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리비아 사태, 늦장 대응 위험하다

Shain 2011. 2. 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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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언론도 몇곳 동영상을 보고 그 소식을 전하긴 했습니다만 지난번에 포스팅한 '리비아의 화형당한 군인'에 대한 이야기도는 진실 여부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누군가의 트위터 만이 유일한 근거입니다). 외국 언론들도 그 진위를 확실히 알 수 없어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은 내용이죠. 어쩌면 대부분의 국가가 어떻게든 유리한 쪽으로 사태를 몰고 가기 위해 언론 보도를 자제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내전 양상으로 전환된 리비아 사태의 귀추를 보며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 나라엔 아직 현지 교민들이 모두 안전히 대피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 않습니다. 전세기로 탈출하지 못한 일부는 현장에서 육로로 목숨을 건 탈출을 하고 있단 글도 있습니다. 담당자인 리비아 주재 한국 대사는 위험한 시기에도 한국에 남아 있어 큰 비난을 면치 못했습니다.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전세기로 탈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트리폴리 공항은 아비규환이었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촬영한 교민들의 영상에 의하면 '대탈출'을 위해 공항에서 몰려든 외국인 노동자들은 9번의 검문을 받으며 공항에 들어섰고 그중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온 일명 제 3세계 노동자들은 몽둥이를 맞으며 공항에서 대기했다는군요. 불안과 공포에 떨던 한국 교민들은 24일 도착한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일부 귀국, 오늘(2월 26일) 밤 인천 공항에 도착합니다.

외교부는 '26일 새벽까지 리비아 교민 1412명 중 830명이 리비아를 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으며 나머지 인원은 고가의 장비 등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 남아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랍니다.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총성이 오가며 매일 매일 도시에 쌓이는 시신을 싣고 어딘가로 사라진다는 트리폴리, 그 생지옥에서 탈출하고, 버티는 사람들의 안전과 무사를 기원해 봅니다.


대사는 한국에, 전세기도 느려터진 한국

리비아 현장에서 교민들의 안전을 지휘했어야할 리비아 대사가 한국으로 귀국했었다는 건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소식입니다. 2월 20일 귀국한 주 리비아 대사는 대통령의 강연이 포함된 재외 공관장 회의에 참석키 위해 한국으로 귀국했고 21일 특강을 들은 후 22일 리비아로 출국했지만 그때는 이미 리비아 출입이 제한된 상황이라 현재 튀니지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일련의 아랍권 시위는 12월부터 있었던 일이고 20일은 이미 사태가 이미 내전으로 변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고조되던 때라는 것입니다. 천명이 넘는 현지 교민들의 일을 먼저 생각해야할 담당자가 회의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업무 현장을 탈출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처사였습니다. 외교부가 현지 사정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당연히 참석한다고 해도 만류했어야 하는 시기란 이야깁니다.

당초 24일(현지시간) 도착하기로 했던 전세기는 다음날인 20시간 뒤인 25일에야 현지 공항에 도착해 교민들을 태우기 시작했는데 그 중간 사정이 또 구구절절합니다. 국토해양부와 건설업체는 전세기를 보내는데 드는 비용을 건설업체와 정부가 반반씩 부담하자 주장했는데 외교통상부는 수익자인 건설자가 부담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결국 청와대 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건설업체가 부담하라 판결(?)한 후에야 비용 문제를 합의했습니다.

리비아 시위대가 총기를 쥐었다는 2월 23일 AP연합 사진


거기에 리비아 당국으로부터 착륙허가를 받지 못해 전세기는 더욱 늦어졌습니다. 신속하지 못한 한국 정부 대응은 지난번 이집트 사태 때도 그랬지만 늘 도마 위에 오르는 문제임에도 개선되는 법이 없나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교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유럽이나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은 23, 24일경 공군기, 해군함, 페리 등을 동원해 이미 긴급 철수를 완료했는데 남은 우리 교민들은 육로 탈출까지 고려해야하는 처지입니다.

'카다피 자살설'도 돌고 있는 리비아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에 놓여 있고, 미국 등이 제재를 선언한 이상 더 이상 출입이 불가능한 국면이 올 수도 있습니다. 정부의 늦장 대응은 현지 교민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것이었다는 것이죠. 항상 이런 문제가 있을 때 마다 '늦장'을 지적받는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긴급 상황 매뉴얼이나 비용 문제에 대한 원칙도 없는 것인지 다시 한번 궁금합니다.



리비아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

일부 현지 교민들은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다는 현지 소식은 '알 자지라' 방송이 과장한 것이라며 생각 보다 치안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반면 오늘 들어온 소식은 정부군 지휘관, 즉 카다피의 둘째 아들이 반군들과 협상을 원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도시의 시신들을 모두 치워버렸으며 반군과 정부군 간의 총격전이 있단 이야기도 있습니다. 양쪽의 말이 모두 고려하면 우린 정확한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도 알 자지라 트위터에는 관련 소식이 들어오고 있습니다만 이집트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시위와 섞여 정확한 보도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최악의 유혈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고 반군이 화기를 소지했다는 것도 사실로 보입니다. 국내 증시를 비롯한 많은 부분이 리비아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에 당장 드러나는 뉴스를 믿을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동부 알바이다에서 촬영된 반군이 탱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AP 연합 사진)


42년 독재자 카다피는 그동안 국민들의 원성에 무심했습니다. 민주화는 커녕 그들의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가난에 시달리게 만들었습니다. 반군과 협상하겠다는 그들, 국민들과 마주 앉은 그의 대응은 이미 때늦은 '늦장' 대응입니다. 적절한 시기를 놓친 반응은 참사를 불러오는 법입니다. 교민들의 늦장 철수가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UN과 나토, 미국이 리비아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거나 선언하고 있는 요즘(미국에선 전쟁 가능성까지 점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리비아 사태가 세계 경제에 끼칠 영향력도 궁금하지만 배고프고 굶주렸다는 그들의 희생이 결코 헛된 것이 되지 않길 먼저 바라게 됩니다. 정확한 현지 소식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으니 우리 교민들도 모두 무사히, 리비아 국민들도 무사히 보호됐으면 싶네요.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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