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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제국, 거품 경제의 처참한 붕괴와 알렉세이 까라마조프출처

Shain 2022. 9. 3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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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패가 가장 강력하고 누구의 패가 실패할 것인가. '황제경영' 도박판 위에서 벌어지는 패권다툼에서 누가 최후의 일인자가 될 것인가.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묘사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사는 아름답다기 보다는 허망 합니다. 극중 재벌 1세대로 등장하는 최동성(박근형)이나 최동진(정한용)이 맨땅에서 부를 일군 세대였다면 그 후계자를 다투던 재벌 2세대들은 거품경제 위에 도박판을 벌인 셈입니다. 신도시 개발로 장태주(고수)의 서민 가족이 밀려났지만 단지 2평에 불과한 땅이 10억에 거래되는 모습은 실제 가치에 비해 부풀려진 재화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제국의 일인자 최민재. 카드대란과 함께 그의 위치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황금의 제국'에서 보여주는 많은 사건들은 소위 '거품경제(Bubble Economy)' 에 의한 것 들입니다. '버블' 현상 초반에는 땅이나 건물 기업의 가치가 실제 보다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과열된 투기 바람이 불고 한탕 치고 빠지자는 열풍에 미친듯이 주식을 사거나 땅을 사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가격이 폭락해 구매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힙니다. 미국의 대공황(1929)이나 일본의 거품경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곤 하죠. 우리 나라에서도 90년대 호황을 누렸던 많은 분야가 IMF를 겪으며 거품이 꺼지고 국민들에게 타격이 왔던 대혼란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어제 언급된 '카드대란' 즉 플라스틱 버블입니다.

장태주가 최서윤(이요원)의 남편이 됨으로서 성진그룹의 후계다툼에 끼어들 권리를 얻게 되고 의붓자식들 앞에서 욕망을 드러낸 한정희(김미숙)가 아이들의 사촌인 최민재(손현주)와 공동의결권을 설정해 두 그룹의 기싸움은 팽팽한 상황이었습니다. 한정희의 손에 성진그룹이 넘어가는 꼴을 볼 수 없었던 최서윤은 회장 자리를 최민재에게 넘기는데 동의했지만 호시탐탐 그들의 파워게임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늘 야생마처럼 앞으로 달리고 도박에서 이기는 패를 쥐고 있던 장태주가 애완견처럼 무력해진 것도 인상적인 변화 였죠.

 

 보기만 해도 체할 것같은 그들의 위험한 식사는 몇년째 이어졌습니다. 한정희는 여전히 어머니 행세를 하며 의붓자식들에게 압력을 넣었고 장태주와 최서윤은 그녀를 '한정희씨'라고 부르며 노골적으로 남 취급을 합니다. 여전히 누나 최서윤을 지지하는 성재(이현진)는 유학도 포기하고 최서윤 편에서 최선을 다해 돕고 있습니다. 최동성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30년간 결혼생활을 했다는 한정희의 고백을 이미 들었음에도 그들은 겉보기에 단란한 가족의 모양새를 포기하지 못했 습니다(제사는 어떻게 지내려는지).

최원재의 방만한 경영으로 시작된 카드대란, 위기에 처한 부부는 한정희의 손을 잡는 척한다.

그룹의 위기인 카드대란 앞에서 최민재는 '성진카드'의 사장을 자기 편인 최원재(엄효섭)에서 장태주로 변경하고 장태주에게 '성진카드'의 위기를 해결하라 압박합니다. 현금 서비스가 두 차례 이상 중단되고 성진카드사가 망할 것이란 소문이 자꾸만 퍼져나가 카드대금을 갚아야할 사람들도 입금을 꺼리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어린 대학생들에게까지 부차별적으로 발급해준 신용카드 때문에 자신이 사용한 카드대금을 결제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거품으로 이익을 본 사람들은 극소수지만 거품으로 망한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성진그룹에서 최동성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지워가던 최민재는 최서윤과 장태주에게 성진제철을 팔자고 합니다. 최서윤은 절대로 매각 만은 막아야한다는 입장이고 장태주는 어떻게든 실적을 쌓아야하기에 성진카드를 살리자며 최서윤을 재촉합니다. 그때 한정희가 장태주에게 이 팽팽한 긴장을 깨트리자고 제안하며 성진시멘트 주식을 강호연(박지일) 전무에게 매각합니다. 최민재를 끌어내리고 두 팀으로 나누어진 연합의 붕괴를 시도하자는 것입니다. 최서윤은 한정희의 제안을 받아들이라며 작전을 꾸미고 최민재의 손을 잡는 척 지주회사를 성진카드로 옮기는 위험한 제안을 합니다.

거품경제가 보여준 화려하고 희망찼던 미래가 비누방울처럼 톡 터지듯 그들의 아슬아슬한 평화도 한번의 배신으로 쉽게 산산조각날 수 있는 상황이죠. 처음에는 성진카드사의 불법 주식 매입으로 최민재를 감옥에 넣을 생각이었는데 최원재에게 잘못된 정보를 들은 최성재가 성진카드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바람에 최서윤은 다시 발목이 잡힙니다. 민재는 최서윤의 손을 잡는 척하면서도 절대 쉽게 당하지 않았던 것 입니다. 남편이라는 장태주는 한정희와 손잡는다며 선전포고하고 사촌오빠 최민재는 성재를 통해 옥죄고 있으니 또다시 최서윤의 위기 상황입니다.

 

전체 24부작인 '황금의 제국'은 이제 절반을 훨씬 지나 단 7회 방영분을 남겨두었습니다. 마지막회에 제국을 움켜쥘 단 한명이 남을지 그 한명이 장태주, 최서윤, 최민재, 한정희 이 넷 중 하나가 될지 그것도 아니면 전혀 의외의 인물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등장인물들 중 누군가 하나는 자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언급하던 이성재는 아버지의 죽음과 누나의 냉대에 상처받던 여린 캐릭터로 묘사 됩니다. 드미트리나 스메르쟈코프, 이반과는 다르게 끝까지 성스러웠던 알렉세이(알료샤)가 떠오르는 인물이죠.

최민재는 왜 이 싸움을 시작했던가.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최동진의 눈빛.

한국 재벌의 자녀들 중에는 크나큰 잘못으로 다시는 본가에 입성하지 못한 인물도 있고 자신에게 떠넘겨진 무거운 책임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거나 외국으로 떠나 인연을 끊어버린 사람도 있습니다. 제국을 차지하겠다고 나선 어머니 한정희의 아들로 어떻게보면 사생아였던 스메르쟈코프이지만 끊임없이 누나를 위해 희생을 자처하는 알렉세이같은 최성재의 운명도 주목해볼만한 부분 이죠. 제국을 차지하게 되더라도 모 재벌그룹 회장처럼 잘못된 선택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아슬아슬한 심리전에는 서정주의 '자화상'을 이해하는 사람들 만이 가담할 수 있습니다.

2010년 우리 나라에는 또다른 금융위기가 찾아옵니다. 결승전에 올라갈 사람도 도태될 사람도 결정되지 않은 지금 그들의 진짜 결승전은 지금이 아니라 한참 후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재벌해체론이 불거지던 그 시절에도 네 명의 사람들은 다시 한번 끝나지 않은 사움을 계속하고 있을지도 모르구요. 죽는 걸 알면서도 황금을 찾아 밀림에 들어간 사람들처럼 끝없이 하늘을 향해 위로 올라간 바벨탑처럼. 한정희가 성진시멘트 주식을 매각했다는 말에 낯빛이 변한 최민재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뒤돌아서는 최동진의 마음이 아마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심정일 수도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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