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TV 문화의 원죄와 '추적 60분'

Shain 2010. 12. 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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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를 자주 즐기고 그것도 모자라 미국 드라마까지 자주 시청하는 편이지만 제가 TV에서 방영하는 내용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기는 힘듭니다. 반쯤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반쯤은 수긍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게 TV입니다. 요즘은 다큐멘터리 조차 지식과 비윤리와 오락성의 경계를 넘나들지 않나 싶어 아슬아슬한 느낌이 드는 시대입니다. 시사 프로그램의 안위는 정치적인 문제로 위협받기도 하니 언제 변질될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정치적, 경제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웃고 떠드는 TV 오락물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하루의 고단함을 잊기도 하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한국 땅에 살던 사람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스스로 웃고 즐기길 좋아했다고 하던데 지금은 남들이 만들어준 방송을 보며 웃는 수동적인 존재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많은 에너지를 모두 어디에 삭히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블로그와 인터넷 댓글로 표현되는, 수많은 TV 드라마 리뷰와 비평은 TV 안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사람의 본능, 타고난 능동적인 기질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TV의 별명은 '바보상자'입니다. 그냥 지켜보고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TV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서민들의 '마당놀이'가 인기를 끌었던 까닭, 가수와 교감하며 대화를 나누는 콘서트가 좋은 이유. 그건 모두 지켜보는 사람들이 그냥 '관객'이 아니고 같이 쇼에 참가하고 즐기고 만들어갈 수 있는 적극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이 TV를 즐기려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TV를 감시하고 소통하는게 좋습니다.



TV를 조롱하던 TV 드라마, 닥터후

리메이크된 닥터후엔 영국의 정치, 언론을 비웃는 농담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1시즌은 언론권력의 무서움을 '빅브라더'에 비유합니다. TV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강제 소환해 마음대로 죽이기도 하고 몰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하고 있음에도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언론의 최고층 자리를 찬양하며 오르고 싶어하기도 하죠. 사람들을 TV로 조정한다는 이 판타지는 한편 오싹하기도 합니다.


시즌 1의 일곱번째 에피소드 'The Long Game'에서 전 지구의 TV 방송을 총괄하는 편집장은 '정체불명'의 존재가 지시하는대로 지구인들의 행동을 미묘하게 바꿀 수 있는 뉴스를 지구에 배포합니다. 90억 인류는 그 복잡하게 조작된 정보를 듣고 빅브라더가 의도하는대로 움직이게 되죠. 그들에게 뉴스를 뿌리는 기자는 머리에 '칩'이 심어진,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입니다. 권력의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머리와 심장은 죽어버린다는 단적인 비유입니다.

이 판타지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장면이 현대인들이 TV에 영향을 받는 모습과 그리 다른 점이 있을까요?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유사한 현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왜 TV는 정치적인가, 3S 정책

쿠데타를 비롯한 현대사의 '격변'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언론을 장악한다고 합니다. 누구든 자신의 입장을 강변할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2005년 5월 22일,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방송된 '스포츠로 지배하라! - 5공 3S정책'(무료보기 가능합니다)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학살 대통령이 어떻게 '스포츠 대통령' 이미지를 거듭났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포츠 대통령

올림픽을 위한 강제철거


한국의 3S(Sports, Sex. Screen) 정책[각주:1]은 나아가서는 6S 정책(Sake, Speed, Service)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3S로 정치적인 이슈를 잊고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주의(Sake)를 지향하며, 급속도로 발전하는 문화에 빠져(Speed) 정치 문제를 잊고, 안마방을 비롯한 향락사업에 빠져(Service) 현실을 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자유를 위한 조치라기 보단 시선을 돌리기 위한 정책이었다는 거죠.

최근 대통령의 '땡전뉴스' 부활을 지적하고 스포츠 선수와 악수하는 모습, 그리고 오뎅 행보 보도를 비난하는 이유는 충분히 근거있는 염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어디선가 본 모습이 반복된다는 것 끔찍하지 않습니까.



추적 60분 '외압'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사대강' 문제를 다룬 KBS '추적 60'분이 불방되자 청와대 외압이 있다고 주장한 제작진들이 있습니다. KBS 시사제작국장 쪽은 근거없고 제시한 자료도 아무것도 아니라 이야기합니다. 'KBS 정치외교부 보고 문건'의 내용은 외압까지는 아닌지 몰라도 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의도는 충분히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는 아직 기사가 나오지 않은 듯 한데 '추적 60분'을 제작하는 해당 PD는 현재 트위터(http://twitter.com/kkurlpd)로 자신의 주장과 상황을 일부 공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PD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 2010. 12. 15


KBS 정치외교부 기자가 데스크에 보고한 청와대 관련 정보 보고 복사본 (출처 : 광주in)


정부정책인 4대강 문제에 대한 시사 프로그램이 결방되었고 그 결방 원인 이면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가 있는 것 아니냔 주장은 당연한 것 아닐까 싶은데 그에 대한 항의 마저 하지 말라는 형국이고 그 책임을 제작자에게 묻겠다는 것입니다. 분명 KBS의 윗선은 외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은 뭔가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마치 판타지 드라마인 '닥터후'의 한장면처럼 언론 제작의 책임자들에겐 뇌도 없고 심장도 없는 '지시받은 대로' 제작하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 같지 않나요.



TV에 대한 간섭, 쉽게 볼 문제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무 경계없이 컴퓨터를 접하게 되고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인터넷을 이용하기 전에 반드시 가르쳐야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이트는 성인용 컨텐츠와 어린이용 컨텐츠를 구분하고 있지 않고 제대로된 가이드도 제공하지 않는 형편이죠. 이 부분은 무조건 아이들의 이용을 차단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객관적인 사실'과 '의견'으로 구분된다는 것도 알아야 하고 정보를 습득할 때는 되도록 많은 출처와 탐구과정을 거쳐야한다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그렇지만 인터넷은 TV와 달리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 많기 때문에 '질문'할 수 있거나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TV 보다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커뮤니티를 만나면 올바른 인터넷 이용법을 습득할 수 있지만 TV는 애초에 소통이 차단되어 있습니다.


대중문화는 정치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순수 오락의 성격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전두환 시대의 '에로 영화'를 비판하는 건 성인 컨텐츠를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문제점을 가리는 3S 정책을 비난하는 것임을 알아야합니다. TV는 항상 그 이면의 문제를 항상 바라봐야한다는 거죠. 시청자는 늘 비판에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TV를 적극적으로 지켜봐야합니다. 그건 비판의 기능이 필요하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에 대한 권리이기도 하고 대중문화를 소통하며 즐기기 위한 자격조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1. 이 용어가 처음 인용된 건 1983-1984년 신문기사라는군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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