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최철원, 드라마가 재벌에게 면죄부를?

Shain 2010. 12. 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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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M&M 사장의 매값폭행 문제, 오늘 경찰에서 최철원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같은 사안으로 일반인들이 사건을 저질렀을 땐 당장 구속이 아닐까 싶지만 이 사람의 구속 여부는 한참이 걸리는 것 같군요. 오늘(12월 8일) 오전 영장실실심사를 했고 오후 중으로 구속 여부가 결정난다니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경한 처분을 바라고 있지만 경찰이 망설이고 있는 느낌이 드네요.

일전에도 다른 블로거 분들이 드라마 속 재벌 2세와 최철원의 이야기를 꺼냈지만 'SBS 대물'이나 'KBS 프레지던트'에 등장하는 대통령과 현실 속 인물이 차이있듯 실제 재벌 2세들과 드라마 속 재벌 2세들은 차이가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에 꼭 필요한 다양한 스폰서와 협찬 상품이 필요해 가상의 캐릭터로 쓰기 적합한 코드가 바로 재벌 2세들일 뿐이죠. 그들은 부유함에 대한 환상을 주기도 하고 새로운 판타지 세계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저 모습은 정말 재벌의 속성이구나' 싶은 설정들도 있긴 합니다. 바로 '돈과 권력'에 대한 어려움을 모른다는 부분들이죠. 재벌이란 '딱지'를 떼고 보면 한 사람의 인간이니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문제는 그럭저럭 비슷할 수 있겠지만 한 사회의 가진자가 아니고서는 절대 나타날 수 없는 철학들이 그들에게 배여 있습니다.

여러분은 드라마 속 재벌 2세의 어떤 모습을 보셨습니까? 'MBC 욕망의 불꽃'에 등장하는 재벌 사모님들의 화려한 명품 옷차림, 세계적인 비싼 자동차만 몰고 다니는 'SBS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 'KBS 제빵왕 김탁구'에서 보여준 냉정한 부부관계와 혼외자들, 부유함 이면에 묘사되는 부정적인 인상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그들만의 면죄부'를 주는 동정론의 이유가 되기도 하지요.



기자협회보의 의미심장한 기사

지난 포스팅에 언급했듯 최철원의 피해자 유홍준은 언론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보도하길 꺼렸다고 이야기합니다. 'MBC 글로리아'엔 재벌 2세들의 범죄 사실을 처벌하지 않는 장면이 종종 등장합니다. 극중 이강석(서지석)은 이복형인 이지석(이종원)의 사주로 칼부림을 당하지만 아버지 이준호(연규진)는 큰 아들을 나무라기는 해도 법적 처벌은 하지 않습니다. 스캔들이 나면 조용하게 '덮어버리는 것'이 그들 만의 처리방식이죠.

오늘 올라온 기자협회보의 기사'SK 그룹'의 광고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번달 3일까지 연속으로 주요 일간지에 일괄 게재되었단 내용입니다. 최근 몇개 기사에서 SK는 최철원과 최태원이 사촌 간이긴 하지만 M&M이 SK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M&M와의 물류 계약 관계를 끊을까도 고려중이라는 말도 흘려 최철원과 거리두기에 급급한 반응이었죠. 덕분에 M&M의 주가도 하락했습니다.

M&M의 매값 문제, 과연 SK에게 불똥일까 (이미지출처 : 아시아경제 기사)


11월 28일 밤 MBC 시사매거진 2580이 방송되고, 29일날 광고가 일괄 집행되다니 놀라운 타이밍이라 할 수 밖에 없는데, 기자협회보의 말을 빌자면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화 김승현 회장 아들 폭행사건, 삼성비자금 문제 등 대기업들의 위기(?) 모면방식과 같은 종류의 광고 집행 아니냐는 말들을 하고 있다'며 SK 그룹의 이미지를 위해 언론에 모종의 작업을 한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특히 이 광고 게재가 3일 이상 이어졌으니 그런 시선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주요 일간지 신문사 광고국장들은 이를 두고 예정되어 있던 것이라며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반응을 보였다는군요.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언론의 최철원에 대한 관심이 미비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 광고 게재가 오이비락인지 의심하는 그대로의 일인지 밝혀질 리는 없겠죠. 사건 발생은 MBC 방송 한달전이었으니까요.



드라마 속 재벌 2세와 최철원

'MBC 글로리아'에 등장하는 재벌 2세 이지석은 40대 중반이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인물입니다. 재벌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아내를 사별했고(그마저 본인이 죽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20대 중반의 재벌가 딸인 정윤서(소이현)과 결혼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혼외자인 정윤서는 자신의 의붓동생인 이강석의 약혼자가 되죠. 결핍이란 걸 모르고 자라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인물입니다.

횡령, 납치 사주, 폭행 사주,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이지석에 버금가는 최철원은 현재까지 횡령, 재산세 미납, 사냥개로 직원 위협, 야구방망이 폭행, 직원 폭행, 이웃 위협 등 여러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부분까지 매우 유사한 구석이 있습니다.

민중의소리 김만중 기자는 최철원의 '인격장애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환자를 직접 보지 못해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충동조절 장애나 인격장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충동조절 장애는 약물로 치료 가능하지만 인격장애는 치료가 어렵다며 '옆에서 계속 잘못을 지적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 인물에게 지속적으로 회사 경영을 맡겨왔다는 건 개인의 수치 이전에 기업의 수치가 될 것 같네요.

'MBC 글로리아'에서 비정상적인 인격의 재벌 2세로 출연중인 이종원


최철원 폭행 사건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지만, 그 이면엔 그들의 폭행과 죄덮음이 부당하지만 '어쩔 수 없다' 혹은 '당연하게 일어날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재벌에 대한 면죄부를 '언론'이 먼저 덮어주는 듯한 묘한 상황 때문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부정적인 재벌만 보여주는 드라마에 익숙해진 우리 국민들이 재벌은 원래 그런 존재들이니 자연스럽게 처벌받지 않는 거라 결론내리는 것일까요?

그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인격장애 만큼이나 정상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은 보호 받아야하고 치료를 받아야하지만, 권력과 자본을 가진 사회적 강자가 특수 폭행을 저지르고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건 사회 역시 정신 장애가 있다는 반증입니다. '왕자님같은' 재벌 2세도 좋지만, TV가 주는 잘못된 이미지에서 우리가 먼저 벗어나야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 2010년 12월 8일 밤 최철원이 결국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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