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마의

마의, 따돌림당하는 백광현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다

Shain 2012. 12. 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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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딜 가나 왕따와 집단 따돌림이 문제가 되곤 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성인대로 왕따 때문에 마음이 괴롭다고 호소합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네가 왕따당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들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도의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나쁜 짓을 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대개는 피해자가 남보다 약하기 때문에 또 눈에 보이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그걸 빌미로 괴롭히는 것입니다. '마의'의 주인공 백광현(조승우)이 혜민서에서 따돌림 당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실존인물 백광현은 처음부터 전의감 교수로 내의원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그가 마의였을 때 의생이 되어 혜민서에 입문했다면 드라마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법 합니다. 양반이든 천민이든 그 시대의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높은 집안 출신이라도 청상은 죽은 사람 취급을 받듯 임금의 병을 동물과 비교했다는 이유로 벌을 받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과 동물은 같은 생명이니 마의나 의원 모두 가치있는 일을 하는 셈인데 의관들은 동물을 다루던 백광현이 사람을 다룬다며 싫어합니다.


다르기 때문에 반발한다. 백광현이 포기하기전엔 그만두지 않을거란 윤태주의 지적은 정확하다.

왕따 현상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약육강식의 생존 본능이라고 합니다. 자기 보다 약한 존재가 있으면 자신은 안전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왕따시켜 스스로는 안전하다도 위안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백광현을 괴롭히는 마의 출신 이명환(손창민)을 보면 더욱 잘 드러납니다. 이명환은 백광현을 쫓아내기 위해 의관과 의생들의 파업을 유도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점잖게 입바른 소리를 하는 아들 이성하(이상우)에게는 '강자의 편에 서야 강자가 되고 약자의 편에 서면 약자가 된다'며 세상의 질서는 바뀌지 않는다 호통칩니다.

백광현은 종기를 다스리는 신기한 의술로 출세해 입지전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입니다. 현종과 인선왕후, 장렬왕후, 숙종을 치료해 점점 더 품계가 높아집니다. 극중에서는 현종(한상진)의 담석이 동물들에게 흔하지만 의서에는 적히지 않은 내용으로 실제로 동물을 해부하고 만져본 마의 출신 백광현 만이 알아볼 수 있는 질병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실제로도 백광현은 의서가 아닌 임상 실험을 통해 종기를 치료하는 방법을 익혔고 때로는 종기 치료가 과해 사람을 죽게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 백광현도 의서가 아닌 임상실험으로 의술을 익혀 다른 의관들과 방법이 달랐다.

어의 이명환이 수의 고주만(이순재)과 적대적인 관계인데다 임금을 살린 공이 고주만과 백광현에게 돌아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무슨 짓을 꾸밀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명환은 자신 역시 마의 출신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인물이지만 조선 사대부 질서에 편승해 이제 그들의 일원이 되자 당당히 마의 출신임을 밝히는 백광현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정성조(김창완)의 지시도 지시지만 자신이 마의였다는 비밀까지 알고 있는 고주만도 볼 때 마다 불편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친구를 왕따시킬 때처럼 나쁜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런 드라마 속 설정이 실제 기록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마의 백광현은 '신의(神醫)'라 불릴 정도로 놀라운 치료 능력에 천한 사람 귀한 사람 가리지 않고 누구든 열심히 치료해 많은 사람들에게 신망을 얻었다고 합니다. 돈을 밝히지도 않고 사람들에게도 늘 순박하고 조심스럽게 굴었다고 하니 사람이든 말이든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드라마 속 백광현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그런 백광현이 어느새인가 내의원 치종교수가 되고 왕족을 치료하며 품계가 점점 올라가더니 숙종 때(1691년)는 종 1품 숭록대부가 됩니다.

마의 출신이라 더욱 백광현을 용납할 수 없는 이명환. 자신을 천대하던 사람들의 일부가 된다.

숭록대부는 의관이 오를 수 있는 최고 지위로 의관 중 숭록대부에 오른 자는 허준과 백광현 둘 뿐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숭록대부는 일종의 명예직으로 실질적인 업무나 권한은 거의 없습니다. 승록대부가 되기 전에도 백광현의 공이 얼마나 컸던지 숙종은 백광현이 이미 어의이고 의관으로서 최고 지위라 더 이상 내릴 것이 없었습니다. 결국 숙종은 1684년에 '중비(中批)'를 통해 백광현을 포천 현감으로 임명합니다. 즉 다른 문반들처럼 과거 급제를 통하지 않고 임금의 명령을 받아 벼슬을 하게 된 것입니다.

백광현의 임금을 살린 공이 크므로 숙종의 이런 처사를 내버려둘만도 한데 사간원에서 반발합니다. 다른 양반들은 모두 과거를 통해 벼슬을 얻는데 아무리 합법적인 임명이라도 백광현이 벼슬을 하다니 내버려둘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중신들은 백광현이 미천한 출신인데다 글자를 알지 못한다며 거듭 반대합니다. 실제 백광현은 의서를 통해 의술을 익히지 않았고 그 부분이 약점이었던 것같습니다. 어의가 되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최고의 의관이고 왕의 목숨까지 살린 귀한 인물이었음에도 미천한 까막눈이란 꼬리표는 끝까지 따라다닌 것입니다.

의술로 일가를 이뤘지만 그의 신분만은 왕도 어쩔 수 없는 평생 굴레가 되었다.

천민 백광현이 어의가 되었다는 건 이미 면천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 그의 임명을 반대한 것은 양반층이 천민들의 신분상승을 아니꼽게 보았다는 뜻도 됩니다. 이성하의 말대로 신분을 바꿀 만큼 뛰어난 실력으로 백성들에겐 희망이 되었으나 기득권을 지키고 싶은 양반층들에겐 평생 신분의 굴레로 꼬투리잡혔던 것입니다. 혜민서에서 의생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의관들이 백광현 하나를 쫓아내기 위해 환자들을 버리고 파업하는 모습은 백광현이 의생이었다면 진짜로 겪고도 남았을 법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존 이병훈식 사극이 그래왔듯 고주만이 이명환의 음모로 위기에 처하게 되고 '대장금(2003)'의 정상궁(여운계)이나 한상궁(양미경)처럼 억울하게 죽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현종을 살려내도 백광현이 진짜 쫓겨나서 나중에 내의원에 다시 입문하게 될 수도 있구요. 뻔하다면 뻔한 천민 백광현의 성공이 더욱 와닿는 것은 현대에나 과거에나 변함없이 무시받는 일반 백성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또 언젠가는 이겨낼 수 있으리란 희망을 보기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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