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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마의 39

마의, 백광현의 청나라 출국과 사암도인, 약계의 등장

조선 시대의 의료제도는 내의원, 전의감, 혜민서 즉 '삼의사(三醫司)'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마의'의 고주만(이순재)은 그 삼의사의 수장인 수의로 어의나 내의원 제조 보다 위에 있는 직급입니다. 고주만은 수의로서 현종(한상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돈없는 백성들이 무료로 시술받을 수 있도록 혜민서 의생들에게 외과술을 가르칩니다. 각종 종기를 비싼 약재없이 외과술로 치료해 환자들의 의료비를 줄여주고자 한 것입니다. 고주만이 설치한 치종청은 조선시대의 대표 대민 의료기관인 활인서, 혜민서 등과 함께 대민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주만의 큰 뜻을 아무리 강조해도 조선시대 의료제도가 왕실과 왕족의 건강을 우선시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마의, 문화재 속에서 찾아본 숙휘공주의 흔적들

작년 봄 KBS에서 특종 보도한 뉴스 중엔 이런 것이 있습니다. 한 재벌이 소유한 문화재터에 지하층 공사 허가가 났다는 내용입니다. 창의궁터로 추정되는 통의동 35번지는 조금만 파내려가도 문화재가 쏟아지는 곳이라 웬만해선 지하층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 곳입니다. 건축허가가 나기 이전 문화재로 추정되는 여러 유물이 발굴되어 같은 시기에 발굴된 다른 장소는 지하층 허가가 나지 않았는데 유독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소유한 이 땅에는 지하층 허가가 났습니다. 이 장소에는 '아름지기'라는 단체의 건물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문화재인 이 '궁궐터'를 어떻게 중앙일보에서 매입했는지도 석연치 않았지만(청와대 쪽과 땅을 맞교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화재 지역에 신축건물을 올리는 '아름지기'는 뭐하는..

마의, 백광현처럼 바꿔치기해서 살아난 박팽년의 손자

어제부터 계속 다른 일(대선)에 신경을 쓰느냐 포스팅이 계속 밀리네요. 요즘같은 정치 시즌엔 드라마에 몰입하시는 분들도 적겠습니다만 세상에 정치와 관련되지 않은 일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마의'의 주인공 천민 백광현의 두 아버지가 정치적 이유로 죽어야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원수인 이명환(손창민)으로 인해 강상죄로 고생하게 된 백광현의 운명도 '의원'의 길을 선택한 이상 갖가지 정치적 혼란에 개입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진짜 백광현은 무관 집안 출신이고 출생의 비밀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이병훈의 사극은 미천한 처지에서 국내 최고의 인물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자라는 한계를 가진 허준도 '약방기생'이라 불리던 의녀에서 어의가 된 서장금도 무수리에서 왕의 ..

마의, 청상 서은서의 유옹 수술 무엇이 문제길래

정통사극 보다 퓨전사극이 많아진 요즘엔 어떤 사극이든 '자막'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 '마의'는 사극인 동시에 한의학 드라마라 전문용어 설명이 필요하지만 가끔은 과연 시청자들이 이런 단어도 모를까 싶을 때도 자막이 붙습니다. 이건 그만큼 과거와 달리 한자에 익숙한 사람들이 드물고 용어를 정확히 알아듣는 사람이 드물단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제 방영된 서은서(조보아)의 유옹 수술 장면은 실제 한의사의 고증을 받긴 받았지만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현대의 수술 장면에 맞추어 연출되었더군요. 혜민서 의생 교육을 현대의 의과대학 실습처럼 설정한 것도 그 때문이겠죠. 현대의 시청자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건 용어 뿐만이 아닙니다. 70년대 사극을 현대에 방영한다면 주인공 심리나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

마의, 공공의료를 부흥시킨 치종의 임언국과 백광현

과거 서양에서는 이발사가 외과의사를 겸하곤 했습니다. 이발사나 의사나 똑같이 흰 가운을 입는 이유는 다름아닌 그 때문이었습니다. 내과를 담당하던 의사는 따로 있었지만 의학이 전문화되거나 세분화되지 않아 남의 몸에 칼을 대고 시술하는 외과의는 천대받던 직종이었습니다. 영어로도 외과의를 뜻하는 'surgeon'과 의사를 뜻하는 'physician'을 종종 구분합니다. 이렇게 외과가 천시된 이유는 해부를 금하고 피다루는 일을 혐오스럽게 여겼던 종교 문화 탓이 큽니다. 서양에서 이발사와 외과의가 구분되기 시작한 건 대략 18세기경이라 합니다. 우리 나라 한의학에서 상대적으로 외과가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유학을 본질로 의학을 대하던 태도 탓이 가장 큽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동의보감'을 비롯한 여러 의서에..

마의, 따돌림당하는 백광현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다

요즘 어딜 가나 왕따와 집단 따돌림이 문제가 되곤 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성인대로 왕따 때문에 마음이 괴롭다고 호소합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네가 왕따당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들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도의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나쁜 짓을 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대개는 피해자가 남보다 약하기 때문에 또 눈에 보이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그걸 빌미로 괴롭히는 것입니다. '마의'의 주인공 백광현(조승우)이 혜민서에서 따돌림 당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실존인물 백광현은 처음부터 전의감 교수로 내의원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그가 마의였을 때 의생이 되어 혜민서에 입문했다면 드라마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법 합니다. 양반이든 천민이든 그 시대의 사회적 ..

마의, 의생 백광현의 눈으로 본 현종 임금의 사생활

사극을 보는 또다른 재미 중 하는 역사와 드라마의 차이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물론 요즘 방영되는 사극 중에서 각종 시대 고증이 완벽한 사극이 없습니다만 의외로 다른 어떤 사극 보다 '마의'가 가장 고증이 잘된 편에 속합니다. 분명 무교탕반의 시대적 설정이나 백광현(조승우)과 숙휘공주(김소은)의 나이 차이같은 건 기록과 달리 설정했지만 각종 질병이나 의학적 응급 상황은 현직 한의사의 고증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 현대적인 설정 아니냐며 지적받았던 서은서(조보아)의 심폐소생술도 실제 각종 의서에 기록이 전하는 부분입니다. 백광현의 기록 중 가장 자세한 것은 정래교가 지은 '백태의전(白太醫傳)'입니다. '마의'의 한의학 자문진이라는 방성혜 한의사는 백태의전을 근거로 백광현에 관한 실화 소설을 썼습니..

'마의' 외전, 역사로 보는 현종과 숙휘공주 이야기

야사 속 왕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백성들이 그 왕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일부분 엿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도루묵과 선조에 얽힌 야사인데요. '도루묵'의 원래 이름은 '묵'으로 겨울에 맛있는 생선입니다. 임진왜란으로 몽진갔던 선조가 고기 하나 없는 빈약한 밥상을 받다가 의주에서 한 어부가 이거라도 드시라며 '묵'을 올렸다고 합니다. 배도 고프고 반찬도 변변치 않으니 너무나 맛있게 그 생선을 먹어치운 선조는 그 맛을 칭찬하며 '묵'을 '은어'라 부르게 했는데 나중에 궁으로 돌아가 다시 먹어보니 맛이 없다며 '도로 묵'이라고 부르라 명했다고 합니다. 민간에 많이 퍼진 이야기지만 선조가 몽진간 의주에선 도루묵이 잡히지 않아(동해에서 납니다) 그냥 꾸민 말인줄 알았는데 조선 중기 택당 이식의 '택당집'에 환목..

마의, 백광현 왜 이렇게 여복이 많은가 했더니

남자에게 여자가 잘 따르는 복을 '여복(女福)'이라 한답니다. 남성형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식 중 하나가 이 '여복' 아닐까 싶은데 대개 사극의 주인공이 되는 남성들은 여자를 밝히지 않아도 정략적 혼인으로 여러 왕후와 아내를 두었고 자식도 많이 낳았습니다. 역사적 사실이 그러니 현대인들에게는 마뜩치 않아도 이런 여성편력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다만 요즘에는 처첩을 여럿 거느린 걸 자랑삼던 과거 사극과 다르게 운명적 사랑은 하나인데 정치적으로 혼인했다 뭐 이런식으로 얼렁뚱땅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의'는 사극이긴 하나 많은 부분 현대적 관점에서 상황을 설정합니다. 내의원의 의생과 교수, 수의와 어의 등은 현대 의과대학의 학생과 교수, 병원장, 과장의 관계와 유사하게 그려지고 말괄량이..

민중사극 '마의'는 왜 백광현을 선택했을까

최근 여러 문제로 구설에 오른 방송국 MBC도 '드라마 왕국'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MBC 사극 불패신화를 만든 이병훈 PD와 '여명의 눈동자(1991)'를 만든 김종학 등 색깔있는 여러 연출자들이 대활약하였고 임충과 신봉승, 김수현을 비롯한 작가들도 그 시기에 MBC에서 이름을 떨치던 사람들입니다. 주제와 형식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드라마가 그때 제작되었는데 실험적 성격의 사이코 드라마, 수사극, 연대기 사극, 매주 한편씩 방영된 단막극들은 지금 봐도 놀라운 내용들이 참 많습니다. '드라마의 제왕'이 아니라 '드라마의 전설'이 80년대에 태어난 것입니다. 제가 그중에서 '마의'의 이병훈 PD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바로 '민중사극'을 흥행시킨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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