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를 보다/브이(V)

미드 V와 어울리지 않는 제인 배들러

Shain 2011. 1. 2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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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해 드린대로 리메이크된 V Season 2에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악녀 다이아나(Jane Badler)가 등장합니다. 외계인 리더이자 여왕인 안나(Morena Baccarin)의 어머니 역이죠. 모든 외계 종족은 다이아나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다이아나는 인간의 감정을 느꼈다는 이유로 안나에게 15년 동안 유폐 당한 인물입니다. 다이아나는 15년 만에 찾아온 딸의 얼굴을 보고 안나 역시 감정을 느꼈음을 알게 됩니다.

오리지널 V 시리즈에서 지구인들이 외계인을 무력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바이러스였습니다. 외계인들에게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살포하면 그들은 죽어버립니다. 리메이크 V에서 외계인 수장 안나가 무서워하는 것은 '감정'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감정을 느끼면 여왕의 세뇌도 무용지물이 되고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 쉽게 임무에 임하지 못하게 됩니다.


여왕 안나는 에리카로 인해 더이상 번식을 할 수 없는 몸이 됩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리사(Laura Vandervoort)를 임신시키려 하지만 인간 감정에 물들지 않는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낳아야 합니다. 인간의 음악을 사랑하는 어머니 다이아나와 여왕을 지키고 싶은 안나 그리고 인간을 사랑하는 리사가 갈등합니다. 그들의 불안은 지구 레지스탕스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현재의 V는 훨씬 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리즈를 구성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무섭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반가운 얼굴 제인 배들러의 등장을 보며 과거에 왜 그렇게 V 시리즈가 무섭게 느껴졌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어린 시절에 봤기 때문일 수도 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기한 매력에 빠져들었을 수도 있지만 무엇 보다 이 황당한 '공포' 드라마의 주인공 제인 배들러가 매력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다이아나가 악마로

광대뼈가 도드라진 화장을 하긴 했어도 제인 배들러가 다른 작품에서도 그리 독한 연기를 했던 것은 아닙니다. 89년 후속작 'Mission:Impossible'에서 맡았던 새넌 리드 역할은 독하다기 보단 지적이고 강인한 역할이었습니다. 드라마 V로 인상이 굳어져 그렇지 그 이전 작품에서는 경쾌하게 웃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인에게 각인된 제인 배들러의 다이아나 이미지는 오히려 그녀의 다른 드라마 출연을 망쳤다고 할 수 있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독한 표정으로 레지스탕스를 괴롭히는 외계인과 다이아나의 모습을 기억하겠지만 오리지널 V의 첫부분은 갑작스레 찾아온 외계인에 대한 경이로움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들의 미스터리를 강조했습니다. 첫등장한 다이아나는 외계어 통역기를 사용해 헬륨 가스를 마신듯한 발음을 했지만 친절하고 아름다운 과학자, 부사령관으로 행동했지요.


V의 충격은 그렇게 아름답고 지적이던 다이아나가 껍질을 벗고 본색을 드러내면서 고조됩니다. 평화 사절처럼 등장해 지구인들과 어울리고 물을 얻어가면 과학기술을 주겠다고 하던 그들이 피부 아래 본색을 감춘 파충류였다는 점은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제인 배들러의 독한 얼굴은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어쩐지 신기하면서도 으시시한 드라마의 호러 분위기를 잘 살려줍니다(이 드라마는 SF 호러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입을 최대한 벌려 큰 쥐를 잡아먹는 장면과 소형 이동선이 추락해 피부가 벗겨진 모습은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어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더군요. 설정 자체가 과학적이라기 보다 상징적인 드라마였기에 지금 봐도 오리지널 시리즈의 묘한 분위기는 흥미를 유발시킵니다.


 
리메이크 V, 제인 배들러는 어색하다

안나역을 맡은 모레나 바카린은 SF 드라마에서 자주 얼굴을 비친 베테랑으로 제 2의 다이아나 이미지에 제격인 배우입니다. 선량하고 친절한 느낌의 외계인이 한순간에 악마같이 냉정한 인물로 변하지만 부자연스러운 면이 없습니다. 감정이 생겼음을 들키지 않으려 동족을 살해하는 순간에도 냉정을 유지하는 포커 페이스 역할이 잘 어울립니다.

제인 배들러가 연기하던 시절 보다 'V'는 좀 더 복잡한 미스터리로 드라마를 완성합니다. 틀림없이 과거 보다 기술도 나아졌고 연기자도 못하지 않은데 과거에는 신기하게 여겨졌던 설정들이 지금은 어쩐지 약간은 진부하고 황당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면 각종 기술이나 배경 과학지식은 예전 보다 꼼꼼해졌기에 어떤 부분은 훨씬 더 그럴듯 하게 탈바꿈했습니다.


파충류가 본모습이기에 샐러드를 비롯한 생음식만 먹고 쥐들이 멀리서부터 그들이 다가올 때 공포를 느끼고 악수를 하면 손이 차갑다는 등의 과거 설정은 근거있는 셋팅이라기 보단 그냥 파충류의 특징을 그대로 옮겨온 것 뿐입니다. 리메이크편은 혼혈된 아이를 낳을 때 인이 필요하다던가 송곳니가 숨겨져 있고 피부와 본체가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등 흥미로운 부분이 눈의 띕니다.

새로 만들어진 V 시리즈는 분명 오리지널 시리즈 만큼 매력이 없고 그냥 엽기적이란 생각 마저 들지만 드라마 자체의 고유 색을 가진 드라마였습니다. 과거의 추억을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그닥 인기를 끌지 못해 2시즌도 간신히 연장했지만 과거 드라마와 별개의 작품이었죠.

그러나 과거 팬들을 끌어들여 보고자 투입한 제인 배들러는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고 이질감을 줍니다. 그녀의 존재감이나 연기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기 보단 한 작품을 이끌던 주역이 다른 주역과 만나 이미지가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새로 만들어진 시리즈에서 과거를 연상한다는 건 그닥 재미있는 일은 아니죠. 10 에피소드 모두 제인 배들러가 출연한다고 하는데 모레나 바카린에게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이미지 출처, 참고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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