 수 있습니다. 홍자매 작가들은 기존에 전해져오던 소설이나 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지만 동시에 비상식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추구한다는 비난도 받아왔습니다. '마이걸(2006)'의 이다해가 묘사한 개릭터도 새로운 신데렐라의 변형이었죠.

 

가난하고 평범한 아가씨가 평생 꿈꿔보기 힘든 왕자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신분이 바뀐다는 이야기. 고전 동화의 그런 아가씨들은 무조건 행복하게 잘 살았다지만 동화가 아닌 현대극 속의 신데렐라들은 입장차이 때문에 점점 더 초라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신데렐라 이야기가 여주인공을 세상에서 제일 잘난 남자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격상(?)시켜 남녀주인공을 평등하게 만들지만 아무리 객관적으로 봐도 운좋아 잘난 남자를 차지한 여자로 보이기 딱 알맞은게 캔디고 신데렐라입니다. 그 갈등요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설정이 바로 여주인공의 홀로서기죠.

리가 울면서도 헤어져야하는 이유는 뻔한 신데렐라 이야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야

태공실이 귀신보는 능력 덕분에 사회생활을 전혀 못해도 돈많은 주군이 방공호 노릇을 하면되고 주군이 태공실의 특이함까지 받아들일 정도로 애정이 넘치니까 한쪽에게 조금 무게가 기울어도 두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가 고전동화의 관점이라면 홍자매 작가는 여주인공도 남자주인공없이 혼자 설 수 있는 존재임을 부각시키는 설정을 도입 합니다. 신데렐라가 된다는 건 부자인 남자주인공만 여성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는게 아니라 자신도 그에 걸맞는 홀로설 수 있는 여성으로 성장해야한다는 뜻이고 태공실은 그때문에라도 과거를 찾아야했던거죠.

그동안 홍자매 작가의 드라마들이 남녀주인공의 모든 것을 극복한, 달달한 사랑을 묘사한 로코물이었습니다. '주군의 태양'에서 보여준 여주인공의 성장이란 설정은 홍자매 작가 드라마의 특징으로 단단히 자리잡을 거 같단 생각 이 듭니다. 뭐 신데렐라식 로코물은 언제나 똑같다는 편견을 깨트린 작가는 홍작가 자매가 처음은 아닙니다만 미국으로 떠나면서 '나는 캔디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태공실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조금 더 능동적으로 사랑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때문에 태공실이 기억을 잊어버린게 아니라 주군에게 장난을 쳤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명색이 로코물인데 귀신 뒤치닥거리하느냐 닭살애정 행각도 제대로 못봤다. 마지막회를 기대.

한가지 거슬리는 거라면 진우와 태공실이 함께 3년 간의 기억을 찾으러 여행을 떠난 설정, 즉 주중원이 태양을 위해 고집을 피우지 않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성장과 태양이 떠나야겠다고 마음먹는 과정을 너무 작위적으로 그렸다는 점인데( 나 이 장면을 넣은 이유를 너무 잘 알아, 이런 느낌) 난 예전의 신데렐라와 다르다고 강조하는 듯한 태양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왕자와의 만남이라는 신데렐라 로코물의 공식이 있는 한 자수성가형 여주인공을 만나긴 힘들테고 이런 이별이 두 사람의 수평적인 관계를 위한 상징임을 받아들여야 겠지요.

시청률을 선점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주군의 태양'도 오늘이 마지막회입니다. 악녀 조차 밉지 않고 유난히 따뜻한 귀신 이야기가 많아 눈을 뗄 수 없던 이 드라마.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단 한번도 정식으로 사귀고 데이트한 적이 없으니 닭살스런 애정행각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되리란 생각이 듭니다. 태공실이 주군 앞에 털어놓을 3년 동안의 비밀, 과연 제가 짐작했던대로 한나(한보름)를 비롯한 여러 영혼들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던 것인지 잊어버린 기억 속에서 주군을 사랑하기라도 한 것인지 오늘밤 이야기를 기대해봅니다. 정말 이런 이야기 만들어내는 분들은 복받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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