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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피노키오 9

피노키오, 우화로 풀어나간 우리 시대 언론의 희망

카를로 콜로디 원작의 소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 마다 코가 자라나는 나무인형 이야기다. 요정의 힘으로 생명을 얻었지만 늑대의 꾀임에 빠지고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종종 코가 자라난다. 드라마 '피노키오'는 이 나무 인형을 언론에 빗대고 있다. 언론이란 사람들이 만들어낸 도구지만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돈많은 재벌과 권력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거짓말로 이슈를 만들어 여론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원작 소설의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와 요정의 도움으로 거짓말이 나쁘다는 교훈을 깨닫고 사람이 된다. 그리고 드라마 '피노키오'의 언론 역시 기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사람' 비슷한 꼴을 갖춘 것으로 마무리된다. 박로사(김해숙) 회장은 방송사 기자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처벌..

피노키오, 송차옥에게 언론의 양심을 호소한 기하명의 선택

드라마 '피노키오'의 송차옥(진경) 부장은 한때 MSC와 재벌 간의 야합을 내부고발하려다 승진을 약속하는 부장(임병기)에게 설득당해 포기했다. 송차옥은 내부고발이 가져다줄 현실적인 끔찍함과 딱 한번 눈감으면 화려한 미래가 보장되는 회유 사이에서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은행에서 과장으로 일하던 남편 최달평(신정근)이 내부고발자가 된 후 어떻게 망가지는지 직접 보았기 때문에 송차옥은 더욱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13년 동안 딸 최인하(박신혜)에게 연락하지 않고 자신의 기사로 피해입은 사람들에게 모질게 대했던 것도 어쩌면 송차옥의 마지막 양심인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는 이해를 받는 바에야 차라리 '기레기'라고 비난받는 것이 더욱 마음 편하다는 그런 태도 말이다. 기자의 양심은 권력과 돈..

피노키오, 엄마 송차옥의 핸드폰에 담긴 무서운 비밀

기자가 '기레기'라고 비난받으면서도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기사를 쓰거나 대중의 말초적인 관심을 자극하는 기사를 쓰는 건 그런 기사를 써서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피노키오'는 MSC 앵커 송차옥(진경)이 오보를 쓰는 배후로 범조백화점 회장 박로사(김해숙)를 설정했다. 송차옥은 13년전 폐기물공장 화재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을 기하명(이종석) 가족에게 돌리는데 성공했고 그 대가로 방송국에서 승승장구했다. 이번에도 송차옥은 박로사의 부탁에 따라 경찰관 안찬수(이주승)에게 화재 사건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피노키오'는 그래도 드라마니까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구조로 언론의 배후가 설정되지만 대개의 실제 사건에서 기자들의 여론 물타기는 좀처럼 표시가 나지 않는다. 뭐 어쨌든 누군가를 희생양삼아 정말 비..

피노키오, 기하명 생각 보다 쉽지 않은 언론에 대한 복수

기자 일이 어려운 건 '사실'과 '진실'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하나 뿐이라도 그 사실에 숨겨진 '진실'은 여러가지일 수 있다. 기사는 육하원칙에 따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술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이유'도 함께 기술해야한다. 그 이유를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편파적인 기사가 되거나 오보가 되기도 한다. 사건 당사자들의 입장이나 기자의 관점에 따라 진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사는 객관적으로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드라마 '피노키오'는 언론의 오보로 가족을 잃은 기재명(윤균상) 형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첫회부터 지금까지 MSC의 송차옥(진경)은 조작된 오보로 기재..

피노키오, 기재명의 '사실'과 기재명의 '진실'은 어떻게 다를까?

폐기물처리장에서 화재를 일으키고 소방대원 9명을 순직하게 했으면서도 소방대장 기호상(정인기)에게 누명을 씌우고 살아온 세 사람. '피노키오'의 기재명(윤균상)은 그 셋 중 한명인 문덕수(염동헌)를 유인해 함정에 빠트리고 문덕수가 떨어진 곳을 벽돌로 막아버린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나머지 두 사람의 시신에선 부검결과 독극물이 발견되었고 두 사람과 채무관계가 있던 문덕수는 두 명의 동료를 죽이고 도망친 용의자가 된다. 기재명은 자신의 가족을 모두 죽여버린 거짓말쟁이들과 언론에 증오를 품고 있고 드라마의 흐름상 기재명이 셋을 모두 죽였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청자들 중에는 기재명이 둘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고 문덕수는 구덩이에 빠졌을 뿐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재명은 가..

피노키오, '다행이다 하명아' 언론에 농락당하는 안타까운 기재명의 인생

많은 눈이 내리면 길에 빙판이 생기고 해마다 방송사는 걷다가 넘어지는 사람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힐신고 미끄러운 길을 걸어 출근하는 고통도 알고 빙판길에서 넘어져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된 어르신도 많다는 걸 알기에 사고가 나도 그냥 보고만 있는게 기자들의 할 일이라는 김공주 시경캡(김광규)의 말을 무조건 찬성하진 않습니다. 이미 많은 기자들이 기사 본래의 목적 보다 방송분량을 위해 보다 많은 행인들이 넘어지길 바라고 있고 때로는 그런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빙판길 행인 보도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노약자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촬영에선 범주(김영광)나 인하(박신혜)처럼 손잡아 주는 일도 해야하고 도와주는 장면 역시 좋은 방송거리가 된다고 생각할 ..

피노키오, 로맨스 보다 더 흥미로운 기자의 직업세계

아마 2007년 쯤으로 기억하는데 모언론사에서 선배 기자가 수습기자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선배기자 즉 이른바 '사수'가 회식자리에서 일방적으로 수습기자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으나 나중에 작성된 기사를 보니 사수 쪽이 먼저 폭행을 당해 쌍방폭행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폭행 문제야 양측의 말이 다르니까 법적으로 해결할 부분이지만 당시에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수습기자들의 지독한 수련과정은 비난을 받기 충분했습니다. 데스크, 캡, 일진, 사수, 수습기자로 이어지는 기자들의 서열과 '까라면 까야'하는 군대 보다 더 무서운 수습교육, 경찰서와 지구대를 돌며 두 시간 마다 한번씩 보고하고 목욕탕에 있든 화장실에 있든 간에 선배기자의 전화를 받아야한다는..

피노키오, 최달포 가족의 비극과 비슷했던 서해페리호 오보 사건

박혜련 작가가 드라마 '피노키오'를 쓸 때 어떤 사건을 모티브로 했는지는 본인에게 물어봐야만 알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부터 소방대장 기호상(정인기)과 그 가족들에게 일어난 일이 어디서 본 것같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고 현장에 시장에서 사온 아이 신발을 가져가 촬영했다는 송차옥(진경)은 유사한 케이스를 읽어본 적 있지만 기호상 가족 이야기는 그 모티브가 선뜻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러다 세월호 관련 뉴스를 읽을 때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비극적인 선박 침몰사고이자 최악의 오보 사건이었던 93년 서해 페리호 사건 때 도주했다는 누명을 썼던 선장이 있었습니다. 사고 며칠 뒤 서해페리호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故 백운두 선장 이야기입니다. 1993년 10월 10일 발생한 서해페리호 침몰 사..

피노키오, 서로 다른 복수를 선택한 형제의 불안한 미래

2013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타인의 마음이 들리는 초능력을 통해 살인의 가해자,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보여준 드라마였습니다. 주인공의 초능력이란 설정은 법의 모순과 이기적인 세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동시에 누구의 목소리든 들어주는 판타지 역할을 했습니다. '너목들' 박혜련 작가의 이번 드라마인 '피노키오'는 피노키오라는 가상의 증후군을 통해 언론과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더군요. 주인공 최달포(이종석)는 기자들의 거짓말로 부모를 잃고 형을 잊어야했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인하(박신혜)와 함께 기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살아 있을 것이라 믿었던 아버지의 시신이 발견된 것을 알게 되자 기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생겼습니다. 최달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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