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짝패

짝패, 조선달의 죽음과 사면초가에 빠진 귀동

Shain 2011. 5. 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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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에 태어난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먹은대로 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딱히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탓이라기 보다 '인간(人間)'이 인간인 까닭에 타인과 관계를 맺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천둥(천정명)은 고아로 자라 훌훌 털어버린 후 아래적이 되기 수월했고 상단 행수라는 자신의 직업이 '어머니' 막순(윤유선)과 사랑하던 동녀(한지혜)를 떠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귀동(이상윤)에게 정체를 들킨 달이(서현진)는 모든 걸 버리고 아래적의 기지로 들어가고 싶지만 황노인(임현식)의 존재가 적잖이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동녀는 자신이 이룬 것과 자신의 욕망을 쉽게 포기하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기에 아래적이 된다는 건 꿈도 꾸어본 적 없는 속물입니다. 그녀는 아마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다면 일단 해결하고자 할 것입니다. 김진사(최종환)를 만나는 그 장면은 김진사가 동녀에게 진 마음의 빚,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그 빚에 대한 보답으로 내 사랑은 내 뜻대로 선택하겠다는 의사 표시일 것입니다. 금옥(이설아)는 아버지의 엄명으로 어릴 때부터 사랑하던 천둥을 포기해야하는 처지입니다.

김진사의 부탁에 따라 천둥이 대를 잇게 하기 위해 동녀와의 혼인을 포기하려는 귀동. 귀동이야 말로 모든 것을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여기저기 발목이 잡힌 힘겨운 상황입니다. 올바른 포교가 되고자 했으나 호조참판으로 일하는 자신의 아버지야 말로 포도대장(심양홍)까지 협박하며 뇌물을 끌어 모으는 부정한 인물이고 천둥과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지만 어머니가 잘못될까 두려워 마음 놓고 털어놓지도 못합니다. 조선달(정찬)과 현감(김명수)은 막순에게 돈을 달라 협박하고 있습니다.

귀동에게 '신분'이란게 어떤 의미인지는 몰라도 어릴 때부터 귀동은 자신의 것을 남을 위해 포기할 줄 알고 새엄마 권씨(임채원)이 아프다고 할 땐 손수 약을 지어다 줄 정도로 남을 챙길 줄 알던 아이였습니다. 친어머니를 보호해주고 싶고 아버지 김진사가 지키고자 하는 출생의 비밀도 감추고 싶을 뿐인데 어찌해서 감당하기 힘겨운 일만 벌어지는지 갈곳없는 귀동은 거지 움막에서 태어난 자신을 양반가에 거두고 싶었던 어머니 막순 앞에서 눈물을 터트리고 맙니다.



협잡꾼 조선달 대체 누가 죽였을까

천하의 노름꾼에다 주모의 돈이나 뜯어먹고 사는 기둥서방 조선달, 천하의 협잡꾼인 그는 당연히 막순의 남자가 되어야할 쇠돌(정인기)에 대한 의리로 잠시 막순을 떠나기도 했었습니다. 양반 체면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착실하게 떡장수 노릇하는 현감을 부추키는 그는 양반의 게으름만 몸에 배고 천민들의 성실함은 배우지 못한 어중간한 인물입니다. 돈없으면 양반 노릇도 하기 힘든 붕괴된 신분사회, 그 상황을 상징하는 인물이자 사회악같은 인물이죠. 막순과 쇠돌을 협박할 때는 천하에 저런 잡놈은 없겠구나 싶은 기분 마저 듭니다.

워낙에 그런 인물이니 누가 죽여도 이상치 않다 싶지만 극중 등장인물 중에 조선달이 막순을 협박한다는 사실을 아는 인물은 당사자인 막순, 쇠돌, 협박을 공모한 현감, 귀동, 삼월(이지수) 뿐입니다. 김진사는 조선달의 협박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인물이고 동녀는 귀동을 제일 먼저 위해줄 인물이지만 현재로서는 조선달에 대해 모릅니다. 막순이 속타는 마음에 '죽여버리고 싶다' 하고 쇠돌은 환표를 쥐어주며 한번만 더 나타나면 죽는다 했고, 현감은 '큰코 닥친다'며 경계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입니다.

쇠돌은 노비일 때도 힘이 좋아 추쇄꾼 춘보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범인의 짙은 눈썹도 얼핏 보면 쇠돌의 옆모습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쇠돌은 남을 해꼬지 해서 자신을 편하게 하기 보다 자신이 양보하는 성격입니다. 막순도 조선달을 미워하긴 하지만 칼로 사람을 죽일 만큼 능한 사람은 아닙니다. 귀동은 그 시간에 임포졸(김용희)을 잡아두었습니다. 또 지금까지의 설정상 막순, 쇠돌, 귀동이 남을 해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그 세 사람이 이 악당을 죽였을 것 같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삼월의 설득 때문이라지만 너무 쉽게 협박을 포기한 현감의 경고대로 '큰코'를 닥치게 할 인물, 김진사가 몰래 조선달의 죽음을 사주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쇠돌이 죽였다면 자신의 환표가 조선달에게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테니 그 환표를 회수하지 않은 채 자리를 뜨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 환표는 공포교(공형진)이 몰래 빼돌려 평소에 자주 들리던 무당집을 통해 유통시키는 것 같습니다. 막순과 귀동을 주시하라던 공포교이다 보니 그 환표의 행방이 많은 부분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겠지요.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귀동에게는 좋은 조짐이 아니란 것입니다. 귀동, 막순, 쇠돌이 조선달을 죽이지 않았더라도 현감은 그들이 조선달에게 원한을 가졌음을 알고 있으니 '인륜과 도의' 때문에 협박은 포기했어도 살인 만은 용서할 수 없다고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평소 귀동이라면 이를 가는 종사관이나 공포교가 이를 악용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아래적의 일원인 임포졸이 강포수(권오중)을 풀어준 내부 첩자로 몰리고 있는데 공포교는 그때 귀동을 제일 먼저 의심했습니다.

올바른 행동을 하는 포교로 '청류'에 속한 자가 되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호조의 뇌물을 총괄하는 인물이고 어머니는 멀쩡한 남의 아이를 바꿔치기한 사람이고 아무리 옳은 일을 했다지만 자신은 아래적의 수괴를 놓아준 바로 '그 범인'인데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조선달의 죽음으로 의심까지 받게 생겼으니 귀동의 처지는 사면초가랄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막순이나 김진사가 진짜 이 사건의 범인이라면 가족의 죄를 덮느냐 마느냐 한번 더 고민해야하니 귀동은 점점 더 딱한 입장이 되버립니다.



탐관오리를 벌벌 떨게 만든 암행어사

천둥은 평소 아버지처럼 친하게 지내던 김진사가 호조의 모든 뇌물을 받아들이는 총책임자란 사실을 알고 놀랍니다. 지금 아래적(我來賊)이 고창 등지를 돌며 하는 일들 중 하나는 조정의 모든 뒷돈을 대는 호조의 뇌물을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호조판서와 호조참판 김재익(김진사)는 안동김씨 세도가의 자본금을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덕분에 없어진 뇌물을 채우려 포도대장 자리를 내놓으라며 협박하고 포도대장은 관비로 그 뇌물을 충당하다 못해 시중 왈자패들과 손을 잡아 돈을 걷어들이는 것입니다.

단순히 무능하고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던 김진사는 생각 보다 훨씬 더 '악의 축'에 가까운 인물로 언젠가는 천둥이 단죄해야할 인물 중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귀동은 어쩔 수 없이 '탐관오리'를 감싸주는 일원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친아버지와 친아들 간의 대립구조, 세상에 둘도 없는 짝패 간의 갈등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단 뜻입니다. 세상 무엇을 줘도 포기할 수 없는게 자식이고 친구인데 실로 마음 아픈 갈등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짜 암행어사 행세를 하며 민란을 일으키고 고창현감을 벌벌 떨게 만든 천둥. 비록 그가 가진 마패가 가짜이지만 백성들의 신뢰와 지지로 단죄하는 모습이다 보니 세상에 이렇게 속시원한 장면도 드물지 않을까 싶더군요. 길에서 배곯아 죽는 백성이 있는데도 세금을 뜯어먹고 재산을 부풀리던 관아의 인간들에겐 뭇매를 맞아죽는 최후가 가장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옥에 백성을 가둬 직접 죽이기도 했지만 곡식을 빼앗아 굶어죽게 만든 원흉들이기 때문입니다.

천둥과 귀동, 그리고 김진사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 버렸습니다. 양반과 민중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입니다. '남의 허물도 덮어주며 나쁜 짓 하지 말고 살라'는 삼월의 충고에 마음을 돌려먹은 현감처럼 사람들은 변하고 있습니다. 천둥과 귀동은 조금 더 현명한 방법으로 이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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