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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형이 저지른 일은 아닙니다만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복부인 장영자의 '물방울 다이아'에 얽힌 수사관 이야기, 경찰을 아랫 사람 다루듯 하고 도난 현장인 자신의 집에는 함부로 발도 못 들여놓게 한 장영자의 다이아 사건 만 봐도 이해가 갑니다. 이렇듯 '대도' 조세형이 훔치고 다닌 물건들은 냄새나는 부자들의 장물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훔치긴 훔쳤는데 선뜻 주인이라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는데 글쎄요. 어떻게 모은 돈인지 몰라도 상당히 아까웠을 것 같습니다.
아래적이 되기로 마음먹은 천둥과 아래적을 잡겠다는 귀동,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비밀이 생겼다.
물론 그를 의적이라 부른 사람들도 조세형이 그냥 도둑인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은 돈으로 몰래 보석이나 명품을 사들여 집안에 숨겨둔 나라의 '큰 도둑'들은 보호받고 그들의 재물을 훔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그 현실을 조롱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82년에서 83년 사이에 권력자들은 부동산 투기와 뇌물로 상상할 수 없는 재물을 쌓았습니다. 실세들의 부정부패가 더럽다는 말로 표현이 안되었는데 사회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국민들을 '삼청교육대'에 잡아넣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조세형은 나이가 들어 평범한 '전과범'에 불과합니다. 2000년대 초반엔 일본에서 범죄를 벌이다 실형을 살기도 했고, 작년에는 장물을 취급한 혐의로 잡혀들어갔습니다. 개발도상국이던 한국에서 보석을 소유하고 자랑할 수 있었던 사람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도둑이다는 메시지, 조세형은 그 어려운 시대의 아이콘같은 인물이었습니다(장영자의 다이아와 조세형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은 네이버 캐스트 1, 네이버 캐스트 2를 읽어보세요 - 흥미진진합니다).
아래적 두령이 되려는 천둥의 작전
드라마 속 장면이지만 공포교(공형진)가 왕두령(이기영)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하게 존대하는 장면은 어쩐지 짜증이 나면서도 현실적이라 볼 때 마다 불편합니다. 가난하고 몸 불편한 거지들도 동냥한 걸 나눠먹을 줄 아는데 포교 씩이나 된다는 자가 잡혀온 백성들은 푼돈을 뜯으며 두들겨 패고 시정잡배, 깡패에게는 가마를 타고 포도청에 들어와도 용납을 해줍니다. 정 3품 이상의 당상관 만이 탈 수 있다 귀동(이상윤)이 지적해도 봐주라며 애원하는게 공포교의 성정입니다.
'의적'들이 도둑임에도 백성들의 호응을 얻고 전설처럼 널리 퍼져나가는 건 안동 김씨나 현감(김명수)같은 양반네의 직무유기, 현대의 경찰에 해당하는 포도청이나 의금부 사람들의 무능과 게으름이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의적'들을 잡으려 한 이유는 도둑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기득권과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부정부패로 돈 깨나 가진 양반이 도둑에게 털려 속상해 한다더라, 수탈당하는 백성들에게 그런 것 만큼 '깨소금'인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경찰과 깡패의 관계, 공포교와 왕두령.
그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이미 죽어버린 '의적'들이 되살아나는 일도 벌어집니다. 전국에서 홍길동이나 장길산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아 장길산이 이미 잡혔음에도 잡힌 사람은 '가짜'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 말이 정말인듯 다른 지방에서 장길산이 나타났단 소문이 돌았습니다. 극중 동녀(한지혜)가 총을 들고 현감과 삼월(이지수)을 찾아가 자신이 '아래적'이라 한 것처럼 도둑의 대명사가 되어 점점 더 소문이 퍼지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래적 두령이 되려 준비하는 천둥과 죽어가는 강포수
강포수는 천둥(천정명)에게 아래적의 두령을 인수인계하고 아래패의 패두들은 천둥이 아래적의 두령이 될만한 인물인지 한번 만나보고자 합니다. 그들의 반발 분위기를 읽은 천둥은 왕두령을 죽일 작전을 꾀합니다. 두령으로 인정받기 위한 첫번째 과제인 셈입니다. 동녀에게도 모질게 상단을 꾸려 떠나겠다 선언했고 김진사(최종환), 귀동, 막순(윤유선), 쇠돌(정인기), 황노인(임현식) 모두에게 한동안 멀리 가겠다 했으니 그는 이제 조선 내에는 없는 사람입니다. 모든 위장이 끝나고 다시 부활할 아래적의 두령, 강포수의 뒤를 이을 죽지 않는 전설의 탄생입니다.
서민 연기 1인자 김인문씨 별세
드라마 '짝패'를 집필한 김운경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가 '옥이이모'입니다. 그 '옥이이모'의 출연진 중 한명이 어제 별세하신 김인문이었습니다. 서민 드라마 대표 작가 김운경과 서민 연기의 1인자 김인문, 2007년에는 영화 '재클린의 추억'에 출연해 틀니를 끼우는 연기를 하기 위해 생니를 8개 뽑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던 김인문은 '짝패'에 출연 중인 장꼭지 역의 이문식 만큼이나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의 서민적인 연기는 지금도 묘사하는 개그맨이 많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기곤 했습니다.
암투병 중에 작고하셨다는 김인문, 최근 재벌 이야기로 실종된 서민 이야기가 없어 그의 활약 무대도 많은 부분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드라마 '첫사랑'에서 어눌하고 어리숙한 아이들 아버지로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이는가 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고집센 할아버지처럼 그렇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노인의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서민들은 재벌 이야기에 대리만족을 하고 현실을 잊는 것 같지만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 심금을 울리는 사람들은 이런 연기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인의 유작이 된 '독짓는 늙은이'와 평범한 가장을 잘 표현한 영화 '수탉(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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