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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신문 기사들 중 가장 황당하면서도 뒷목이 뻐끈해지는 기사가 두 건있는데 그 중 하나는 맷값 폭행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야구방망이 재벌 최철원, 그에게 맞은 피해자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기사입니다. 두번째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중 4일 동안 4명이 죽고 올해 들어서는 11명이 사망했다는데도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일부러 목숨을 끊어 화제가 됐는데 공사 현장에서는 '속도전'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간 것입니다.

정부기관에서 실시하는 사업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로 인해 세금이 증가하고 현대사회의 양반이 사람을 팬 것도 모자라서 피해자를 고소하는 이 현실이 드라마 '짝패'에서 분노하는 백성들의 슬픔과 그닥 다르지 않습니다. 집행유예는 사실상 무죄와 마찬가지입니다. 그 상황을 돈주고 합의했다고 해석한 것도 황당한데 언론엔 공개되지도 않은채 쥐도새도 모르게 피해자를 지난달 불구속 기소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포도청에서 강포수를 무사히 구출해낸 귀동과 천둥. 포도청은 발칵 뒤집힌다.

듣기만 해도 안타까운 피해자들, 사망자들의 사연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동안 입맛이 쓰다가도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게 마련입니다. 그러게 자기 한몸 살기도 바쁜 이 세상에 대기업이 권력을 휘두르면 고소하고 항의할 것 없이 그냥 당해주면 될 것을 뭐하러 계란으로 바위를 쳤냐며 힐난하기도 합니다.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며 억울함에 대처하는 불변의 처세술을 강변하기도 합니다.

극중 황노인(임현식)이 자신의 이종사촌 강포수(권오중)가 죽어간다는데 소실들일 궁리나 하는 것처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듯 모른체하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꿈', 즉 재벌이 되는 판타지를 조금씩 가지고 살아갑니다. 로또만 잘 당첨된다면 '마이더스'나 '로열패밀리'의 더러운 가족들이 내 이야기가 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관아에 잡혀가는 불쌍한 사람들이 내가 아니면 그만입니다.



자신의 마음 조차 속이는 동녀의 진심

동녀(한지혜)가 속물이라 비난하는 글을 자주 봅니다만 저는 동녀에게서 현대인들의 얼굴을 보곤 합니다. 동냥질이나 하고 다니던 신분이 천한 천둥(천정명)의 사랑은 받아줄 수 없다는 태도의 동녀는 그럼에도 천둥이 자신을 떠나는 것은 한사코 거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버지 성초시(강신일)를 닮아 인정많고 경우바르고 대담한 아가씨였지만 아버지가 죽고 기생이 될뻔한 이후에는 장사치로서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편협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보여주는 표정으로 보아 동녀가 완전히 천둥에게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돌봐준 천둥에게 일말의 정이 있습니다. 계속 해서 마음 속으로 귀동(이상윤)을 사랑한다며 애태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천둥이 없는 상황은 상상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천둥이 위험할 것 같으면 걱정하고 모진 소리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분명 천둥과 귀동은 동녀에게 다른 무게를 가진 존재들입니다. 그렇지만 절대 신분의 벽은 넘을 수 없다며 자신의 본심을 거부하는 동녀입니다.

속물스런 동녀의 태도 때문에 갈등하는 천둥

예고편에서 동녀에게 참다참다 한마디를 퍼붓는 천둥의 말처럼 기녀로 고생을 해봤어야 양반에 대한 혐오를 깨닫게 되었을지 그것도 아니면 천둥에 대한 응석과 어리광이 지나쳐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분명 자신의 신분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돈과 신분, 기생이 되어 어린 애기 기생들에게 얻어맞으며 그녀가 몸소 배운 세상의 질서는 돈과 신분이 남들 보다 위에 있어야 대접받는다는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입안이 쓴 최철원 맷값 사건의 뒷 이야기. 평범한 민중이 그들을 단죄하거나 징치할 방법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일까요. 재벌 2세가 흉기를 휘두르며 자기 집 머슴 멍석말이하듯 사람들 앞에서 두들겨 팼는데 피해자가 재벌집 자식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다면 지금처럼 기소당하는 처지가 되었을 리 만무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이념이고 나발이고 동녀나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나라의 질서는 '돈과 신분'이 최고의 가치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양반 출신이지만 돈한푼 없어 무시받는 조선달과 전임현감

억지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도망가는 삶을 살아야했던 막순(윤유선)의 악행도 다르지 않습니다. 조선달(정찬)에 대한 막순의 애정은 이참봉댁의 마님이 되어 돈을 가질 기회가 생기자 구름 흩어지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녀는 노비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양반'의 핏줄과 이름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이참봉을 사랑할 리도 없고 조선달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도 아닙니다. 사람의 정은 쇠돌(정인기)에게 찾고 자신의 욕망은 다른 '양반'들에게서 찾는 것입니다.

사람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강포수처럼 총과 칼을 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며 대항하는 방식, 막순이나 동녀처럼 처음부터 약자였기에 그 신분에 합류하여 그들의 일부가 되려하는 방식, 천둥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양쪽 모두에게 동조하는 방식. 귀동이나 김진사(최종환)처럼 처음부터 자신들의 세상이었고 그를 수성하고 '인심'을 쓰는 계층이 아닌 이상 비겁하든 용감하든 운명을 선택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죽어가는 강포수가 아래적을 천둥에게

동녀가 그렇듯 속물스런 잣대로 신분을 평가함에 마음을 다치고 짝패 귀동과의 우정도 약간씩 흔들리고 이제 세상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천둥은 곧 자신들과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을 떠나 야인이 될 것 같습니다. 아래적 속으로 들어간 천둥의 운명은 점점 더 동녀와는 멀어질 것이고 귀동과는 어긋날 것인데 동녀가 뒤늦게 천둥에 대한 마음을 깨닫는다 해도 점점 더 멀어지는 사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달이(서현진)가 아래적임을 알고 있는 귀동은 다시 강포수를 만날 땐 절대 그냥 두지 않겠노라 선언했습니다. 사람들의 예상대로 강포수는 이대로 목숨을 잃을 지도 모릅니다. 민둥이(송경철)도 도둑 장꼭지(이문식)도 거지패의 껄떡(정경호)도 모두모두 아래적으로 돌아섰지만 관군에 대항하는 그들에겐 목숨을 건 싸움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천둥이 아래적으로 돌아서기까지 정말 긴 시간을 뜸들이고 숨고르기를 해왔습니다.

강포수는 곧 목숨을 잃을 듯하다

사람들 마음 속엔 어느 정도 편하고 둥글게 탁류에 부합해 세상을 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극중 동녀의 하인 만덕이처럼 강포수같은 의인을 돌보면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사회 가장 밑바닥층에 속하는 장꼭지와 껄떡이가 느끼는 그 기쁨도 마찬가지의 감정이겠지요. 편안한 앞길과 고생 뿐인 앞길을 두고 선택하라 했을 때 쉽게 결정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동녀같은 속물이 아니라도 절대 쉽지 않을 결정입니다. 허균이 말한대로 사회가 두려워해야할 호민, 그 호민이 일어서는 과정은 그래서 흥미진진합니다.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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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octorcall.tistory.com BlogIcon 닥터콜
    2011.04.20 10:30 신고

    이런식으로 생각해볼수도 있겠군요. 항상 심도 깊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2. 하나비
    2011.04.20 10:46

    잘보고갑니다 ..
    행복한 하루되세요 ^ㅎ^

  3. Favicon of http://azmicx.tistory.com BlogIcon 믹스라임
    2011.04.20 12:06

    shain님은 저랑 보는 드라마가 거의 겹쳐요 ㅋㄷ 어제방송도 재밌게봤는데 이렇게 다른 시각에서 볼수도 있군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4. Favicon of https://sosolife.tistory.com BlogIcon 유쾌한상상
    2011.04.20 15:55 신고

    동녀가 속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만...ㅎㅎㅎ
    신분때문에 사람의 근본도 다르다는 시각은 그 시대의 아픔일 겁니다.
    아니면....여자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고;;;;;
    ^^

  5.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4.21 20:55

    맞아요 세상의 질서란 돈과 신분이 남들보다 위에 있어야 대접 받는 사실...
    그게 참 씁쓸하면서도..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