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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미생 16

미생, '우리'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 직장인의 판타지

어릴 때 어른들은 직장생활을 위한 몇가지 충고를 말해주곤 했다. 직장에서 마주치는 상사나 동료들에게 감정을 숨기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말고 하기싫은 일도 참고 원만하게 나쁜 사람과도 잘 어울리라고 했다. 덧붙여 어떤 남자 선배는 여자들은 직장에서 시키는 커피 접대나 가벼운 성적 농담 정도는 받아넘길 줄 알아야한다는 다소 희한한 조언을 큰소리로 떠들기도 했다. 직장이 학교와는 다르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학교에서도 때로 불합리한 관습을 참고 넘겨야하는데 직장이라고 다를까. 나는 뭔가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그들의 조언을 들으며 마음 한편에선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 막연히 그런 기대를 품곤 했다. 그런데 직장생활 2년차에 그 '인생 선배'들의 말뜻을 어렴풋이 알 수 있..

미생, 오상식을 떠나보낸 장그래가 아직 모르는 것

서른살이 되기전에는 서른살 인생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했던가. 세상에는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널리고 경험쌓기가 쉬워진 세상에도 '연륜'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재벌3세가 아무리 똑똑해도 '사람이 무섭다'는 말의 진정한 뜻을 잘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미생'의 장그래(임시완)는 이제 겨우 회사에 첫발을 디딘 신입사원으로서 최전무(이경영)와 오상식(이성민)의 미묘한 관계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오차장이 단순히 장그래의 정규직 채용 만을 위해 최전무의 중국 사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듯 최전무 역시 오차장을 제거하고자 계략을 꾸민 것이 아니었다. 장그래는 한참 어린 '미생'이라서 그들의 싸움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 오차장이나 최전무나 모두 완생 아닌 ..

미생, 오상식의 판타지와 마부장, 성대리, 최전무의 현실

얼마전 다음 포털에서 드라마 '미생'의 마부장(손종학)과 성대리(태인호) 중 누가 더 싫으냐는 내용의 온라인 투표를 했다. 예상했던대로 부하직원을 때리며 미친 사람처럼 팔팔 뛰는 마부장 보다 후배의 공을 가로채고 술값을 덤터기 씌우는 성대리 쪽이 더 싫다는 의견이 많았다(투표 결과 보기). 마부장이야 어차피 부장급이라 마주칠 일이 별로 없고 성질내고 폭발하는 만큼 그냥 좀 무서울 뿐이지만 성대리의 앞뒤다른 간사함은 대처하기 쉽지 않다.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성대리같은 인간형을 겪어본 경험이 있으리라. 뭔가 주변에서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날 조롱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을 때는 성대리같은 직장동료의 작당인 경우가 많다. 좋은 사람인척 하고 있으니 마부장처럼 대놓고 욕할 수도 없고 일만 잘하면 모든게 용서..

'미생' 최고 시청률이 고작 7퍼센트라고?

10월 17일부터 방송된 tvN '미생'의 인기가 심상치 않더니 12월 6일 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AGB닐슨 기준). 1회 시청률이 1.4%였으니 엄청난 기록이다. 시청률 상승폭도 그렇지만 종편이나 케이블 TV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높아도 2%를 넘기 쉽지 않고 좀 잘 나가는 프로그램도 5% 대인 걸 생각하면 '미생'은 과연 2014년 최고 화제작이 될 만하다. 더군다나 요즘은 공중파 월화 드라마도 시청률 10% 넘기 쉽지 않으니 더욱 '미생'의 도약이 주목받는 듯하다. '미생'이 방송되는 날이든 아니든 포털, 게시판이 '미생' 이야기로 도배되고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유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KBS '가족끼리 왜 이래'가 30%대..

미생, 마부장같은 부당함을 이겨내는 힘 - '우리'라는 이름의 동질감

모든 조직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익과 효율 만이 조직의 목표가 되면 가끔 괴물이 태어나기 마련이다. '미생'의 마부장(송종학)처럼 성희롱을 저지르고 인간성이 최악임에도 '끝발'을 무시할 수 없는 중견간부가 있는가 하면 겉과 속이 다르지만 어쨌든 일은 해내니까 뒷탈없이 직장을 다니는 성대리(태인호)같은 인물도 있다. 물론 '회사'가 한 사람의 인성까지 평가하는 곳은 아니지만 이런 유형의 인물들은 박과장(김희원)처럼 끝내는 곪아터지기 마련이다. 부하직원에게 '갑' 노릇하고 '을' 업체에서 '와이로' 받아먹고 여직원을 성희롱하는 마부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마부장은 고발한 여직원을 자르면 잘랐지 실적 좋은 자신을 회사가 쉽게 해고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최전무(이경영)는 사람 ..

미생, 아무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단한 안영이의 삶

우리 이전 세대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냐 결혼 못한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었죠. 제가 살던 고향에도 그런 가족이 많았습니다. 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학교도 제대로 못가고 무작정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논을 사고 밭을 사고 그것도 모자라 생활비에 동생학비까지 대주며 힘들게 살던 동네 언니들이 결혼하고도 친정의 돈요구를 끊지 못해 친정을 오가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습니다. 그 언니는 그래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 또래 중에서는 중학교 마치자 마자 공장에 취직하고 월급을 아버지 통장에 입금하는 딸들도 많았죠. 대졸 여성들 중에도 이렇게 가족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가장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기업에 취직해도 그녀들의 고단한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생'의 안..

미생, 오상식이 대답할 수 없는 계약직 장그래의 어려운 질문

지난주에 '미생' 안영이(강소라)의 통장 내역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대출금 때문에 반토막나긴 했지만 실수령액 365만원이란 월급은 평범한 중소기업 신입사원이 받을 수 있는 액수가 아니었죠.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라 명절이나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달은 훨씬 더 많은 금액이 입금될 것입니다. 300만원이 넘는 월급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판타지다 아니 실제 대기업 1년차 신입사원 초봉이 그렇다를 두고 진실 논란이 있었지만 '미생' 제작진 측은 2012년 실제 대기업 연봉을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개 국어에 능숙하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안영이를 영입한 대기업의 대가는 그렇게나 대단했던 거죠. 그런데 같은 대기업에 근무한다고 해서 모두 그 정도 급여를 받는 건 아닙니다. 과거 '..

미생, 이 시대 직장인들을 위한 최고의 격려 '더할 나위 없었다'

예전에 일하던 직장에도 드라마 '미생'처럼 화상회의 장치가 있었습니다. 일부 임원들만 회의실에 모이면 다른 지방에 근무하는 임원들은 웹캠이 설치된 PC 앞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방식이었죠. 요즘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인터넷 속도도 빨라져 영상통화하듯 실시간 중계하는 화상회의도 가능한 모양입니다만 그때 회의실에 설치된 모델은 초기형이라 화면도 작고 화질도 좋지 못했습니다. 반응 속도까지 느려 회의에 차질이 생길 땐 꽤 답답했었죠. 화상회의가 시범사업의 일부라 종종 그 시스템을 써야했는데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어도 아무도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이미 그 사업에 꽤 많은 돈을 투자한데다 교체 후 이뤄지는 감사에서 왜 구형을 선택했느냐 하는 문제부터 비용, 책임 문제까지 거론되는게 꽤 부담스러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미생, 부러진 하이힐에 숨겨진 안영이의 비밀

제 기억에 정장을 처음 입었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하이힐이었습니다. 정장을 입어야할 만큼 어려운 자리도 긴장됐지만 갑작스레 7센티 이상 높아진 세상에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오래 신으면 발가락이 아파 저녁 무렵엔 하루의 피곤이 두 배가 되곤 하더군요. '미생'의 배경인 종합상사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하이힐을 신습니다. 장백기(강하늘)의 혼잣말처럼 왜 여자들은 하이힐을 신을까요. 인터넷에서 비교사진을 제시하는 것처럼 하이힐을 신어야 다리가 더 예뻐보이는 까닭도 있을 것이고 무엇 보다 남자 정장에 운동화 보다 구두가 더 어울리듯 여성정장에도 단화 보다는 하이힐이 더 어울립니다. 요즘은 편한 복장을 내세우는 직장도 많지만 여전히 하이힐은 여성 직장인의 기본 스타일 중 하나입니다. 저는 다른 여성..

미생, 영업3팀은 천관웅 과장에게 '우리'가 될 수 있을까

가장이 받아온 특별 보너스를 세 덩어리로 나눠 아이들 교육비, 생활비, 남편의 용돈으로 나누는 아내. 오차장(이성민)의 아내(오윤홍)가 남편의 승진 소식에 모처럼 여유있게 웃는 모습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보는 어머니들의 모습입니다. 돈이 넉넉하면 좋으련만 어느 집이나 할 것없이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봉급은 모자라기 마련이고 자녀들과 남편의 몫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가는 어머니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우리'를 위해 그런 희생을 감내하는 것입니다. 사회 어디에나 이렇게 크고 작은 '우리'들이 있기에 가정이 굴러가고 나아가서는 기업도 돌아가는 법입니다. 물론 하나의 기업을 커다란 '우리'로 묶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기업 안에는 많은 조직이 있고 조직 내에는 크고작은 팀이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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