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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제국, 제2의 최동성이 되는게 장태주의 승리입니까?

Shain 2022. 9. 2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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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만 더 가면 회장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장태주(고수)에게 윤설희(장신영)이 해준 말은 눈물나도록 슬펐습니다. '20년 넘게 공장다녔다네. 선반일 하다 다친 보상금 합쳐서 김밥집 시작했단다. 오상미씨. 오늘 떠났어. 태주 네가 수술비 안줘서. 애는 셋이라네. 중학생 둘 초등학생 하나. 내 퇴직금은 그분들 드려 태주야'. '황금의 제국'은 용산사건이 일어난 현장도 아닌 사무실에서 찍고 있는데 화려한 사무실 한구석에 그 사람들이 나타난 것만 같아서 자꾸 마음이 아프더군요.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만져보지 못할 엄청난 금액의 재산다툼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망가지는 장면을 사무실에서 찍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직접 보여주기엔 너무나 잔인하기 때문이겠죠.

'남들 우는데 혼자 웃는게 제일 불쌍하다' 윤설희가 장태주에게 전해준 너무나 슬픈 이야기.

이 드라마가 처음 시작할 때는 장태주는 오상미씨 가족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금지된 불법 고액과외로 돈을 벌었고 장봉호(남일우)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정했고 윤설희를 찾아가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족을 사랑하며 정의를 말하던 장태주가 알박기로 십억을 벌고 그 십억을 종자돈으로 성진그룹의 패권을 노리는 동안 변해버렸습니다 . 지금의 장태주는 철거현장 강제진압을 명령한 최민재(손현주)나 손에 물한방울 안 묻히고 자라 성진그룹 대주주가 된 최서윤(이요원)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장태주는 자신이 미사일단추 신드룸에 빠진 재벌가 후계자들하고는 다르다고 자부해왔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선도 베풀었지만 이제 자신이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악마임을 인정 하게 됩니다. 한강변에 고층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분양해 사람들의 허영심을 자극하고 남들과 다르다는 자부심으로 살게 하자는 장태주의 계획은 살던 곳에서 억지로 쫓겨나야하는 서민들의 삶과 선명하게 대조됩니다. 사랑하던 윤설희가 태주의 옆을 떠나고 충성스럽던 조필두(류승수)와 나춘호(김강현)가 그런 장태주에게 깜짝 놀랍니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모질게 사람들을 괴롭히고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황금의 제국'은 첫회부터 극단적으로 다른 우리 나라 재벌가와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었기에 가난한 집 출신 장태주가 '정의의 편'에서 성진그룹을 이기리라 기대했던 사람은 없을 것 입니다. 수천억원의 돈을 날려도 최동성(박근형)의 꾸짖음 한번으로 무마되는 성진그룹 식탁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최씨 집안을 상대할 방법은 없습니다. 심심하면 골프를 치며 영빈관에서 접대받는 고위관료들에게 경매로 돈세탁까지 깔끔하게 뇌물을 넘겨주는데 장태주가 성실히 일해 그들을 이긴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장태주는 현대판 노다지인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어 자본을 끌어모읍니다. 거품경제 끝자락에 IMF 외환 위기가 터지는데도 전국은 재개발 붐으로 땅값이 치솟고 그 빈틈을 노려 돈을 긁어모은 장태주는 벼락부자가 됩니다. 그런데 장태주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으라'는 윤설희의 만류도 듣지 않고 최민재와 함께 성진그룹을 노려보기로 합니다. '똑같이 나눠먹자'는 최민재의 유혹은 달콤했으며 장태주에게는 재벌가의 인맥이 없을 뿐 최민재나 최서윤과 같은 능력이 있었습니다. 성실했지만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와 다르게 자신은 이길 수 있다고 자신 합니다.

주가조작, 불법증여, 차명계좌, 부동산 투기. 그들의 전투는 처음부터 정당하지 않았다.

얼핏 보면 드라마는 가난한 서민이 재벌과 경쟁하는 이야기 구도로 보입니다. 최씨 일가에게 벌레 취급 당하는 장태주를 보면 잘난척하는 성진가를 납작하게 눌러줬으면 싶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악마를 이기기 위해서 악마가 되야한다지만 뇌물과 편법을 당연시하고 윤설희에게 살인죄를 씌워 감옥에 보내고 똑같이 철거민 처지였으면서 용산 참사같은 대형사건을 저지르는 장태주를 보면 과연 이 사람을 응원해야하나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온화해 보이는 최서윤 덕에 마치 이 드라마가 서민은 절대로 안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건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장태주는 성진그룹이 자기 것이라는 최서윤에게 말해왔습니다. 어째서 같이 같이 키운 기업인데 나눠먹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함께 노력해서 똑같이 나누자는 최민재의 약속처럼 처음에는 모두의 것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거대한 그룹이 특정 집안의 것이 되고 왕국이 되고 왕조가 되어버렸습니다. 거칠게 폭주하는 장태주와 웃음기없는 얼굴로 일하는 최서윤의 욕망은 전혀 다를게 없지만 어쩐지 최서윤이 그룹의 주인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성공한 종놈 보다는 몰락한 양반집에서 '식모'일을 하고 싶어했다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종놈'은 영원히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였을까. 선악이 갈리지 않는 장태주와 최서윤.

돈에 대한 욕망은 서민이나 재벌이나 똑같습니다. 작은 집을 사면 더 큰 집을 사고 싶고 큰집을 살면 건물을 짓고 싶은 그 욕심은 똑같다는 걸 장태주와 최서윤, 최민재를 통해 보면서 시청자들은 너나할 것없이 '나쁜 놈'인 이들 중에 누가 성진그룹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재벌가에서 자라 인맥이 넓은 그년? 아니면 신림동 판자촌에서 입지전적인 성공을 거둔 그놈? 그것도 아니면 마부의 설움으로 평생 칼을 갈아온 그놈? 거품경제의 약점을 톡톡히 누리며 돈놀이하는 그들을 보면 선뜻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태주 말대로 그가 성진그룹 회장이 되고 최씨네 가족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하면 정말 그게 성공인 걸까요. 그들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발 붐을 일으키고 돈놀이를 하고 주가를 조작하고 차명계좌로 법을 속이고 돈과 인맥으로 죄 보다 가벼운 처벌로 풀려나고 감옥이나 검찰 안에서 특별 대접을 받는 세상에서 장태주가 그들이 만든 룰과 편법으로 회장이 되는게 정말 그들을 이기는 것일까요. 그래서 태주의 아들, 서윤의 자식들까지 이어지는 피터지는 싸움을 계속하는게 그게 정말 아버지 장봉호의 승리인가요?

 

지금까지 장태주는 계속 성진그룹의 회장이 되는 것을 승리라 말해왔고 저 역시 셋중 하나의 편을 든다면 '공감 가던' 옛날의 장태주 편을 들고 싶었습니다만 보면 볼수록 최동성(박근형) 회장같은 성진그룹 회장이 되는 것은 진짜 승리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재산과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세상에서 그들이 만든 룰로 살아가는게 어째서 이기는 것입니까. 여전히 회장이 된 장태주 밑에는 성실히 일하면서도 불법과 편법에 목숨을 내놓아야하는 수많은 장봉호가 있고 오상미가 있을텐데 그게 어째서 이기는 것입니까.

장태주씨 제 2의 최동성이 되는게 진짜 승리입니까. 다른 해답을 보여주세요.

사람들은 '돈돈'거리면서도 돈을 잘 모릅니다. 기업에서 벌인 투기판에 한몫 벌자고 투자합니다. 주식으로 망하고 하우스푸어가 되도 그 피해자가 자신이 될 거라곤 생각치 않습니다. 경제라는 테마로 만들어진 드라마 '황금의 제국' 시청률이 낮았던 이유 중 하나도 유상증자니 신주인수권이니 하는 말에 익숙치 않아서 라고 합니다. 돈은 원하지만 재벌을 모릅니다. 기업의 이익이 비정규직이나 재개발지역 사람들이 아닌 특정 재벌 가족들에게 넘겨지는 이상 태주가 최씨집안을 이겨도 누군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배성재(이현진)든 누구든 말입니다.

'회장님 오십니다'는 한마디에 고위 간부들이 일렬로 늘어서 허리를 굽히는 재벌의 총수. 장태주와 최민재, 최서윤은 그 그룹의 총수가 되는 것을 엘도라도를 찾는 모험가들의 도전과 비교했지만 재벌의 재산과 권한이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한치앞도 알 수 없는 그들의 승부. 윤설희가 태주에게 들려준, 너무나 슬펐던 한 재개발 지역 주민 이야기와 도저히 어울릴 것같지 않은 재벌 가족의 반목을 보며 그들이 최후의 승리가 누가될지 궁금한 동시에 장태주가 진짜 승리가 무엇인지 알았으면 싶습니다. 벌써 마지막회라니 아쉽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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