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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태양, 의문스런 이천희의 등장과 가짜 한나 노릇을 하는 차희주

Shain 2022. 9. 2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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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 중 하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반전이 기막히다는 점이나 설정이 탁월하다는 점은 인정해도 이른바 '전지적'인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결말을 추리하는데 있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단서가 아닌, 작가만 알고 있는 부분에서 갑자기 '정답'이 튀어나오니 뭔가 반칙 아니냐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의 추리소설이나 드라마가 이런식으로 전개되는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가 기껏 공들여 짜놓은 이야기를 독자가 너무 쉽게 눈치채면 재미없기 때문이죠.

'주군의 태양' 마지막 파트의 열쇠를 쥔 이천희의 등장. 태양이 귀신을 본다는 걸 알고 있는 그는 누구일까.

 

'주군의 태양'은 첫회부터 지금까지 주중원(소지섭)과 태공실(공효진)이 과거를 한꺼번에 보여주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단서를 드러냈습니다. 어린 주중원(엘)을 납치했던 공범은 차희주(한보름)였고 차희주는 주군의 기억 속에서 따뜻하고 다정한 성격과 냉정하고 차가운 성격을 모두 가진 별난 여자친구였습니다. 거기에 주군의 아버지(김용건)는 차희주가 죽은지 일년 후 영국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내 강우(서인국)를 통해 차희주가 쌍둥이라는 또다른 단서를 전해줍니다. 얼마전부턴 성형수술한 차희주의 쌍둥이인 한나(황선희)가 주군 옆에 있습니다.

 

'주군의 태양'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가가 모든 키를 쥔 드라마입니다. 오로지 작가만 답을 아는 추리극을 보는 재미는 역시나 다양한 각도에서 추리해보는 재미입니다. 시청자들은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그랬듯 등장인물 중에 공범이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주군의 고모 주성란(김미경)과 고모부 도석철(이종원), 주군의 아버지와 김실장(최정우)을 의심했지만 주군에게 숨긴 비밀은 있을지언정 주군을 납치한 공범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태공실이 영혼을 보게 된 비밀을 알려주기 위해 어제는 배우 이천희가 등장 했죠.

 

주군의 옆을 맴도는 차희주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한나. 차희주 정말 '나쁜 년'이었군?

 

마지막회가 얼마 남지 않은 '주군의 태양'에서 알아낼 비밀은 이제 크게 세가지로 압축됩니다. 차희주와 한나가 어떻게 만나 납치극을 꾸미게 됐으며 주군 어머니의 목걸이를 요구한 이유, 커피귀신을 통해 태양을 감시하던 이천희가 알고 있는 태양이 귀신을 보게 된 비밀, 세번째는 주군과 태양의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있는지 아니면 서로 다른 별개의 사건인지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차희주라고 알고 있던 귀신은 사실 영국에서 자란 한나였고 김실장이 희주와 한나의 외삼촌이라는 엄청난 비밀이 밝혀진 지금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을 모아 봅니다.

 

 

 

 

차희주와 한나, 주군 - 한나가 죽은 이유는 왜?

외삼촌인 김실장은 영국에서 입양되어 자란 한나는 밝고 따뜻한 아이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랬던 한나가 차희주가 죽은 이후엔 '차희주를 기억하라'며 원망섞인 말을 했고 지금은 자기 얼굴이 싫다며 성형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결정적으로 김실장은 한나가 '언니'라고 기억했는데 한나 브라운이라 불리던 그 여자는 거울을 보며 '언니 미안하게 됐어'라며 냉랭한 미소를 보입니다. 납치 사고 후 한나가 죽을 때도 그 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웃던 차희주는 입양되어 부유하게 자란 한나를 미워했고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해 큐레이터가 되었단 뜻입니다.

 

주군이 기억하는 차희주는 어딘가 모르게 오락가락하는 이상한 여자애였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대로라면 주군은 한나와 차희주를 번갈아 만났고 밝게 웃으며 '주중원 주중투 주중쓰리'라고 장난치던 아이는 한나고 납치된 주군을 보며 '미안하게 됐어'라고 말하던 아이는 진짜 차희주 였습니다. 그리고 쌍둥이는 주중원을 동시에 좋아하고 동시에 만났고(혹은 희주를 위해 한나가 대신 만났던가) 취향이 비슷했는지 주중원을 같이 사랑하게 된 듯합니다. 거기다 차희주는 어딘지 모르게 주중원이 자기 보다 한나 쪽을 더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고 질투하고 언니를 미워하게 된 듯합니다.

 

'너만 없으면 다 내껀데' '그건 진짜가 아냐'라는 주중원의 말에 차희주는 동요한다. 한나가 가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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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 자란 차희주는 외삼촌 김실장을 원망한 만큼 똑같은 얼굴인데 부유하고 사랑받는 한나를 증오했던 것같습니다. 차희주는 뭔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납치극을 꾸며 한나를 끌어들인 것 같고 일부러 주군을 납치해 한나에게 범행을 모두 뒤집어 씌우고 싶어 주군 앞에서 자백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한나를 죽일 작정인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한나는 알면서도 말리지 못했거나 마지막에 따라와 사고를 당하게 된 듯합니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차희주가 주군을 납치하고 주군의 어머니의 유품인 목걸이를 몸값으로 요구한 이유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쌍둥이와 주중원의 삼각관계는 곧 드러날 것입니다. 언니의 죽음을 보며 웃던 차희주는 한나의 인생을 빼앗고 태공실의 목걸이를 보여주며 주중원을 얻고 태공실의 사랑을 뺏으려 했습니다. 주군이 목걸이를 보며 '똑같긴 한데 그건 진짜가 아냐'라고 하니까 한나 표정이 달라졌지 요. 죽은 차희주와 한나 브라운 때문에 주군 옆을 지켰다는 김실장과 같은 이유로 주중원 곁을 떠돈 한나의 영혼이 목걸이와 차희주 쌍둥이 자매의 비밀을 알려줄지 아니면 타인을 질투하며 살아온 차희주를 구해줄 수 있을지. 차희주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았음을 느낄 때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주군의 태양과 이천희, 태양은 어쩌다 귀신을 보게된 걸까

태공리(박희본)는 그동안 태공실이 사고를 당한 정황을 이한주(이재원)에게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어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국대학 졸업반이던 태공실은 산행을 갔다가 조난을 당했고 일주일 뒤 발견되었지만 몸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3년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지난번에 등장한 호텔아줌마 윤길자(김희정)처럼 몸은 살아있는데 혼은 떠돌아다니는 상태 였던거죠. 이천희는 놀랍게도 이런 내용을 모두 다 알고 있는 듯했고 커피귀신을 통해 태공실의 근황도 전해듣는 듯했습니다.

 

모두 예상하는대로 귀신을 보는 이천희가 태양이 능력을 갖게 된 비밀과 주군, 태양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태양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 주군을 살리기 위해 고여사(이용녀)와 계약하고 주군과 자신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두 봉인한 것처럼 태양을 사랑했던 이천희가 태양을 살리기 위해 마찬가지로 계약을 하고 주변을 떠도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이천희와 태공실이 연인이었는데 봉인 때문에 까맣게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귀신을 만나며 떠도는 공실을 만나 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태양에게 영매인 이천희가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도 높지요.

 

커피귀신 너 정말 반전인데. 이천희가 태공실에게 털어놓을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런식으로 태양이 이천희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거라면 태공실이 귀신을 보게 된 이유도 설명이 됩니다. 주군은 태양의 도움으로 영혼이 돌아왔고 그 덕에 난독증을 고쳤습니다. 납치되었을 때 읽던 추리소설 때문에 난독증 증세를 보이던 주군이 난독증을 고쳤다는 건 기억을 잃은 덕에 고장난 걸 회복했다는 뜻이 될 수도 있고 간절히 원하던 능력이 생겨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태양도 그런 계약을 통해 현실세계로 돌아온 영혼이기에 귀신을 볼 수 있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번 유체이탈이 된 영혼은 뭔가 특별한 현상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죠.

 

지금 태공실과 태양의 사이가 굉장히 애틋하죠. 모든 걸 던져서 주군을 구했다는 태양의 사랑 때문에 아 이건 호러물이 아니라 로코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뉴페이스인 이천희가 과거에 태양이 무척 사랑하던 남자였는데 태양이 그 기억을 잊어버린 거라면 아마도 주군이 열렬하게 질투할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만 마지막회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상황에 설마 뜨거운 삼각관계가 불붙는 건 아니겠죠 ? 그건 그렇고 주군을 구하고 고여사에게 고용되어 공동묘지를 헤매는 태양 뭔가 모르게 오싹했습니다. 마치 오에 겐자부로 소설 속에 나오는 시체닦이 알바같았어요.

 

 

 

 

 

 

 

 

주군과 태양의 사고는 아무 관련이 없나

제 기억에 홍자매 작가는 애틋하고 애절한 사랑은 몰라도 운명적인 사랑타령을 그려낸 기억은 없습니다(모두 안봐서 그럴지는 몰라도). 어린 시절에 어떻게 만나서 나이들어서도 첫눈에 알아본다던가 예전에 스치듯 만났던 사람과 인연이 되어 필연적으로 사랑하게 된다는 식의 그런 운명론 말입니다. 흔히 드라마에서 설정하는 운명론에 따르면 주군의 납치 사건과 태양이 귀신을 보게 된 일은 어떤 식으로든 얽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15년전쯤 일어난 납치사건과 7년전쯤 일어난 태양의 사건은 전혀 관계가 없었죠.

 

반면 태양이 3년간 영혼으로 헤매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은 한나로 밝혀진, 차희주와 똑같이 생긴 그 영혼은 그때도 영혼 상태로 주군과 차희주를 지켜보는 귀신이었습니다. 태양이 귀신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다는 조건으로 차희주를 돕겠다고 약속했는지 아니면 혼자서 외로운 주군을 보게 된 것인지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죠. '주군의 태양' 첫장면에서 비내리고 번개가 치던 그날. 아내잃은 남자(남명렬)의 하얀 장미를 가위로 잘라 버린 주군과 영혼에 시달리다 비오는 길을 떠돌던 태양이 만난건 그들이 엮은 운명일 수도 있단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태양이 주군과 한나 귀신과 차희주를 만나게 된 것은 사고를 당한 동안 잊어버린 기억인지도.

 

주군의 아버지는 고아원에서 자란 차희주와 태양이 혹시 아는 사이는 아닌지 찾아보라며 강우에게 조사를 지시한 적이 있습니다. 태양과 차희주는 나이차이도 꽤 났고(태양이 주군 보다 3-4살쯤 어린 설정) 연결된 부분은 현실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허나 태양의 영혼이 몸을 떠나있었던 그 시간 동안 차희주를 만났고 그 사연을 알게 되고 도와주기로 약속했다면 그 특별한 인연을 현실세계에서 알아낼 수는 없는 일이겠죠. 어쩌면 보이지 않는 인연은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맺어진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태양의 영혼은 죽은 자들에겐 정말 태양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평생 모은 돈을 쏟아부어 자신을 살리려 노력하던, 단 하나뿐인 혈육인 언니 때문에라도 죽지 못하는 태양은 자신이 살아날 수만 있다면 죽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그 과정을 까맣게 잊고 지금은 귀신을 무서워하는 초보 영매가 되었지만 주군이라는 방공호와 함께라면 잘 나가는 고여사 보다 훨씬 더 로맨틱한 고스트 웨딩플래너(전에도 말했지만 이 직업 진짜 역사와 전통이 있답니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상상도 해보게 되네요. 이 드라마 티저 광고도 그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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