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블로거와 기자는 어떻게 달라야 하나?

Shain 2010. 11. 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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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블로거와 기자를 구분한다는게 딱히 효율적인 일은 아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기자도 있고 기자 역할을 하는 블로거도 있겠지만, 이건 적어도 '기자'라는 호칭으로 불리울 수 있는 사람들이 블로거와는 어떻게 구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아직까지 직업도 아니고 직장도 아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지칭하는 블로거와는 좀 달라야하지 않을까?

물론 전문 블로그와 수익형 블로그에서는 일부 직업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전체 블로거들에 비해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자기의 직업과 본분을 가진 상태에서 블로그를 취미 삼아 운영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자신 만의 정보를 공개하는, 기자의 영역을 넘보는 블로거들이 많지만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적는 블로그도 절대 다수이다.


블로거가 기자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는 전체 블로거 수에 비하면 적다.



요즘 읽을 수 있는 신문기사들을 읽어보자면 아직은 분리된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거 같진 않다. 오히려 경쟁양상이 과열되어 언론의 문제점을 부추기고 있는 경향 마저 보인다. 분명 두 영역은 공유하고 있어야할 원칙도 있지만 분리되어야할 부분도 있다. 블로거와 기자가 지켜야할 원칙 혹은 고수해야할 본분은 무엇일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은 기자가 낫다

블로거들은 대부분 언론사에서 제공한 정보를 기본으로 글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도 전문업인 기자와 다른 수준이고 특정 주제의 경우(정치적 이슈나 형사 사건사고)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 마저 제한되어 있다. 한마디로 사건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능력은 기자들 고유의 능력이고 보장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 특권을 이용해 엠바고를 비롯한 점보의 독점이나 조작이 가능한 사람들이란 시선도 받고 있다.

취재활동 조건이 모든 언론사가 풍족한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 언론은 취재비 역시 지불한다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현장 담당자가 제공하는 보도 자료를 싣는 수준으로 작성하는 기자들이 많다. 혹은 현장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한채 일부 다른 언론의 기사를 싣는 사람들도 있다. 직접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발로 뛰어 취재하라'는 말은 고유의 보장된 특권을 누리란 뜻과 같다.



정보 제공자를 항상 중요하게 여겨라

트위터에서 RT로 원정보원을 표시하지 않고 자신이 올리는 정보인듯 게재해 지적을 받은 사람이 있다. 항상 정보의 출처를 중요시 여겨야하고 정보 제공자를 밝히는게 원칙이다. 마찬가지로 기사 혹은 블로깅에 이미지들은 보통은 커먼 라이센스로 상업적인 목적 이외에는 인용이 가능한 것들이 많지만 프리 소스가 아닌 이상 출처는 되도록 표기해주는 게 좋다. 블로거의 경우 사용 자체를 허락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때때로 상업적 목적이 아님을 명시해줘야할 때도 있다.

기자의 경우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 또는 블로거가 게재한 정보를 그대로 게재하면서도 제공자나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때로는 허락받지 않고 기사를 싣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가져온 이미지에 언론사의 로고를 박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정보 제공자가 언론사에 실린 자기 이미지를 이용할 경우는 저작권에 위배된다. 블로거는 이용 자체에 훨씬 더 제약이 많다.

허락받고 출처를 밝힌 소스를 쓸 수 있는 체계가 아쉬운 부분이고 누군가의 시범 사례가 필요하다. 블로거들 중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표준을 권장하고(Common License 운동 등) 출처와 근거를 명확히 밝히는 분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영리 기업이지만 공익성을 따져 취재 특권을 보장받는 언론과 기자들이 이런 부분엔 수동적이라는 건 아쉬운 일이다.


저작권과 소스 이용에 대해선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정보의 전달과 괴롭힘은 다른 차원의 문제

본의 아니게 사건 사고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황당한 사고를 당한 사람이나 차마 끔찍해서 말도 하기 싫은 일은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늘 '과장된' 제목을 부여하는 기자들, 블로거들이 종종 있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상황을 감정까지 섞어 구체적으로 적어놓으면 악플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피해자를 모욕한다. 애초에 이런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거나 본인 허락은 받고 기사를 올렸는 지 모르겠다.

인구수가 오천만이 넘었고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으며 사회에 알려야할 사건은 많다. 그렇지만 그 알 권리가 피해자를 조롱할 권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사의 클릭수를 늘여보고자 피해자를 자극할 수도 있는 내용을 올리는 건 당연히 피해야한다. 예전과는 달리 신문 읽을 줄 알고 '인터넷' 할 수 있는 피해자가 훨씬 더 많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욕을 고스란히 읽고 있어야 한다. 이는 가해자의 범죄와 그리 다르지 않은 행동이다.



감상과 평가의 권한은 블로거에게

요즘 기사들을 읽어보면 컨텐츠에 대한 감상은 블로거의 몫으로 남겨두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블로거는 적극적인 취재가 불가능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일부 전문적인 사람들을 제외하면 블로거들은 미디어를 창조하는 입장이기 보다는 방영되거나 팔리는 미디어를 감상하고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제작하는 입장에 대해 쓰기 보단 받아들이는 입장에 대해 쓸 수 있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기자가 아닌 블로거의 고유 영역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기자들과 다른 컨텐츠를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최근 기자들은 이 블로거의 영역을 넘보는 사람들이 많다. TV 드라마 요약을 올려놓은 기사가 있는가 하면 리뷰를 올려놓은 기사들도 많다. 시청자 보다는 기자가 접근할 수 있는 제작 관련 컨텐츠가 훨씬 더 많지 않나 싶다. 블로거가 유행한다는 이유로 비슷한 종류의 컨텐츠를 게시하는 건 제살 깎아먹기 아닐까.



모종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치관 정립

보통 기자나 대중들 앞에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중립성을 요구하곤 한다. 중립성 역시 정치적인 것이지만 원칙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다만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기자들에 비해 블로거들은 자신의 주장을 적을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으므로 중립성 앞에서 제약을 덜 받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자나 블로거 양쪽 모두 자신의 입장을 첨가할 수 있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특정 기자가 특정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안티하는 기사만 써서 문제가 되기도 했고 어떤 기자는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연예인 기획사 측의 배포자료를 언론에 뿌려 '일부 연예인들의 대변인'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고의적으로 사실을 은폐한 사람들의 진실을 추궁할 수 있는 능력자는 드물 지도 모른다. 어떤 블로거나 기자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이런 류의 함정이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점만은 명심해야할 듯하다.


정재계를 넘나들며 종이신문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한 영화 'State of Play(2009)'



영화 'State of Play(2009)'의 마지막 장면은 신문이 인쇄되는 소리를 듣고 있는 한 기자의 영상이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사실을 끝까지 추구하며 법적인 한계까지 따져서 신문에 싣는 기자들은 블로그가 범람하는 요즘에 '언론이 살아남는  법'은 오히려 원래의 본질을 추구하는 길 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신문의 소리는 언론의 마지막 남은 양심의 소리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블로거들이 따라야할 갈이기도 하다.

물론 양질의 정보가 항상 소비되는 것은 아니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도 외면받는 기사가 종종 있다. 줄탁동시(啐啄同時)의 고사처럼 좋은 언론의 가치를 아는 소비자가 좋은 정보를 요구할 자격이 생기는 것 아닐까 한다. 이 부분에서도 블로거들의 활약이 필요하지 않을까. 블로거들이 아직은 기자들을 대신할 수 없겠지만 언젠가는 대등한 언론으로 성장할 것이라 주목하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은 바른 언론과 매력적인 컨텐츠가 드문 시대다. 전문 기자들에게서 목마름을 해결하지 못하고 블로거들의 글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유포되는 컨텐츠의 매력은 접근이 용이하고 다양하다는 점이지만,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유포되는 부작용과 논란도 만만치 않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예언대로 종이 신문을 발행하던 언론은 사장될 지도 모른다. 내 생각에 종이신문과 기자가 살아남을 방법은 블로거와의 차이를 도드라지게 하는 길 뿐인듯 하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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