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리비아의 화형당한 군인들 진실인가?

Shain 2011. 2. 2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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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트위터를 떠돌던 리비아 군인 화형 동영상을 보며 예전에 봤던 장면들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제 또래 사람들이라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광주민주화항쟁에 관련된 가족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현장에서 사망하신 분들의 유족도 있고 진압에 동원되었다 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평생을 허비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민주화 운동이 성공하여 카다피가 퇴진한다 해도 사망한 사람들의 유족들은 수십년 동안 고통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22일 트위터에 올라온 리비아 현장의 동영상은 불에 탄 몇구의 시신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시신이 리비아 시민들에게 발포를 거부하다 사형당한 군인들이라고 전합니다. 몇곳에서는 화형당한 군인들이 100여명에 이른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공항, 인터넷, 언론 등이 두절된 현지 소식이라 정확한 상황을 알 길 없는지 외국 언론들도 이 일이 사실 여부를 입증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몰타로 망명한 리비아 공군 4


웅성대는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불에 탄 시신, 카다피가 시위대를 향해 강경 진압을 명령했으며 그 와중에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음은 우리도 알고 있는 소식입니다. 전투기와 용병을 태운 헬기가 시민들을 무차별 폭격하고 있다는 차마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전세계인들은 발만 동동 구를 뿐 그들을 향해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카다피는 석유시설 폭파까지 지시했다고 하니 학살극의 와중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을 지 모릅니다.

전세계는 이 충격적인 중동지역의 사태로 주가가 하락하고 기름값이 요동치는 등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차기 리비아 정권과 중동의 판세를 주시하며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오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석유값이 어디까지 올라갈 지도 중요하지만 다음 정권이 친미냐 반미냐에 따라 그들의 입장도 달라질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나라는 그들의 열기에 불똥이 튀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튀니지, 이집트, 바레인, 예멘을 이어 리비아

현재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중동 지역의 나라들은 한결같이 독재 정권과 빈곤에 시달리는 국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리비아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해 국민들에게 발포한 문제로 '아랍 연맹' 조차 유혈 진압을 비난하며 등을 돌렸다고 합니다. 40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대한 반발은 전세계적이며 일단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야한다는 항의가 세계에서 쇄도하고 있습니다.

리비아가 다른 아랍 국가인 튀니지나 이집트와 달리 군부가 시위대를 보호하지 않은 건 카다피가 군부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카다피의 아들들도 요직에 앉아 정국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부 이탈자들이 생긴다고 해도 그 영향력이 미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위대와 카다피 모두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보아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2월 22일 방영된 'MBC PD수첩'은 이 아랍권 시위의 발발점이 튀니지에서 있었던 무함마드 부아지지(26)의 분신자살이라고 합니다. 학업은 고사하고 생계가 막막해 과일 노점상을 하던 부아지지는 단속하는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야했고 외상으로 사온 과일들을 고스란히 빼앗겨야 했습니다. 생존권을 박탈당해 자살한 그의 이야기는 가난하고 배고프게 살아가는 튀니지 사람들의 일상이기에 그들은 분노했습니다.


전기, 수도를 쓰지 못하는 극빈자가 넘쳐나고 물가가 높아 닭한마리 사먹을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 다수인데 TV는 그들의 이야기를 외면했고 정부는 튀니지의 젊은이들이 취직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교육받고 지원하고 있다는 뻔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실제 30세 이하 청년 실업률이 36%에 달할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들이 더욱 분노한 건 독재자 벤 알리가 빼돌린 재산으로 사치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30년 정권을 유지한 이집트 무라바크 대통령 역시 시민들의 시위를 견디지 못하고 사임하고 물러났습니다. 은닉 재산이 700억 달러(한화 72조)에 달한다는 이 엄청난 부패 대통령은 군을 장악하고 있어 시민들과 대치해 이기리라 믿었던 듯 했지만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현재 혼수상태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슐레이만 부통령이 당분간 국정을 운영하고 있고 친미 성향의 정권이 들어설지 또다른 쿠데타가 일어날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사우디, 예멘, 리비아, 이집트 작년 12월부터 불었던 아랍의 민주화 바람은 유가 인상 등으로 한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당장의 먹을 빵과 일자리가 필요해 시위를 일으킨 그들의 움직임에 독재를 사주한 서방국가들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걱정하기 보다 어떻게하면 유리한 국면을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중일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전쟁이 발발하면 상상하기 힘든 결과가 일어날 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선 알 수 없는 진실들

이집트 시위에서 인터넷과 트위터는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주고 세계에 진실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각국에서 시위 진압과정에서 벌어진 유혈 사태를 생생히 전달해준 것도 트위터의 위력이며 불에 탄 시신들의 동영상을 공개한 곳 역시 트위터입니다. 외신들 조차 진실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달되는 현장의 비극들은 과연 이것이 진실인가 루머인가 의심스러우면서도 그만큼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집트 국영신분 '알 아흐람'은 작년 무라바크가 미국 오바마의 뒤에 따라오는 사진을 무라바크 대통령이 앞으로 오도록 편집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습니다. 시위 중에도 시위대의 소식을 전하지 않은 관영 언론은 그동안 있었던 이집트 내의 많은 사건들을 모른 척했고 언론을 통제해왔습니다(그런 알 아흐람도 이번에는 시민이 독재자를 몰아냈다는 기사를 1면 기사로 냈다고 합니다).

지금 진통을 겪고 있는 아랍권의 독재국가들은 시위가 격해지자 제일 먼저 인터넷과 핸드폰 등을 차단해 시민들의 움직임을 묶으려는 시도를 했고 서방 언론의 취재도 차단하려 했습니다. 불에 탄 여섯구의 시신이 진짜 군인들인지 알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들 독재자들과 권력자들은 부아지지의 분신자살을 전한 '언론'에 원망을 보내고 있을 지 모르는 일입니다.

리비아 군인들이 화형당했다는 소식, 이 동영상 진실입니까.


수십년 간 독재를 하면서도 시민들이 뭉칠 수 없었던 주요한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이 언론 통제입니다. 권력자는 제일 먼저 관영 TV를 비롯한 각종 언론을 길들이기 시작하고 그들이 독재자에 우호적인 기사를 내도록 하고 자신의 편이 되도록 조치를 취합니다. 말이 21세기지 빈곤층의 고단한 현실 조차 전할 수 없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을 말할 수 없는 TV와 신문이 과연 '언론'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가 싶을 정도입니다.

여러분은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리비아 문제에 대해 얼마나 읽어보셨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걱정하는 마음, 그 동질감은 진심이라 봅니다. 멀리 있지만 그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시위가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도 진심이리라 봅니다. 우리 나라 언론들은 '리비아'와 카다피 그리고 아랍권의 시위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이번 사태의 진정한 원인이 높은 실업률과 빈곤으로 인한 시민들의 폭발이란 사실을 한국에 너무 늦게 전해준 건 아닐까요?

이 나라 언론들이 카다피에게 아부하던 관영신문과 어떻게 다른지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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