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욕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 다시 백인기를 떼어놓으려는 나영

Shain 2011. 3. 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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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유승호)가 김영민(조민기)의 친아들이 아니고 인기(서우)가 자신의 친딸임이 밝혀져 재벌가의 모든 것을 거머쥘 기회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윤나영(신은경)은 두 아이의 엄마 자리로 돌아가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나영의 야망이 불타오를 기회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민재가 영민의 친아들임을 알게 된 나영은 두 아이에게 다시 자신의 욕망을 요구하는 뻔뻔한 여자로 돌아왔습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엄마의 태도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친딸과 결혼해야할 남자가 남편의 혈연이라는 것과 남편의 혈연이 아니라는 건 큰 차이가 있는 문제입니다. 비록 유산했지만 영민과의 사이에 아이도 가졌던 나영으로 인해 두 아이는 분명 남매 간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SBS 하늘이시여'의 한혜숙처럼 의붓아들과 친딸을 손쉽게 결혼시키기는 힘든 일입니다. 다시 민재가 나영의 일순위가 되고 인기의 마음 따위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극중 민재 역을 맡은 배우 유승호는 아직 미성년자로 부모에 비해 순수하고 여린 감정을 표현하기 적합하지만 직접 소주를 마신다거나 백인기와의 러브신을 찍는 장면을 소화하거나 연기하기엔 제한이 있는 나이입니다. 아버지와의 의사소통을 거부하기 위해 술마시길 거부하는 장면은 효과적이지만 실제 연기자의 연령을 생각하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저것이 배우의 한계로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MBC 욕망의 불꽃'엔 연기력이 뛰어난 중견 배우가 대거 포진해 있어 극중 젊은 배우들의 역량을 지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20년 이상 드라마에 출연한 베테랑들 사이에서 서우와 유승호의 부족함은 당연히 드러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면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이 맡은 사랑에 죽고 사는 역할의 풋풋함이 드러나자면 능숙한 느낌 보다는 지금의 낯선 느낌이 적절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욕망의 속성

최근 대서양 그룹의 회장, 김영대 역을 하고 있는 배우 김병기를 보면 과거에 방송되었던 'KBS 지금 평양에선'이란 드라마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북쪽의 독재자 역할로 남다른 캐릭터를 선보였던 김병기는 그 뒤에도 '고개숙인 남자'에서 탤렌트 양미경을 평생 동안 뒤쫓는 무서운 깡패을 맡는 등 거친 느낌의 배우로 활약하게 됩니다. 지금도 권력자의 자리에서 여자와 음주가무를 즐기는가 하면 아버지의 비리를 검찰에 제보하는 타락한 재벌가 큰 아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그가 맡은 김영대의 역할이 그의 출세작인 김정일 역할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독재자인 김태진(이순재) 회장의 막강한 권력, 돈으로 일궈진 그의 왕국은 후계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재벌이란 큰 틀을 갖추었으면 그 후계를 고민해야하는 건 당연한데 김태진은 자신이 자식 농사를 잘못 지었다며 한대 건너 민재에게 모든 걸 물려주려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삐뚤어진 욕망이 모든 자식들을 갈등하고 막나가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지만 태진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합니다.

재벌 회장의 원대한 야심, 그리고 위대한 포부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김태진이 가진 욕망의 근원은 재물에 대한 욕심에서 한차원 발전한 '명예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돈은 벌만큼 벌었고 이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후세에까지 이어질 자신의 기업, 자신의 왕국을 튼튼하게 만들어 먼 미래에까지 생명력을 가진 재벌 1세로 기억되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마음은 영원히 살아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싶은 생명에 대한 욕심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영민 부부는 나영과 백인기가 친 모녀 간이란 비밀을 알게 되면 민재가 미치고 말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재를 재벌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는 태진은 그 정도는 이길 수 있어야 한다며 두 사람 사이의 비밀을 폭로하고 싶어합니다. 태진의 욕망은 자식들의 인생을 자신의 힘으로 좌우하려 듭니다. 한 사업가의 위대한 백년지대계는 어쩌면 민재가 연인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욕망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직 젊은 태진의 세 아들 부부들은 미래에 대한 관점 보다는 재벌로서 돈과 권력을 움켜쥐고 싶은 욕망이 먼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의 말도 안되는 심술에 종종 흔들리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무섭기도 하지만 먼곳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 보다 보는 시야가 짧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껍데기만 부부인데다 괴물이라고 생각해왔던 자신의 가족, 나영을 버릴 수 없다고 말하는 영민에게 태진이 몰래 흐뭇하게 웃음짓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자신을 넘어설 거란 생각에 기특하다 싶었던 것입니다.

대서양 그룹에 대한 태진의 욕망, 후계를 향한 세 아들 부부의 집념, 백인기를 얻고 싶은 민재의 사랑, 친엄마와 사랑하는 연인 그 어느 한쪽도 놓치고 싶지 않은 백인기의 사랑, 윤나영의 운명을 두고 그 욕망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주주 총회가 끝나면 그들의 어느 한쪽의 집념도 사그라들고 말겠지요. 백인기의 말처럼 누구 한쪽이 죽기 전에 그 다툼은 마무리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백인기와 김민재 맺어질 수 있나

드디어 '욕망의 불꽃'은 50부작의 이야기의 첫부분으로 돌아왔습니다. 윤나영이 어떻게 자신의 친딸을 버리게 됐으며 왜 자신의 아들 민재에게 인기를 '창녀'라고 부르며 필사적으로 막아섰는지 단순히 그 이유가 여배우와 결혼하려는 아들을 막기 위해서는 아니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영과 영민 두 사람이 재벌가의 부부로 살기 위해서는 두 아이의 결합을 반대할 필요학 있었던 것입니다.

한때 두 아이를 위해 아내의 자리를 포기하고 멀리 떠나고 싶어했던 나영, 자신의 친엄마에게 잠시나마 따뜻함을 느꼈던 백인기는 자신들의 결혼을 허락한 부부와 민재를 위해 유전자 검사를 다시 하라 조언했지만 오히려 나영에게는 큰 배신감을 느껴야했습니다. 민재가 친아들인 이상 나영도 영민도 자신의 욕심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백인기는 영식(김승현)의 타겟이 되어 후계자 싸움에 짐이 될 뿐입니다.


이미 자신의 딸이란 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백인기, 모든 걸 감추고 두 아이의 결혼을 허락하면 안될까 싶기도 하지만, 민재와 결혼할 뻔 했던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상 동생과 결혼할뻔 했다는 추문은 또다른 상처가 될 것이 뻔합니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다는 건 말로만 가능한 일입니다. 욕망으로 인해 자신의 딸을 또다시 인정하지 않는 나영은 야망을 대신해 딸을 희생시켜야할 지도 모릅니다.

나영에게 웨딩드레스를 입고 내가 예쁘지 않냐고 묻는 백인기의 슬픔, 재원이라는 친아버지가 준 이름도 혜진이라는 이모가 준 이름도 모두 버리고 이제는 친어머니에 의해 '섹스 비디오'가 유출된 불행한 여배우, 극단적인 자살을 시도한 그녀는 살아갈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꽤 극적인 전개를 해온 드라마지만 처음 서우의 출연이 알려졌을 때 유승호와 부부 역할을 하게 된다고 했던 기사가 떠오릅니다. 결혼을 허락받을 수도 있겠지만 두 아이 모두 죽어버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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