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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전에 50부작 드라마 '마의'가 1회 연장해 3월 26일 51회로 마무리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지난 달엔 작가가 몸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겨울 내내 촬영하느냐 배우와 스텝들의 고생이 많아 연장은 무리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1회 연장에 합의한 모양이더군요. 다른 드라마에 비해 등장인물들도 유난히 많은 드라마였고 아직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가 많아 남은 시간이 너무 짧지 않나 했지만 1회라도 연장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마의 백광현(조승우)이 한방외과술의 기적을 일궈내고 왕실 어의로 성공하는 기본 줄거리 말고도 이 드라마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제는 백광현의 치료를 거부하는 인선왕후(김혜선)와 인선왕후를 설득하기 위해 출생의 비밀을 터트리려는 강지녕(이요원)의 이야기가 방송되었습니다. 효숙왕대비만 치료하면 조선왕조실록이나 지사공유사 부경험방에 실린 백광현의 치료 기록은 거의 모두 드라마로 옮겨진 셈입니다. 실제로는 치종교수로 특채된 백광현이 오십이 다 된 나이에 인선왕후를 치료하면서 왕과 왕족을 치료하는 공을 세웠고 어의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지만 드라마는 순서를 달리했습니다. 숙종의 두창치료를 숙휘공주(김소은)의 두창 치료로 바꿔 연출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말하자면 실존인물 백광현에 대한 기록은 대비 치료만 성공하면 거의 다 묘사가 된 셈입니다. 물론 어의가 된 이후에 몇몇 왕족이나 조정 신료들을 치료하는 내용이 추가될 수도 있겠지만 백광현에 대한 기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아닐 것입니다. 이제야 말로 왜 백광현에게 강지녕과 이명환(손창민)이란 가상의 인물을 꾸며넣었으며 백광현이 말하는 인의가 무엇인지 또 의술은 어떤 것이어야하는지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마의'가 이병훈 PD의 은퇴작이라니 이 부분이 어쩌면 제작자가 말하고 싶은 핵심일 수도 있구요.
드라마 속에서 대비의 발제창으로 살 기회를 얻은 이명환은 침의가 아닌 탕의이기 때문에 큰 크기의 종기를 탕약 만으로 다스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명환은 어떻게든 대비가 호전된 것으로 보이기 위해 탕약에 몰래 앵속(양귀비)을 사용합니다. 마약 효과로 한결 몸이 가뿐해진 인선왕후는 차도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현종(한상진)도 그런 줄알고 기뻐합니다. 그러나 최형욱(윤진호)의 지적대로 세자 크기의 종기가 약으로 낫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인선왕후는 종기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와 그대로 두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실제 인선왕후의 발제창 치료는 내의원 의관들과 왕족들을 몹시 놀라게 한 엄청난 치료였다고 합니다. 머리에 난 종기 중에서도 발제창은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부위라 많은 사람들이 치료 자체를 꺼려했고 민간에서는 발제창이 생기면 관을 준비하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인선왕후는 되도록 종기를 찢는 시술을 받지 않으려 했지만 나중에는 종기 때문에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 오자 어쩔 수 없이 백광현에게 시술을 맡깁니다. 백광현은 커다른 거침을 이용해 무려 네치 즉 12센치 가량을 천(川)자형으로 찢어 종기의 뿌리를 제거합니다.
극중의 인선왕후는 외과술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아무리 천민 백광현에게 사람을 살리는 놀라운 재주가 있다고 한들 반드시 피를 봐야하는 외과술과 몸에 칼을 대야한다는 공포 그리고 신분에 대한 편협한 생각은 의술을 가로막는 큰 장애가 되었습니다. 인선왕후가 실존인물 보다 훨씬 못나고 고집스런 인물로 연출된 건 그 때문입니다. 담석으로 고생한 현종과 유옹치료를 받은 서은서(조보아), 탈저로 다리를 절단한 오태규(김호영)까지 그릇된 선입견을 이겨내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인선왕후는 말 그대로 외과술과 신분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기 위한 '최후의 관문'입니다.
이명환을 비롯한 백광현의 주변인물들은 백광현에게 '인의'의 길을 보여줍니다. 의원이 된다는 것은 의술을 배우고 깨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의원 이명환은 자신을 짓누르는 신분에 대한 압박과 소현세자(정겨운) 암살에 합류하라 강요하는 이형익(조덕현)과 김자점(문태원)의 위력을 이기지 못하고 친구 강도준(전노민)까지 죽게 만들었습니다. 타락한 이명환은 의원이 '생명'이 아닌 권력과 결탁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한눈에 보여줍니다. 만약 백광현이 쉽게 다른 사람의 압력에 굴복했다면 그 모습이 이명환과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형욱은 의원이 '사람'이 아닌 의술에만 집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준 사이코패스입니다. 사람을 살리려면 의술이 있어야 하고 그 의술이 의원의 기본인 것 같지만 '사람에 대한 마음'이 없는 의원은 단순히 광인에 불과합니다. 한편 강지녕은 의술을 누구를 위해 베풀어야하는지를 백광현에게 몸소 보여준 진정한 연인입니다.. 고주만(이순재)이 죽어 치종청이 없어지고 최명환이 특별시료청을 설치해 이익을 추구하자 지녕은 전재산을 털어 치종원을 만듭니다. 치종청과 약계로 몸소 대민의료정책을 실천하는 강지녕이야 말로 백광현이 나아갈 최후의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마리의 말로 인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소중한 연인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복수까지 포기할 수 있는 의원 백광현. 그는 처음부터 '의원'에게 중요한 것은 신분도 출신도 실력도 지위도 아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의술이 '어의'라는 명예로 완성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으로 짝지워졌던 백석구(박혁권)의 딸 강지녕. 치종원을 설립하고 그 누구 보다 고주만의 치종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지녕과 함께 백광현이 마지막으로 할 일은 아마도 백성을 치료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들의 아버지였던 백석구같은 불쌍한 백성들을 말입니다.
백광현에 대한 역사 기록 중 아직 극화되지 않은 내용이 하나 더 있긴 합니다. 직접 외과시술용 한방침을 개발하고 절개법까지 고안한 그는 의원으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현감으로 임명됩니다. 유학자들이야 지방 관리로서 정치적 역량을 시험하겠지만 의관 출신의 현감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마도 백성들을 치료하고 의료정책을 펴는 일일 것입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한 의원이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열심히 치료하는 내용이야 말로 '마의'의 끝마무리로 가장 어울리는 내용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제작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의술의 기본원칙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는 백광현의 치료를 거부하는 인선왕후(김혜선)와 인선왕후를 설득하기 위해 출생의 비밀을 터트리려는 강지녕(이요원)의 이야기가 방송되었습니다. 효숙왕대비만 치료하면 조선왕조실록이나 지사공유사 부경험방에 실린 백광현의 치료 기록은 거의 모두 드라마로 옮겨진 셈입니다. 실제로는 치종교수로 특채된 백광현이 오십이 다 된 나이에 인선왕후를 치료하면서 왕과 왕족을 치료하는 공을 세웠고 어의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지만 드라마는 순서를 달리했습니다. 숙종의 두창치료를 숙휘공주(김소은)의 두창 치료로 바꿔 연출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백광현의 치료를 완강히 거부하는 효숙왕대비. 백광현이 어의가 되기 위한 마지막 시술이 아닐까.
드라마 속에서 대비의 발제창으로 살 기회를 얻은 이명환은 침의가 아닌 탕의이기 때문에 큰 크기의 종기를 탕약 만으로 다스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명환은 어떻게든 대비가 호전된 것으로 보이기 위해 탕약에 몰래 앵속(양귀비)을 사용합니다. 마약 효과로 한결 몸이 가뿐해진 인선왕후는 차도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현종(한상진)도 그런 줄알고 기뻐합니다. 그러나 최형욱(윤진호)의 지적대로 세자 크기의 종기가 약으로 낫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인선왕후는 종기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와 그대로 두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명환은 앵속을 써서 현종과 대비를 속여넘긴다. 이미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이명환.
극중의 인선왕후는 외과술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아무리 천민 백광현에게 사람을 살리는 놀라운 재주가 있다고 한들 반드시 피를 봐야하는 외과술과 몸에 칼을 대야한다는 공포 그리고 신분에 대한 편협한 생각은 의술을 가로막는 큰 장애가 되었습니다. 인선왕후가 실존인물 보다 훨씬 못나고 고집스런 인물로 연출된 건 그 때문입니다. 담석으로 고생한 현종과 유옹치료를 받은 서은서(조보아), 탈저로 다리를 절단한 오태규(김호영)까지 그릇된 선입견을 이겨내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인선왕후는 말 그대로 외과술과 신분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기 위한 '최후의 관문'입니다.
외과술과 신분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찬 인선왕후. 강지녕이 무슨 말을 했길래 깜짝 놀랐을까.
최형욱은 의원이 '사람'이 아닌 의술에만 집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준 사이코패스입니다. 사람을 살리려면 의술이 있어야 하고 그 의술이 의원의 기본인 것 같지만 '사람에 대한 마음'이 없는 의원은 단순히 광인에 불과합니다. 한편 강지녕은 의술을 누구를 위해 베풀어야하는지를 백광현에게 몸소 보여준 진정한 연인입니다.. 고주만(이순재)이 죽어 치종청이 없어지고 최명환이 특별시료청을 설치해 이익을 추구하자 지녕은 전재산을 털어 치종원을 만듭니다. 치종청과 약계로 몸소 대민의료정책을 실천하는 강지녕이야 말로 백광현이 나아갈 최후의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아버지를 둔 강지녕과 백광현. 그들이 함께 할 일은 아버지같은 사람들을 살리는 일 아닐까.
백광현에 대한 역사 기록 중 아직 극화되지 않은 내용이 하나 더 있긴 합니다. 직접 외과시술용 한방침을 개발하고 절개법까지 고안한 그는 의원으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현감으로 임명됩니다. 유학자들이야 지방 관리로서 정치적 역량을 시험하겠지만 의관 출신의 현감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마도 백성들을 치료하고 의료정책을 펴는 일일 것입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한 의원이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열심히 치료하는 내용이야 말로 '마의'의 끝마무리로 가장 어울리는 내용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제작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의술의 기본원칙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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