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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요즘 '사극'이 역사를 벗어난 판타지가 되었다지만 각종 인터넷 뉴스나 시청자 의견을 볼 때 마다 '이건 좀 아니다'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 속 시대에 대한 몰이해가 드러난 기사가 검증없이 그대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고 시청자 쪽에서 역사에 익숙하지 않아 드라마 내용에 반발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 조선왕조에 '숙희공주'라는 작호를 받은 공주는 없으나 '마의'의 숙휘공주(김소은)를 '숙희'로 알고 있는 기자들이 다수이고 극중 강지녕(이요원)이 다시 관비가 되어야하는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사람들(링크 참고)도 많습니다.
예전에 포스팅(백광현처럼 바꿔치기해서 살아난 박팽년의 손자)했던대로 백광현(조승우)과 강지녕의 출생이 뒤바뀐 건 박팽년의 손자였던 실존인물 박비와 그 집안의 여종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것입니다. 사육신들의 집안이 도륙나고 여자들은 모두 관비가 되어야했던 그때 박팽년의 유일한 자손인 박비 만은 여종이 아이를 바꿔주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숨어살아야하는 박비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성종은 그의 신분을 신원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주인마님에게 내 딸과 박비를 바꾸자고 했던 여종과 박비를 대신해 관비가 되었던 여종의 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노비인 여종의 아들로 살던 박비가 박씨 가문의 유일한 자손이란 뜻인 '박일산'으로 이름을 바꾸고 후손없던 외가의 재산을 물려받아 양반으로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를 대신해 관비가 된 여종의 딸은 어떻게 살았는지는 전해지는 바가 없습니다. 박비를 기른 여종이야 어찌되었든 함께 살았으니 천해도 대접을 받았는지 몰라도 관비가 된 그 딸은 관아에서 고생끝에 죽었는지 신원이 되었는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요즘이야 어떻게 그렇게 은혜를 갚냐고 하겠으나 조선 시대는 노비를 재산으로 생각했고 노비가 주인을 위해 희생하는 걸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마의'의 백광현은 강지녕이 양주 관아로 끌려가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현종(한상진)이나 인선왕후(김혜선), 숙휘공주 모두가 백광현과 강지녕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가족처럼 귀하게 여기던 아이라 지녕을 구해주고 싶어도 도망노비의 자식인데다 이미 한번 관비로 등록되었고 또 양주 관아에서 화재를 일으킨 지녕을 면천할 방법이 없습니다. 조정대신들은 강씨 가문의 유일한 후사로 대접받으며 양반들과 같은 대접을 받았으니 오히려 지녕을 처벌해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천인이 양반행세를 하면 엄한 벌을 받던 시대의 질서가 그랬으니 언뜻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닙니다.
백광현의 양부인 도망 노비 백석구(박혁권)는 강도준(전노민)의 은혜를 갚기 위해 지녕과 광현을 바꿔치기했습니다. 그로 인해 강씨 가문의 유일한 적자가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 그 고마움을 생각해 지녕을 면천해주면 좋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현대인의 관점일 뿐이죠. 박비와 바꿔치기된 그 아이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는 것처럼 이제 지녕도 관아의 재산인 일개 관비에 불과합니다. 노비가 양인이 되는 방법은 나라에 공을 세워 면천이 되거나 첩으로 들인 후 대신 관비로 일할 사람을 들여 속량되는 방법이 있었으나 지녕은 양주 관아에 죄를 지은 상태라 그 마저 힘든 상황입니다.
과연 백광현은 자신의 은인이자 연인인 강지녕을 어떻게 구해낼까요. 백광현은 합당한 명분과 이유가 있으면 강지녕이 면천될 수 있다는 말에 좌포청의 일지를 뒤집니다. 노비 백석구가 나라에 공을 세운 것으로 인정되어 면천되면 그 후손까지 혜택을 볼 수 있으니 왕에게 부탁해 백석구의 공을 인정해달라할 셈인 것입니다. 극중 번침의 대가로 등장하는 의원 이형익(조덕현)은 인조(선우재덕)와 조소용(서현진)의 사주로 소현세자(정겨운)를 독살한 것으로 설정되었습니다. 백광현은 이형익의 시료일지와 당시 백석구를 잡아들이라 명한 좌포청의 기록, 백석구의 시신을 수습한 포청의 기록 등을 수집했습니다.
이형익은 번침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진척 백석구를 납치했고 백석구는 이형익의 살인장면을 모두 보게 됩니다. 무사히 탈출해 의원이 침으로 사람을 죽였노라 관아에 고변했지만 김자점(문태원)의 명령을 받은 관에선 오히려 백석구를 잡으려하고 덕분에 백석구는 아내(황영희)와 함께 도망노비 신세가 됩니다. 강도준의 공을 효종(최덕문)이 인정해 강씨 가문을 신원해주고 상을 내린 것처럼 백석구도 독살을 고변하고 강도준의 후손을 살린 공으로 면천해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 가문이 대대로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분제를 이용한 꼼수라면 꼼수지만 어쨌든 지녕이 관비가 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습니다.
이미 이 드라마는 역사가 아닌 판타지가 되어 연관짓기가 어색하긴 합니다만 백석구의 면천과 관련되어 실제 백광현에게도 유사한 일이 있긴 있었습니다. 숙종은 자신을 치료한 백광현의 업적을 치하하기 위해 많은 상을 내렸습니다. 오죽하면 벼슬을 내리다 못해 이미 죽은 백광현의 아버지 백철명에게도 벼슬을 내려 가문을 일으켜줍니다. 숙종 6년 백광현의 아버지 백철명에게 정2품 정헌대부와 한성부판윤 및 오위도총부 도총관의 직책을 추증했고 숙종 19년에는 백광현의 조부인 백인호와 증조부 백서룡에게도 벼슬을 추증합니다. 숙종은 백광현의 첩이 나은 자식을 면천해주기도 하는 등 신분상의 혜택을 말 그대로 퍼주었습니다.
한미한 중인 가문 출신의 '마의' 백광현이 어의로 성공하여 집안을 일으키고 외과술을 한단계 발전 시킨 이야기는 현대인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대단합니다. 신분 상의 제약도 외과술에 대한 편견도 모두 이겨낸 백광현입니다만 안타깝게도 그런 그가 조선 시대의 악습을 한번에 바꾸지는 못합니다. 다만 마의가 어의가 되었다는 입지전적인 성공신화는 후대 조선사회의 신분제를 뒤흔드는 롤모델이 여겨질 수는 있었겠지요. 씁쓸하지만 이 드라마는 백광현이 본래 '강광현'이었다는 출생의 비밀을 설정해 오히려 조선의 신분제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궁금한 것은 유일한 강씨 가문의 적자인 백광현이 어떻게 '강씨'를 포기할 것이냐 하는 부분입니다. 요즘도 나이많은 어른들은 아들이 없으면 제사는 누가 지내고 후사를 누가 잇느냐며 한숨을 쉽니다. 조선 시대에서 가문을 잇지 못함은 큰 불효에 해당했습니다. 이미 실존인물들인 왕족들 앞에서 절손한 집안의 후손임이 밝혀진 백광현이 지녕을 관비로 보내겠다고 난리치는 신하들 앞에서 '백광현'으로 살 수 있을까요. 덧붙여 소현세자의 죽음을 대놓고 독살로 만들어버렸네요.
잘 나가던 드라마가 마지막 부분에 와서 시대상을 깨트렸으니 안 그래도 드라마 내용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시청자들의 원성을 톡톡히 듣게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이병훈 사극의 마지막 엔딩처럼 이번에도 현실이나 역사 속 기록과 상관없는 동화스러운 엔딩, 허구적인 판타지로 가득찬 이야기로 마무리 될 것같단 예감이 강하게 드네요.
예전에 포스팅(백광현처럼 바꿔치기해서 살아난 박팽년의 손자)했던대로 백광현(조승우)과 강지녕의 출생이 뒤바뀐 건 박팽년의 손자였던 실존인물 박비와 그 집안의 여종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것입니다. 사육신들의 집안이 도륙나고 여자들은 모두 관비가 되어야했던 그때 박팽년의 유일한 자손인 박비 만은 여종이 아이를 바꿔주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숨어살아야하는 박비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성종은 그의 신분을 신원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주인마님에게 내 딸과 박비를 바꾸자고 했던 여종과 박비를 대신해 관비가 되었던 여종의 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숙휘공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비로 끌려가야하는 강지녕. 당시의 법으로는 방법이 없다.
'마의'의 백광현은 강지녕이 양주 관아로 끌려가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현종(한상진)이나 인선왕후(김혜선), 숙휘공주 모두가 백광현과 강지녕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가족처럼 귀하게 여기던 아이라 지녕을 구해주고 싶어도 도망노비의 자식인데다 이미 한번 관비로 등록되었고 또 양주 관아에서 화재를 일으킨 지녕을 면천할 방법이 없습니다. 조정대신들은 강씨 가문의 유일한 후사로 대접받으며 양반들과 같은 대접을 받았으니 오히려 지녕을 처벌해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천인이 양반행세를 하면 엄한 벌을 받던 시대의 질서가 그랬으니 언뜻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닙니다.
인선왕후와 현종은 지녕을 면천해주고 싶어도 국법을 어길 수 없노라 대답한다.
과연 백광현은 자신의 은인이자 연인인 강지녕을 어떻게 구해낼까요. 백광현은 합당한 명분과 이유가 있으면 강지녕이 면천될 수 있다는 말에 좌포청의 일지를 뒤집니다. 노비 백석구가 나라에 공을 세운 것으로 인정되어 면천되면 그 후손까지 혜택을 볼 수 있으니 왕에게 부탁해 백석구의 공을 인정해달라할 셈인 것입니다. 극중 번침의 대가로 등장하는 의원 이형익(조덕현)은 인조(선우재덕)와 조소용(서현진)의 사주로 소현세자(정겨운)를 독살한 것으로 설정되었습니다. 백광현은 이형익의 시료일지와 당시 백석구를 잡아들이라 명한 좌포청의 기록, 백석구의 시신을 수습한 포청의 기록 등을 수집했습니다.
백석구를 면천시키면 된다는 생각에 백석구에 대한 좌포청기록을 뒤지는 백광현.
이미 이 드라마는 역사가 아닌 판타지가 되어 연관짓기가 어색하긴 합니다만 백석구의 면천과 관련되어 실제 백광현에게도 유사한 일이 있긴 있었습니다. 숙종은 자신을 치료한 백광현의 업적을 치하하기 위해 많은 상을 내렸습니다. 오죽하면 벼슬을 내리다 못해 이미 죽은 백광현의 아버지 백철명에게도 벼슬을 내려 가문을 일으켜줍니다. 숙종 6년 백광현의 아버지 백철명에게 정2품 정헌대부와 한성부판윤 및 오위도총부 도총관의 직책을 추증했고 숙종 19년에는 백광현의 조부인 백인호와 증조부 백서룡에게도 벼슬을 추증합니다. 숙종은 백광현의 첩이 나은 자식을 면천해주기도 하는 등 신분상의 혜택을 말 그대로 퍼주었습니다.
이제 남은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 무관한 판타지 뿐이다. 백광현 어떻게 강씨를 포기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제일 궁금한 것은 유일한 강씨 가문의 적자인 백광현이 어떻게 '강씨'를 포기할 것이냐 하는 부분입니다. 요즘도 나이많은 어른들은 아들이 없으면 제사는 누가 지내고 후사를 누가 잇느냐며 한숨을 쉽니다. 조선 시대에서 가문을 잇지 못함은 큰 불효에 해당했습니다. 이미 실존인물들인 왕족들 앞에서 절손한 집안의 후손임이 밝혀진 백광현이 지녕을 관비로 보내겠다고 난리치는 신하들 앞에서 '백광현'으로 살 수 있을까요. 덧붙여 소현세자의 죽음을 대놓고 독살로 만들어버렸네요.
잘 나가던 드라마가 마지막 부분에 와서 시대상을 깨트렸으니 안 그래도 드라마 내용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시청자들의 원성을 톡톡히 듣게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이병훈 사극의 마지막 엔딩처럼 이번에도 현실이나 역사 속 기록과 상관없는 동화스러운 엔딩, 허구적인 판타지로 가득찬 이야기로 마무리 될 것같단 예감이 강하게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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