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짝패

문성근이 말하는 짝패 '김운경 작가의 힘'

Shain 2011. 4. 2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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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가입해놓고도 자주 하지 못하다 보니 유명인사들의 트위터는 더욱 잘 못 읽게 됩니다. 종종 들러 읽으며 웃기도 하고 감동받기도 하지만 확실히 은근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트위터의 재미를 톡톡히 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여튼 간만에 들리면 재미있는 글귀 때문에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하네요.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란 게 때로는 부정적이고 때로는 긍정적입니다만 열심히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옮겨둔 것이리라 생각해 봅니다.

오늘 아침 영화배우 '문성근'의 트위터를 보다보니 뜻밖에 '짝패'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최근 '백만민란'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문성근은 안그래도 종종 일상 생활을 전하는 중간중간 TV 매체와 김연아 등에 대한 트위팅을 올리곤 합니다. '장자연 사건'에 대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배우가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별스러운 일은 아닙니다만 꾸준히 정치권과 연기 생활을 병행하는 분들이 드물다 보니 그의 행보가 많이 도드라지곤 합니다.


위의 트위팅을 한 문성근은 이 드라마 작가인 김운경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몇몇 인터뷰에서 김운경 작가의 권유로 등산을 시작했노라 적기도 했고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서명자 명단'에도 방송작가 김운경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드라마 '서울의 달' 속 홍식(한석규)의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문성근, 명계남 등의 지지를 받던 대통령이던 그가 추구하는 '드라마'의 경향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TV 안에서 서민은 실종되거나 루저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제작비 지원을 받기 위해 PPL를 받다 보니(짝패도 사실 PPL을 일부 받고 있긴 합니다) 재벌이 등장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간만에 방영되는 착한 드라마라는 '내 마음이 들리니' 조차 엄청난 PPL이 눈에 띌 정도인데 다른 재벌 이야기들에서 서민이 실종되고 왜곡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대중 문화의 중심이 되고 주최가 되어야할 서민들이 TV에서 사라진 건 아쉬움을 넘어서 심각하게 생각할 일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악역이면서도 어리석어 불쌍하기까지 한 현감


전에도 몇번 '짝패'의 작가 김운경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지만 '미드' 타입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그닥 그의 이야기에 호응하거나 반색하지 않습니다. '무공해 드라마'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자극적인 설정을 싫어하고(드라마 짝패가 제가 기억하는 한 김작가의 드라마 중에서는 가장 과격한 액션 같네요), 드라마에 진정한 '나쁜 놈'이 없는데다 주인공 이야기도 좋지만 주인공의 주변을 채우는 조연들을 꼼꼼하게 배치하길 좋아하는 그의 드라마는 무엇 보다 서민들의 정신, 그 맥을 잘 짚어낸다는데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이 작가가 '드라마'를 쓰는 철학이 오로지 '극적 재미'에만 있지 않다는 건 많은 부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주인공 보다 부각되곤 하는 서민 캐릭터의 열연이나 듣는 순간 웃음이 터져나오는, 혹은 눈물이 날 것같은 깨알같은 대사, 무엇 보다 세상의 모든 권력은 다스리고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백성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믿는 작가의 생각. 어제 타계하신 김인문이 서민 연기의 제 일인자라면, 서민 드라마 작가의 제 일인자는 단연 김운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민중'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고 하던데 '짝패'로 민중사극의 소망을 이룬 셈이라 하겠습니다.


짝패 주인공들의 운명을 뒤바꾼 악당이지만 가련한 팔자의 막순


작가의 인터뷰 중에 흥미로운 글이 있습니다. 학살자가 등장하는 영화, 악랄한 인간이 나오는 건 아무리 잘 만든 영화도 보기가 싫다는 작가. 그는 "난 악인이 코믹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자기가 나쁜 걸 저토록 모를 수 있나, 좋은 소리 들을 수도 있는데 왜 그걸 못해서 저렇게 욕 먹고 살까. 뭘 몰라서 악한 거 같다"며 자신의 드라마에 '나쁜 놈'이 없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김운경 작가의 철학은 최근 유행하는 '막장드라마'와는 절대 맞지 않는가 봅니다.

문성근이 트위터에 올려준 대사 저도 참 감동적이라 생각하며 봤습니다. 주연도 아니고 영웅도 아닌데 엉덩이에 덴 자국이 있다는 색스러운 '덴년'이 어쩌면 그리 곱상하고 호감이 가는 지 대사 한마디한마디를 보며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영어와 '패'라는 단어가 결합해 생겼다는 '깡패'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 전 쓰였던 원말인 왈자패라는 단어도 소매치기란 단어 대신 쓰인 '까막뒤짐'같은 말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저 미련스런 현감이 귀여워지려는 걸 보니 작가가 나쁜 놈을 정말 코미디언이라 생각하긴 하는 모양입니다.


거지패들을 수탈하는 악당이었지만 아래적이 된 장꼭지(이문식).

양반네 보다 더 큰 권한을 휘두른 마름 계급을 잘 표현한 박서방(정한헌)


전 이 드라마의 '민란' 장면을 보며 제일 먼저 문성근의 '백만민란'을 떠올렸습니다. MBC의 현재 상황을 생각해 이 드라마가 외압을 받지는 않을까 혹은 출연하려는 배우가 없지는 않을까 그것도 아니면 민란이나 수탈당하는 백성들을 묘사한 장면 때문에 현 정치권이나 언론이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도 솔직한 심정입니다. 무엇 보다 '마이다스'나 '로열패밀리' 등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외면하지 않을까 많은 부분 걱정했습니다.

최고의 시청률도 아니고 소위 '대박' 시청률도 아니지만 '짝패'는 이 정도면 현대인의 가슴 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데 성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한지혜나 천정명의 연기력 논란은 아쉬워도 워낙 오래동안 기다려온 김운경의 작품, 이 시대에 그의 드라마가 어떤 의의가 있는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에 뿌듯하고 애정이 가고, 문성근의 '백만민란' 만큼이나 반가운 드라마입니다. 죽어간 강포수,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그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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