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근초고왕

근초고왕, 여왕 소서노를 닮은 왕후 홍란

Shain 2011. 3. 2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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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근초고왕'에서 제일 아쉬운 점 중 하나는 등장인물 중에 제 몫을 하는 '여전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삼국 초기까지만 해도 조선시대처럼 여성 영웅이 탄생하기 힘든 환경이 아니었고 백제를 건국한 소서노도 고구려 건국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도 모자라 아들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백제를 세운 여걸이었습니다. 일전에도 포스팅한 대로 일각에서는 이 소서노가 실제 백제의 초대 왕, 여왕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극중 근초고왕의 제 1왕후이자 위례궁의 공주, 계왕의 딸인 부여화(김지수)는 똑똑하고 아름다워 소서노의 현신이라 불리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보다는 남에 의해 좌우되는 불행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버지 계왕(한진희)로 인해 고구려왕 사유(이종원)와 정략혼을 했고 해건(이지훈)의 음모로 진씨 일문을 더욱 증오하게 되었습니다. 고구려왕을 거부하고 백제로 돌아온 부여화이지만 그녀에 대한 느낌은 여장부라기 보다 가련하다는 쪽입니다.



아기를 죽이란 흑강공(서인석)의 명이 떨어지자 위례궁으로 피신한 부여화는 부여찬(이종수)와 부여산(김태훈), 그리고 부여민(안신우)와 부여민(황동주)의 계획을 알게 되지만 자신 역시 반란이 끝날 때까지 방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부여몽과 할아버지를 지켜달라는 근초고왕(감우성)의 부탁이 떠올라 문을 부수는 등 최선을 다해보지만 상황은 이미 되돌이킬 수 없고 위례궁 출신 공주의 한계를 절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단범회 출신으로 당당히 전투에 참여하던 여전사 위홍란(이세은)은 만삭의 몸으로 지붕에 올라 난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활을 쏘아댑니다. 부여구에게 증오를 품고 있는 부여찬은 그런 그녀의 배를 걷어차고 옥에 가두는 등 위홍란의 아이를 위험하게 만듭니다. 진승(안재모)과 진정(김효원), 흑강공을 멀리 피신시키고 부여몽과 함께 인질이 된 그녀야 말로 활로 주몽을 돕던 소서노의 현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방영된 장면들 중 가장 시원한 홍란의 활쏘기

최근 드라마 '근초고왕'은 궁중 암투에 많은 부분 이야기가 할당되어 답답하다는 평가를 자주 받아왔습니다. 남성적인 사극의 장점인 전투신이나 정책 대결 보다는 여인들의 갈등이 중심이 되어 문제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았죠. 그러나 '왕자들의 난'에서 지붕에 올라 손수 활을 들고 대적하는 홍란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근래 방송된 내용 중에서 가장 화끈하고 보기 좋았다는 의견에 동감합니다.

'근초고왕' 첫회에서 소서노(정애리)는 주몽과 대등하게 전장에서 싸우며 주몽을 몰래 죽이려 하는 적군을 자신의 활로 제압했습니다. 근접 전투에 약한 여성 전사에게 활은 가장 유용하고 멋진 무기인가 봅니다. 자신의 졸본 백성들과 주몽의 지지자들로 고구려를 세운 그들 부부는 주몽의 아들 유리의 등장으로 갈라서고 맙니다. 함께 전쟁하며 고생한 자신의 아들이 친아들 보다 대접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위홍란은 요서에서 직접 전투하며 근초고왕을 보좌한 여성으로 위비랑(정웅인), 두고(정흥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단범회 부회주입니다. 홍란의 눈에는 술지게미와 겨를 함께 먹은 아내, 조강지처인 위홍란을 두고 부여화를 제 1왕후에 세운 근초고왕이 주몽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기에 칠삭동이로 태어나 고국원왕 사유(이종원)의 아들이란 놀림을 받고 있는 부여화의 아들까지 자신의 아들 보다 따뜻하게 거두면 홍란은 분노를 참지 못할 것입니다.


최근 시청자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내용은 부여화, 위홍란 둘 중 누가 근구수왕의 어머니이냐 하는 점입니다. 근초고왕의 장자로 위례궁과의 화합을 상징하는 부여화의 아이가 사유의 목을 밴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심장한 결말이 될 것이고 괄괄하고 남편을 잘 보조할 줄 아는 전사이자 부여 출신 공주, 진씨가의 딸인 위홍란의 아이가 근수구왕이 된다면 예맥족의 통합을 상징하는 것이니 그또한 보기 좋을 것입니다.

어제의 활쏘기 장면에서 상대적으로 홍란에 비해 맥없는 행동을 보여준 부여화, 비록 그녀가 근초고왕을 살리기 위해 대신 화살을 맞았던 의연한 여인일지라도 능동적으로 반란에 맞서는 위홍란 보다는 약해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두 어머니 중 차기 어라하의 모후가 될 사람은 홍란 쪽으로 많은 무게가 기울게 될 것 같습니다. 소서노의 첫인상이 워낙 강렬했으니까요.


홍란의 아이, 근구수왕이 될까

위례궁 두 왕자와 부여찬 형제들의 반란으로 홍란은 만삭의 몸으로 목숨이 위험해집니다. 오빠 위비랑이 알았다면 펄쩍 뛸 일이지만 오빠도 두고도 아지카이(이인)도 모두 요서에 있습니다. 흑강공 사훌은 왕위를 이양하라는 왕자들의 강요로 성에서 몸을 던져 자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극중 설정에 의하면 사반왕의 동생인 흑강공이 비류왕(윤승원) 재위 40여년을 살고도 근초고왕의 즉위까지 본 것이니 상당한 고령이란 뜻입니다.

노구를 이끌고 살아나기 힘든 흑강공, 소금장수로 요서에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준 국태공은 그렇게 숨을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함께 달아나던 진승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말에서 떨어져 운신이 힘들어진 흑강공은 끝까지 백제의 앞날을 걱정하며 스스로를 희생합니다. 문제는 부여구의 동생인 부여몽과 홍란이 가진 아이의 생사입니다. 부여찬 형제들 때문에 한때 부여구를 배신해야했던 가여운 아이 부여몽이 홍란을 위해 죽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백제의 후계자가 될 지도 모르는 만삭의 몸으로 홀로 도망칠 수 없었지만 반란이 일어났을 때 최선을 다해 반란을 진압한 홍란은 근초고왕의 일등공신이자 최고의 신하입니다. 홍란은 더더욱 그 대가를 아이를 통해 받으려 들 것입니다. '삼왕자의 난'이라 명명한 것으로 보아 부여찬, 부여산 두 형제가 죽고 위례궁의 부여민이 죽음을 맞을 것으로 보이니 진씨는 더욱 득의양양해 홍란의 배경이 되어주겠죠.

만약 홍란의 아이가 죽지 않고 이 위기를 이겨낸다면 이로 인해 안그래도 칠삭동이로 태어난 위례궁 부여화의 아이는 점점 더 입지가 좁아지고 지지 기반도 약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역경을 이겨내고 후계자의 자리를 꿰어찰 수도 있겠지만 세력의 판도가 이대로 흘러간다면 일부 시청자들의 주장대로 홍란의 아이가 근구수왕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 되겠네요.

* 이 글은 KBS 근초고왕 홈페이지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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