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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마의 39

이병훈 PD의 '자기 복제' 사극이 좋은 이유

조선 왕조에서 가장 유명한 왕인 '세종'에 대해서 궁금할 땐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사서를 읽어보면 됩니다. 한자로 적혀 난해하고 사관들의 조심스러운 언어 사용 때문에 헷갈리기는 하지만 후세 사람들은 기록을 통해 세종대왕이 책과 학문을 좋아하고 일중독이었으며 실리적인 사람이란 걸 알게 됩니다. 의외로 인자하기 보다는 성격이 급하고 고기를 몹시 좋아했으며 본부인 소헌왕후와 금슬이 좋았으나 후궁도 꽤 많이 두었음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세종이 면천해준 것으로 유명한 장영실의 출생과 죽음 그리고 그 성격에 대해서는 찾기가 힘듭니다. 아무리 그의 삶이 궁금해도 역사적 접근에 한계가 선명합니다. 마찬가지로 왕족이 아닌, 한때 민중의 영웅이었던 인물들의 생애와 업적을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허균의 '홍..

마의, 어의 백광현은 왜 금천현감이 되었을까

언제나 그렇듯 50회 이상의 장편 드라마 한편을 보고 나면 계절이 달라져 있습니다. 지난 여름 끝물에 제작되기 시작해 10월 첫방송을 하고 꽃이 한참인 봄에 마지막편이 방송되었으니 정말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조선 최초의 한방외과의이자 '신의'라 불리던 의원 백광현의 삶이 방송되는 동안 알게된 것도 많고 흥미로웠던 역사적 사실도 많았습니다. 물론 극중의 백광현(조승우)과 강지녕(이요원)의 출생이나 사랑이야기는 백프로 창작이고 한방의학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을 뺀 여러가지 부분은 과장된 것이 많습니다만 조선 시대 의술과 의료정책에 대한 묘사는 많은 부분 뜻깊었습니다. '마의'는 어린 시절부터 보았던 이병훈 PD 사극의 장점이 부각된 한편 단점도 만만치 않았던 드라마입니다. 아직까지 정통사극 대표작으로 ..

마의, 현대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원 백광현

천하다고 무시당하던 마의에서 조선의 지존을 치료하는 어의가 된 의원 백광현. 드라마 '마의'의 주인공 백광현(조승우)은 신분의 한계와 차별을 극복하는 영웅캐릭터입니다. 실존인물 백광현을 모델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이미 많은 부분 사실과 다르게 판타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진짜 백광현은 몰락한 양반 백철명의 후손이었고 무관 일을 하며 중인 신분으로 살았습니다. 민간에서 명성을 떨치다 마흔살이 다된 나이에 천거로 치종교수가 되고 숙종 3년에 어의가 되었습니다. 한마리 말로 인해 의원의 길을 밟기 시작해 조선 최고의 신의가 되었다는 모티브만 사실이고 나머지는 백프로 창작입니다. 그러나 사실 관계 왜곡에도 불구하고 '마의'는 충분히 매력있는 드라마입니다. 신분 고하를 따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사람을 살리려는 ..

마의, 백광현이 찾아낸 백석구와 강지녕의 면천 방법

아무리 요즘 '사극'이 역사를 벗어난 판타지가 되었다지만 각종 인터넷 뉴스나 시청자 의견을 볼 때 마다 '이건 좀 아니다'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 속 시대에 대한 몰이해가 드러난 기사가 검증없이 그대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고 시청자 쪽에서 역사에 익숙하지 않아 드라마 내용에 반발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 조선왕조에 '숙희공주'라는 작호를 받은 공주는 없으나 '마의'의 숙휘공주(김소은)를 '숙희'로 알고 있는 기자들이 다수이고 극중 강지녕(이요원)이 다시 관비가 되어야하는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사람들(링크 참고)도 많습니다. 예전에 포스팅(백광현처럼 바꿔치기해서 살아난 박팽년의 손자)했던대로 백광현(조승우)과 강지녕의 출생이 뒤바뀐 건 박팽년의 손자였던 실존인물 박비와 그 집안..

마의, 실존인물 백광현 보다 부각된 '출생의 비밀'

제 기억에 이병훈 PD가 찍은 드라마 중 '출생의 비밀'을 설정한 사극이 거의 없습니다. 백제 무왕의 이야기를 다룬 '서동요(2005)'에서 부여장 서동(조현재)이 자신이 백제의 왕자라는 걸 모른채 평민으로 살지만 진짜 무왕이 그렇게 살았으니 출생의 비밀(이하 출비)이라기는 힘듭니다. 이병훈 PD의 작품이 아닌 '선덕여왕(2009)'같은 사극에서 중국에서 자란 덕만(이요원)이 자신이 신라의 공주라는 것을 모르고 자라는 걸로 설정되었으나 그 역시 덕만의 어린 시절이 '역사적 공백'이라 가능했고 선덕여왕의 폭넓은 경험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극에서 출비는 자칫 왜곡 논란에 시달릴 수 있는 위험한 선택입니다. '대장금'이나 '광개토대왕'처럼 출생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

마의, 의원 백광현의 인생 앞으로 남은 이야기는

조금전에 50부작 드라마 '마의'가 1회 연장해 3월 26일 51회로 마무리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지난 달엔 작가가 몸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겨울 내내 촬영하느냐 배우와 스텝들의 고생이 많아 연장은 무리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1회 연장에 합의한 모양이더군요. 다른 드라마에 비해 등장인물들도 유난히 많은 드라마였고 아직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가 많아 남은 시간이 너무 짧지 않나 했지만 1회라도 연장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마의 백광현(조승우)이 한방외과술의 기적을 일궈내고 왕실 어의로 성공하는 기본 줄거리 말고도 이 드라마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제는 백광현의 치료를 거부하는 인선왕후(김혜선)와 인선왕후를 설득하기 위해 출생의 비밀을 터트리려는 강..

마의, 백석구의 딸 강지녕이 관비가 되어야 하는 이유

'마의'에서 가장 악평을 받는 인물은 이명환(손창민)이 아니라 인선왕후(김혜선)입니다. 고집스레 백광현(조승우)을 막고 현종(한상진)과 대립하는 인선왕후는 연기력 논란과 더불어 이해불가능한 캐릭터란 의견까지 보태서 악역 아닌 악역이 되고 말았습니다. 천한 마의 출신으로 의관이 된 이명환은 드라마 초반부터 소현세자(정겨운) 암살에 연루될 수 밖에 없던 상황이나 강도준(전노민)과 달리 권력자들에게 편승할 수 밖에 없던 정황이 잘 드러났으나 인선왕후는 어떤 이유로 외과술을 반대하고 정성조(김창완)와 이명환 무리를 편애하는지 설명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의'는 숙종 시대의 기록을 현종 시대에 맞춰 극화했기 때문에 몇몇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실존인물과 맞지 않습니다. 인선왕후는 어떤 면에서 가장 손해를 본 ..

마의, 갈라진 두 마의의 운명과 마지막 걸림돌 인선왕후

박팽년의 손자인 실존인물 박비와 그를 대신해 관아의 노비로 보내진 여종의 딸은 참 기이한 인연의 끈을 타고났습니다. 남의 운명을 대신 산다는 것 만큼 드라마틱한 일도 없지요. '마의'의 백광현(조승우)은 본래 죽을 목숨이었지만 자신의 운명을 대신 살아준 강지녕(이요원)으로 인해 목숨을 건지고 의관이 되었습니다. 운명을 바꿔준 양아버지 백석구(박혁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절대 지녕의 비밀을 폭로하지 않으리라 맘먹습니다. 동갑내기 광현과 지녕의 운명은 마치 한쌍인 듯 특별하게 엮여가고 있습니다. 광현과 지녕의 운명 만큼 대조적인 것이 바로 마의 백광현과 이명환(손창민)의 삶입니다. 광현처럼 천재적인 마의였고 똑같이 혜민서 의생이 되었으나 어떻게든 마의 출신임을 숨기고 양반층에 편입하려 했던 명환은 소현세자..

마의, 숙휘공주의 현옹과 백광현의 사람을 살리는 칼

사극을 보는 재미 중 하나는 드라마 속 시대의 한계와 문화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요즘은 현대인 취향에 맞춘 트렌디 사극이 많고 발성까지 현대극 발성이라 사극이라기 보다 한복입은 시대극 코스프레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시대의 가치관과 문화를 잘 표현하는 묘사는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지난주 '마의'에서는 두창이 창궐하면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두창을 견뎌내는지 보여주었습니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별효과없는 미신이고 자기 만족일 뿐이지만 특별한 약도 처방도 없는 두창을 조상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죠. 숙휘공주(김소은)처럼 숙종은 두창을 앓고 완치된 적이 있습니다. 한달 동안 두창을 앓던 숙종은 마지막 단계에서 현옹 때문에 약도 물도 마시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 처합..

마의, 경신대기근과 전염병 조선왕 현종을 울리다

조선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사건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같은 전쟁이 아닐까 싶지만 그것 보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자연재해였습니다. 바로 현종 때의 '경신대기근(1670-1671)'과 숙종 때의 '을병대기근(1690-1691)'입니다. 이 시기는 소빙하기에 해당하던 때라 조선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대기근이 있었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던 시기입니다. 조선 현종은 즉위 초반부터 계속된 가뭄과 흉작으로 끊임없이 속을 끓이고 고민했습니다. 오죽하면 현종이 후궁을 둘 수 없었던 이유가 백성들의 고통 때문이라 추정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현종 시기는 서인과 남인의 당파싸움, 예송논쟁이 한참이던 때이기도 합니다. 백성들은 굶어죽는데 신하들은 말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현종은 후궁을 두고 싶어도 머리가 아파 그럴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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