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짝패

짝패, 아기장수의 전설을 타고난 아이들

Shain 2011. 2. 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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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 영웅이 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징조를 보인다고 합니다. 천둥과 귀동이 태어나던 날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붓더니 용마골의 전설처럼 말이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두 아이는 양반가와 거지 움막에서 각각 태어나 도망 노비인 막순(윤유선)에 의해 깜쪽같이 신분을 바꿉니다. 용마골의 장수 아기 전설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는 훌륭한 인물의 탄생을 예고하지만 둘 중 어느 아이가 영웅이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은 타고난 본성 따라 장래가 정해지지도 하지만 자라난 환경도 못지 않게 인격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배불리 먹을 수 있고 사랑받으며 학문도 원없이 수학할 수 있는 귀동(최우식)의 환경은 늘 얻어맞으며 구걸 다녀야하는 천둥(노영학) 보다 훨씬 나은 인물이 되어야할 것 같은데 '핏줄'은 속일 수 없는 것인지 저잣거리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천둥과는 달리 천덕꾸러기 짓을 하고 있습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며 천륜을 어긴 막순은 귀동의 새어머니 권씨(임채옥)의 말처럼 아이를 지나치게 애지중지한 탓에 버릇을 그르친 것인지도 모릅니다. 거지움막의 천둥과 돌쇠(정인기)에게 못할 짓하며 운명을 거스르려 한 죄를 묻는 것인지 천의는 사람 뜻대로 되지 않는게 세상이치인지 알 길 없지만 장차 대성할거라 믿어의심치 않았던 아이는 어쩐지 어긋나고 있는 듯 합니다.

상서로운 징조를 보인 날 태어난 영웅이 백성을 구한다는 전설은 어쩐지 요즘 같은 시대에 마뜩치 않은 발상이기도 합니다. 양반가의 아이가 천출인 아이 보다 뛰어난 인격을 가진 아이로 자라는 것도 어쩐지 석연치 않은 구석은 있습니다. 그러나 두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여 둘 중 누가 '장수'가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풍양 조씨와 안동 김씨가 대립하며 제 뱃속만 채우던 조선, 한치 앞도 모를게 사람 인생입니다.



아기장수의 전설은 대부분 비극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배받는 계층이 행복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한때는 노비를 비롯한 아래 계층을 귀족층의 소유물처럼 인식했기 때문에 현대의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잔혹한 일들도 종종 벌어지곤 했습니다. 우리 나라 역시 노비와 소작농들이 처지가 곤궁해 민란이 발생했었지만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이어진 민란 중 성공한 민란은 단 한건도 없습니다.

성공하지 못한 민란의 주도자들은 그 책임을 지고 억울한 백성들을 대신해 죽습니다.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그런지 전국적으로 사람을 구하러 세상에 왔던 '아기 장수'의 전설이 전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지역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이나 등장인물이 조금 변할 뿐 아기 장수가 세상을 구하려다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 때문에 뜻을 꺾고 죽었다는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의적이자 민란의 중심에 있었던 임꺽정이 최후에 몰락했던 이유는 부하이자 가깝게 지내던 서림이 그를 배신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민란의 중심이 된 인물들은 나라에 역적으로 몰렸을 것이고 역적으로 몰린 사람을 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을 것입니다. 자신을 배신해야했던 가까운 자들의 고통, 아기장수의 운명을 한탄하는 것은 백성의 고통을 구하고자 했으나 배신당한 영웅들을 슬퍼하고 위로하는 내용인 것입니다.

천둥의 생부인 김진사(최종환)의 처남 권씨(김명수)는 뒷돈을 주고 현감자리에 오른 인물로 당시 조선은 공정한 방법으로는 벼슬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돈으로 벼슬을 산 사람들은 그 돈을 메꾸기 위해 백성들을 수탈할 게 당연하니 얻어맞고 쥐어짜이는 천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지기는 커녕 부황이 들어 죽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이 가렴주구(苛斂誅求)의 상황 속에서 아기 장수는 어떤 일을 해야할까요.

천둥은 의적으로 살게 된다 했고 귀동은 포도대장이 되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을 잡아들인다 했습니다. 백성들이 바라는 아기장수가 누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천둥의 유일한 친아버지인 김진사와 귀동의 유일한 피붙이인 막순의 운명이 그닥 행복할 것 같지는 않다는 예감이 들게 합니다. 조선 시대에 성공한 민란은 없습니다. 그러니 둘 중 한사람은 백성들의 슬픔을 지고서 죽어야 합니다.



상여집에서 글공부하는 천둥

능청스럽게 도련님 대접 받으며 달이네와 어울려 사냥하는 귀동은 막순의 속을 끓이지만 무관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공부에는 뜻이 전혀 없습니다. 김진사는 전형적인 양반으로 처남과 어울려 세도정치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천둥은 글공부에 뜻이 있어 상여집에서 책상을 펴고 글을 읽곤 합니다. 얻어맞아도 그닥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지만 돌쇠는 천둥에 대한 죄책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거지패의 큰년은 천둥을 친어미처럼 돌봅니다.

달이(이선영)는 갖바치 할아버지 황노인(임현식)과 함께 살며 전국을 떠도는 강포수(권오중)에게 총쏘는 법을 배웁니다. 강포수는 민란이 일어날 것같은 전국의 상황을 용마골에 전해줍니다. 동녀(전세연)는 김진사 무리들 때문에 삭탈관직당한 아버지 성초시(강신일) 때문에 귀동과 그 집안을 미워합니다. 사간원 정언이었던 훈장 성초시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선비들과 은밀히 서신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1840년경 헌종 때입니다. 헌종이 후사 없이 23세에 죽는 까닭에 사도세자의 후손인 강화도령 철종이 곧 왕위를 이어받게 됩니다. 허울 뿐인 왕의 시대로 드라마에서 표현한대로 백성들을 몇대 때리고 쥐어짜서 돈을 뜯어내는 양반들의 전성기입니다. 수탈이 심해 민생고가 극에 달하니 철종 시기에 조선은 대규모의 민란을 맞게 됩니다.

동학과 천주교과 급속히 확산되고 동학 교주 최제우가 처형당한 시기도 이때쯤입니다. 아기장수의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들은 백성들의 고통을 직접 보고 그들의 삶에 쉽게 동화되는 아이들이니 곧 크나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잘 생기고 의젓한 거지 천둥이와 동녀를 마음에 두고 사냥이나 좋아하는 귀동의 운명은 결코 평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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